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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어틴 Aug 21. 2018

스카이섬, 거기가 어딘데?

스코틀랜드에서 즐기는 모험의 여행   

오늘의 주파수: 모험으로 세상을 여행하기 


여행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최근 티비에서 '스카이섬'이라는 곳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요즘 KBS <거기가 어딘데?>에 스카이섬이 나오기 때문이다. '스카이'라는 단어 때문에 하늘을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Sky가 아닌 Skye, 스코틀랜드 게일어로 '구름'이란 뜻이다. 정식명칭은 'Isle of Skye', 즉 지명의 뜻은 구름의 섬이 된다.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라는 타이틀을 가졌던 나라답게 개척정신(?)이 뛰어나서인지, 영국은 본토 전체가 걸을 수 있는 길로 연결이 되어있어서 스코틀랜드에서 런던까지도 걸을 수 있다고한다. 그정도로 트래킹을 사랑하는 영국인들에게 트래킹의 성지라고하는 스카이는 그들이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라고도 한다.(믿거나 말거나)

영국의 북쪽, Highland 지역에 있는 스카이섬.

작년 가을에 나는 스카이섬으로 여행을 다녀왔었다. 에딘버러 여행을 통해 스코틀랜드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5년동안 영국, 특히 스코틀랜드에 관한 것이라면 한번이라도 눈길을 주며 정보를 수집했던 것 같다. 아프리카 여행을 통해 자연을 몸소 느끼며 여행하며 모험으로 세상을 여행하는 법을 즐기게 된 것도 스카이섬으로 향한 이유가 되었다. 


스코틀랜드 전통 음악을 들어보면 백파이프 같은 큰 관악기에서 들리는 소리가 짙게 깔려 있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얼핏 사진으로 보고 사진 밖의 더 큰 자연을 늘 상상만했었다. 하이랜드로 입성하여 풍경들을 보았을 때 그 음악에 풍경을 얼마나 잘 녹여냈는지 알 수가 있었다

하이랜드와 스카이로 향하던 차안에 깔리던 스코틀랜드 전통 음악. 거의 내내 이런 음악을 틀어줘서 더 황홀했던 풍경.


스카이는 옛날부터 모험의 땅이었다.

여러 산을 탐험하고 발견하며 산 이름도 많이 지어준 프로작명러 노먼 콜리, 아내 로렌스와 함께 스카이의 봉우리를 오른 찰스 필킹턴 등 영국에서 모험깨나 한다던 유명한 중세시대 탐험가들이 방문하던 스카이섬. 19세기 초 지질학자 제임스 포브스는 스카이섬의 컬린 지역을 보고 "암벽등반에 적절한 지형"이라 말했을 정도로 옛날부터 스카이섬은 모험을 찾는 사람들에게 미지의 세계 그 자체였다. 스카이섬에 처음 정착한 조상들도 바이킹이라고 하니 모험과 참 어울리는 섬이기도 하다.


스코틀랜드에서도 북쪽인 하이랜드에 위치한 이 섬에 처음 입성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호그와트 성이 있을 것 같은 곳’이었다. 짙은 회색의 큰 산들이 병풍처럼 있는데 저 산 너머로 해리포터에서 나온 큰 용들이 날아서 지나갈 것 같았다 하이랜드의 글랜피넌에 해리포터 속 호그와트 열차가 지나는 다리도 있으니 스카이섬 어딘가에 호그와트가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모험을 통해 소년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 해리포터처럼 자연을 걸으며 모험심을 가져보고 싶다면 스카이섬만한 곳도 없겠다 싶었다.

차안에서 본 스카이의 첫모습. 왼쪽의 산은 마치 꼬집어 놓은 듯한 봉우리이다.   
강건너 멀리보이는 산 사이로 호그와트에서 론의 실수로 풀린 용이 날아서 올것만 같다. 


혹독한 빙하기가 만들어 낸 대자연
검고 붉은 흙과 돌이 섞여있는 컬린 지역.

The prospect was that of desolation itself; a savage of rude mountains discoloured, black and red, as if by the rage of fire.(전망은 황폐함 그 자체였다. 마치 불의 분노처럼, 무례한 산의 야만인은 검은 색과 빨간색으로 변색됐다.)

-Thomas Pennant, Traveller in the Cullin, 1772


스카이섬의 컬린 지역을 여행했던 동식물 연구가 페넌트는 스카이섬의 컬린 지역을 보고 '불의 분노'라 표현하기도 했다. 마치 불에 달궈진 산처럼, 스카이섬은 혹독한 빙하기를 거치며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지형과 지질을 지니고 있다. 섬의 동북쪽에서는 공룡화석의 흔적도 볼 수 있다. 


방송에 나온 것과 같이, 스카이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 내가 갔을 때도 비가 오기도 강풍이 같이 불기도 하다가도 햇빛이 강하게 내려 보통 관광엽서에서 볼 수 있는 찬란한 풍경도 볼 수가 있었다. 청정지역답게 물도 맑아서 대부분의 스카치 위스키 증류소가 이곳에 있으며, 우리나라의 제주 삼다수처럼, 영국을 대표하는 물 브랜드 또한 'Highland'이기도 하다. 


차를 타고 달리다보면 웬만한 빌딩만한 큰 산들이 나타나 적응 안되고, 그것이 익숙해졌다 싶으면 난생 처음보는 길고 삐쭉한 바위들이 산위에 얹혀있는 걸 보게된다. 그런 풍경에 취해있다보면 갑자기 비가 내려서 들판과 산이 짙어지다가도 갑자기 해가 뜨며 무지개도 보고, 들판인줄 알고 걷다보면 그 끝에서 이곳이 절벽의 위라는 것을 알게 되는, 예측할 수 없는 자연과 광경을 보여주는 스카이. 컴퓨터로 가상의 공간을 만들거나 디지털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해온 나같은 사람에게 스카이가 보여주는 색감과 효과는 그저 감동이고 감탄이며,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제주 삼다수 같은 하이랜드, 하이랜드 글씨위의 꽃은 스코틀랜드의 비공식 국가에도 등장하는 엉겅퀴꽃이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공기부터 맑음이 느껴지는 스카이. 여기저기 있는 양떼들을 보면 미세먼지같은거 모르고 살아서 부러울 정도다.
사진으로도 보지 못했던 추운지방의 식물들도 볼 수 있다. 파릇함에서 청정자연이 느껴진다.
스카이섬의 가장 북쪽인 Neist Point. 여름엔 운이 좋으면 상어나 돌고래도 볼 수 있다. 산책길이 있지만 강품이 불어 걷기는 쉽지 않다고. 사진 찍은 곳도 서있기 힘들었다.
Neist Point의 왼쪽에 보이는 망망대해의 풍경. 강풍이 심한데도 야영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질학적 충격을 줬다는 Quiraing Mountain Pass. 영화 맥베스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날개같은 모양을 지녀 스카이섬에게 '날개의 섬'이라는 별칭을 주기도.
Quiraing의 전경과 꽤 귀여운 양떼와의 만남


스카이섬까지 어떻게 가지?

렌트를 하지 않는 이상 버스나 기차의 환승을 통해 갈 수 있다. 기차역으로는 'Kyle of Lochalsh'역에 내려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스카이섬으로 들어가야한다. 면허증이 없는 나로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했으나, 아무리 기차를 좋아하는 나라도 캐리어를 끌고 기차를 환승하고 버스를 환승하면서 까지 3,4시간 넘는 곳에 가는게 쉬워보이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에딘버러에서 출발하는 현지투어인 래비스투어(Rabbie's Tour)를 이용했다. 평소 패키지투어는 좋아하지않지만, 길지않은 연차에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여러 후기를 보며 래비스 투어를 선택한 이유는 소규모의 패키지고(최대인원 16명 정도) 편안한 벤츠 미니버스를 타고 다니며 스카이섬 내의 맥주 가게 빼고는 shop을 방문하는 일이 없었다. 입장권도 본인의 선택으로 본인이 알아서 사야하는 것이라 비용도 적당한 편이었다. 다녀온 후에 느낀거지만 각 방문지마다 주는 시간도 많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가끔씩 틀어주는 스코틀랜드 전통 민요가 좋았다. 

.포트리의 가장 높은 곳에서 찍은 포트리 전경. 우측의 알록달록한 집은 포트리의 상징.

스카이섬 내 가장 번화가는 포트리라는 작은 항구이다. 숙박과 식당이 가장 많이 몰려 여행객이 가장 많긴하지만, 트래킹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기때문에 스카이섬 곳곳에는 숙박시설이 있는 편이다. 대부분 집들이 B&B를 하는 것 같았고 스코틀랜드 인증 우수 B&B 간판을 받은 곳도 있었다. 포트리 내에는 미슐랭 가이드에도 오른 레스토랑이 몇군데 있다. 마트도 있고 기념품샵도 있으며 있을 건 다 있었다. 


래비스투어를 예약할 때 투어 예약과 함께 숙소도 예약할 수도 있다. 선택사항이니 직접 구해도 된다. 나의 경우는 후자를 선택했는데 도미토리를 할까하다가 어쩐지 B&B에 끌려 예약하게 되었다. 래비스투어에서 B&B를 선택하면 직접 하는 것보다 싼 편이긴했지만 집을  지정해서 예약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숙소를 고르고 싶어서 직접 예약했다.  투어와 함께 B&B를 한분들을 보니, 몇몇 씩 묶어서 한집에서 지내게 하기도했고 숙소 자체가 포트리 번화가와 멀어서 저녁식사를 하러 나가고 들어가는 게 번거로웠다고한다. 도미토리는 번화가 근처에 있었고, 직접 B&B를 고른 나는 번화가와 멀지 않는 곳에 두어서 식사도 여유롭게하고 묵는 2박동안 아침에 마을 산책도 즐길 수 있었다. 

산드라 할머니의 No.9 BnB! 매트리스가 정말 폭신해서 푹잤고, 요리잘하신다는 후기봤는데 조식이 맛있었다.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운하게 볶고 구우시는 듯. 이 집 많이 그립다.


비가 자주 온다는데, 옷은 어떻게 입어야지?

우비와 방수가 되는 워커, 등산화를 추천한다. 우비는 편의점에서 파는 1000원짜리 비닐 우비가 아닌, 방수소재로 만들어지고 자크도 있고 단추도 있는..겉옷 같은 박음질 튼튼한 우비를 추천한다. 여름은 괜찮겠지만, 그외 계절에는 경량패딩, 발열내의, 핫팩 등 휴대가능한 방한 용품을 챙겨가는 것이 좋다. 물론, 패키지투어라 차로 이동하는게 걷는 것보단 많지만, 나처럼 현지투어를 이용한다면 <거기가 어딘데>팀처럼 극한의 트래킹을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간단한 트래킹을 하기도 하고 하이킹도 포함되어있다. 물론, 날씨가 궂으면 차안에서 구경만 해도 되지만, 겉옷 방비만 잘하면 주어진 시간 내에 맘껏 자연을 누빌 수 있으니 준비를 잘해가는 것이 좋겠다. 서있기 힘들 정도의 날씨가 아니라면 코스에 맞춰 다니니 갑작스런 비에 대한 대비는 스스로 해야한다.

우비와 얇은 패딩, 점퍼, 방수워커를 기본으로 입고 다녔다. 핫팩은 주머니에 늘 있었다. 외국 핫팩은 따뜻할 정도고 비싸기만하니, 한국에서 사가는 것이 좋다.


모험? 탐험? 그런 거 나한테 너무 거창한데..

<거기가 어딘데>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그들이 비에 홀딱 젖어 고생하고 통증에 시달리는 것을 봤기때문에 '내가 멀리까지 여행가서 저래야하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물론, 스카이섬에 트래킹으로 여행을 할거라면 야영장비를 든든히 해야겠다. 그렇지만 스카이섬을 여행하는 방법이 트래킹뿐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모험이라고 해서 꼭 트래킹을 해얀다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식이 짜고 단 것이 주관적인 판단이라면 여행의 방법도, 모험의 방법도 주관적인 판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모험을 자신의 인생의 가치로 둘 것인지 아닌지다. 삶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용기가 있는지 그걸 즐길 수 있는지 말이다. 모험은 절대 대단한 사람들만이 하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죽는 순간 생각만하고 해보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 같아서 모험을 즐기고 싶다. 사진은 스카이의 Dun Beag Broch를 오른 후.


스코틀랜드까지 직항은? 

한국에서 에딘버러나 글라스고 등 스코틀랜드 내의 공항까지 가는 직항이 없다. 환승은 필수인 코스인데, 영국항공을 이용하면 런던까지 가서 에딘버러나 글라스고로 환승이 가능하다. 시간만 잘 맞추면 대기시간 포함 14시간 정도로 갈 수 있다. (<거기가 어딘데> 팀은 두바이에서 환승해서 20시간이 걸렸다고 나오던데 왜그랬지..) 내가 이용한 현지투어인 래비스투어 또한 에딘버러, 글라스고, 인버네스 등 스코틀랜드의 큰 도시들에서 모두 출발하니 참고바란다. 나의 경우 스카이 중심의 2박 3일 코스를 갔지만, 스카이섬만 5일 있는 코스도 있었다. 국내의 패키지가 아니더라도 현지에서 운영되는 투어들도 많으니 나처럼 개별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겐 좋다.

영국항공을 이용하면 볼 수 있는, 영국배우들의 캠페인 영상. 각자의 유명 캐릭터에 대한 농담도 한다. 




광화문쪽에서 일할 때 강진의 월출산 옆을 하이킹한 적이 있었다. 돌아와서 출근을 했을 때 월출산을 보던 거리에 빌딩이 있는 게 너무나도 시시해보였다. 그때부터 어딜 여행하더라도 일상에서 해보지 않던 것을 해보려했었다. 그러다가 기차를 놓치거나 그러다가 금전적 손해를 보았어도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에서의 모험을 통해 일상에서도 모험을 즐기고 싶어졌고 그것은 나를 움직이는 큰 가치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제임스 후퍼처럼 멋진 탐험가는 되려면 한참 멀었지만, 한걸음 씩 모험을 시작해보라는 그의 말을 참 좋아한다. 여행에서의 실패도 추억이라 생각한다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한 걸음을 여행에서 내딛으면 어떨까? 그 모험을 즐기고 싶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 


-참고-

스코틀랜드 관광청: https://www.visitscotland.com/destinations-maps/isle-skye/ 

isle of Skye: https://www.isleofskye.com/ 


추신) <거기가 어딘데?>재밌는데 시즌2도 해주셨으면 좋겠다. 편집이 좀 들쑥날쑥해서 집중이 잘 안되는데 보완도 해줬으면 좋겠고. 개그 욕심도 버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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