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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데이나 May 07. 2024

미션. 두바이에서 생일파티 해내기

두바이에서 맞이한 우리의 첫 생일파티

두바이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하교가 빠른 금요일, 학교 주차장에 어디서도 보지 못한 커다란 핑크색 리무진이 와 있었다. 어디 공주님이 이 학교에 다니나 했는데, 다름 아닌 생일파티용 리무진이라고 했다.

존재감이 컸던 핑크 리무진


아이 생일에 리무진까지 오다니. 꽤 인상적이기도 했지만, 곧 다가올 두 아이들 생일파티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다.


당시만 해도, 아이들 플레이 데이트에서도 벌벌 떨던 나이기에 도저히 생일 파티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대신 아이에게 약속했다.  


내년 7살에는 꼭 파티해줄게.



1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빨랐고, 드디어 그날이 오고 말았다. 친구들 생일 파티를 갈 때마다 자기 파티는 언제냐고 물어보는 아들 녀석의 동그란 눈을 보며, 이제는 피할 수 없음을 느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파티를 꼭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곳에 와서 언어의 장벽인지, 환경의 변화 때문인지 한국에서보다는 조금은 소심해진 아이의 기를 살려주고 팠다.


그래, 까짓것 해버리자.



한 가지 의문. 두바이에서 생일파티는

정말 화려하게만 해야 할까?


핑크 리무진에 받은 충격을 뒤로하고, 두바이에서 참석한 생일 파티는 총 12번. 생각보다 파티를 안 하는 친구도 많았고, 파티 없이 작은 컵케이크와 기프트백만 반에 돌리는 경우도 꽤 많았다.


 

수영장과 가든이 있는 빌라에 사는 친구들이 많아, 집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파티도 있었고,


공주님처럼 머리손질과 메이크업 즐기는 스파 파티도 여자 아이들에게는 인기였다.


핑크리무진 저리 가라 할 규모에, 이것이 아이의 생일파티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레스토랑 전체를 대관해서 마술사, DJ, 거기에 에어 바운스까지,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생일파티를 한 아이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국적도 다양한 만큼 생일파티의 모습도 두 바이답게 각양각색이다.  중동의 부자들처럼 화려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아이 생일파티는 연례행사처럼, 두바이에서 중요한 이벤트인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키즈카페나 테마파크 같은 대부분의 어린이 놀이시설에는 생일파티 패키지가 존재한다.


생일파티 패키지는 1시간에서 2시간 동안 놀이 시설을 이용 후, 30분 동안 케이크와 준비된 음식을 먹고 헤어지는 형식이다. 파티 코디네이터들이 진행을 도와주고, 아이들까지 챙겨주기 때문에 우리같이 두바이에서 파티가 처음인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생일파티를 할 수 있다. 


단, 비용은 인당 3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원당 비용이 정산되기 때문에 친구가 많아지면 비용은 꽤 많이, 아니 아주 많이 나올 수 있다. 



한국인 친구들은 대다수가 트램포 Trampo라는 이곳의 트램펄린 키즈카페에서 파티를 많이 한다.


쾌적하고, 인솔해 주는 선생님이 안전하면서도 재미있게 해 주어, 걱정 많은 한국 엄마들에게 인기가 좋다. 나 역시 1순위는 이곳이었는데 하필 트램펄린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의 취향으로 포기를 했다. 대신 한국의 상상나라 같은 올리올리 OliOli라는 체험형 키즈카페로 파티 장소를 정했다.


장소는 3주 전 50%에 해당하는 예약금을 걸어 예약을 고, 1주일 전 그나마 이곳에서 덜 단 생크림 케이크로 케이크 주문을 마쳤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무지개색 풍선들풍선가게에서 골랐다.

주문한 케이크와 풍선


생일 파티가 많은 곳이니 케이크며, 풍선이며, 모두 이곳의 카카오톡인 왓츠앱으로 쉽게 주문이 가능했다. 선택의 폭 역시 매우 넓고, 또 시간에 맞춰 장소까지 배달해 준다.


파티를 하느냐 마느냐까지 결정이 어려웠지, 그 외의 것들은 생일 파티가 다양한 도시인만큼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친구들에게 돌릴 기프트백은 한국에서 문구세트를 택배로 받아 포장을 하고, 아이들 이름을 한글로 썼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성의를 더하고자 포토 프레임을 만들고, 한국 과자들과 달고나를 봉투에 담았다.



드디어 생일날 아침.


전날 내린 비로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대부분 지각이었지만, 다행히 2명을 뺀 나머지는 모두 참석하여, 무사히 파티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그렇게 신나게 놀았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맛있게 점심을 먹고, 살면서 다시 받을 일 없을 것 같은 20개의 선물을 받고 무사히 생일파티를 끝냈다. 시간이 어떻게 흐른지도 모르겠다.


남은 건 정산. 


단위가 디르함이라 이게 많이 나온 건지 체감은 되지 않았다. 역시나 원화로 환산해 보니, 아이 돌잔치 때보다도 비용이 들었다. 두바이에 와서 학비, 자동차 렌트비 말고, 우리의 가장 큰 소비가 이루어진 순간이다. 그래도 아이가 행복했으면 됐다.


그래, 두바이에서 첫 생일파티니 돌잔치라고 생각하자.



파티를 끝내고 오는 길. 아이에게 "파티하니까 행복하지?"하고 물었다.


"선물 두 개 더 받으면 파티는 안 해도 될 것 같아."


아이의 대답에, 역시 파티건 뭐건 결국 엄마의 욕심이고, 내 만족이었나 싶었다.

결론은 해서 좋았지만, 안 해도 되었을 듯 하다. 두바이라고 꼭 생일파티를 해야하는 건 아니었으니. 깨달음은 꼭 이렇게 뒤늦게서야 온다.



그리고 한 달뒤, 이번에는 둘째의 생일이 돌아왔다. 둘째와는 합의하에 선물 두 개와 쿠키를 돌리는 것으로 생일의 마무리를 지었다.


어이가 없게도 옆에서 보던 큰 아이가 자기도 이렇게 할걸 이러는 걸 보고, 우리의 두바이에서 생일파티는 다시 없을 거라는 나의 결심을 한 번 더 굳히게 되었다.


어쨌든, 두바이 생일파티 해내기

미션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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