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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어틴 Aug 28. 2018

외국어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인생학교>에서 만난 즐거운 외국어 공부 방법  

오늘의 주파수: 외국어 배우기(a.k.a 다시 만난 세계) 


지난달, 너무 듣고 싶었던 한 수업이 있었다. <인생학교>의 ‘외국어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수업. 올해부터 영국문화원 어학원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즐거움에 빠진 나는 그 수업을 너무 듣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어물쩡 하는 사이에 그 수업은 금세 매진이 되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강연을 들을 방법이 없냐 댓글 문의를 남겼을 정도였던 것 같은데, 8월이 돼서 그 인기 수업이 CGV 용산에서 토크 나이트 행사로 열리게 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바로 예매!


.. 했지만, 나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얼마 전 한반도의 초 관심사였던 태풍 솔릭!! 2010년에 곤파스가 왔을 당시 방재 관련 기관에 근무하고 있었던 나는 곤파스와 강도가 비슷하다는 말에, 누구보다도 곤파스를 잘 기억하고 있어서 걱정됐다. 이 강연이 제대로 개최될 수 있을지, 가는 길목이 제대로 뚫려있을지 말이다. 


취소 기한 전에 표를 취소해뒀다가 행사 당일인 23일에 태풍의 상태를 보고 오후에 재예매를 했다. 이렇게 신경 쓸 만큼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수업이었기에 더더욱 기대됐다. 여러 외국어를 구사하는 <인생학교>의 손미나 교장과 안현모 선생님은 내게 어떤 즐거움을 알려줄까? 

태풍을 뚫고 온 열정에 감격한 선생님들. 그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니..#인생학교서울 #토크나이트 #CGV


외국어를 배우는 게 내 삶에 필요할까?

사실 우리는 졸업을 위해 혹은 취업을 위해, 승진을 위해 외국어를 배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두 선생님이 말하는 외국어가 삶에 필요한 이유는 수치화된 점수보다 조금 더 먼 이유가 있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감성지능’을 키울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감성지능’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수업 중 손미나 교장한테 들었던 일화에서 감성지능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손미나 교장이 들려준 에피소드. 가장 기억에 남아서 연성(?)해봤다

그 나라의 언어를 몰라서 영어로 소통을 했다면 그저 "쏘리~" 정도의 인사치레 정도만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나라 언어를 알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언어 속에 묻어있는 그들의 특성과 문화를 알았기에 웃을 수도, 황당할 수도 있는 것, 이런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감성지능이라고 한다. 


한국어를 예로 들면, 모국어지만 우리도 변화하는 우리말의 표현들을 지금도 숙달하며 배우고 있다. 예를 들어 렬루(Real로. 진짜로?라는 의미), ㅇㅇ(응을 타이핑 치는 것) 등 우리나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외국인은 한국 사람들이 쓰는 신조어를 이해 못할 것이다. 아마 신조어들을 보고 외국인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한국 사람들은 빨리빨리~ 문화가 있어서 말도 줄어 쓰는 걸 좋아하나 봐”라고. 그러면서 그들은 한국인의 사회와 문화를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외국어를 배우고 익힐 때 단순히 단어와 문법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떨 때 이런 표현을 쓰는지, 이런 표현이 왜 생겼는지 알아보고 이해하다 보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서 공부도 더 목표 의식을 갖게 되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근육이 키워지듯 감성지능도 키워진다고 한다. 


외국어가 내 삶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까?

강연을 들으면서 영국문화원에서 수업을 들으며 겪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나는 에든버러를 방문 후, 영국과 스코틀랜드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그것에 대한 정보들을 조금씩 수집해왔었다. 2013년에 갔으니 이런 특별한 즐거움이 생긴 게 5년째다. 영국을 전공하거나 그곳과 일하고 혹은 사는 분들에 비하면 정말 소소히 아는 정도겠지만 알아갈수록 영어를 잘 배우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영어는 그곳에서 시작된 언어기도 하고 셰익스피어가 만든 단어들 같이 영어 단어의 형성도 재밌고 말이다. 


영국문화원 어학원에선 단순히 회화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수업 분위기나 주제, 주어지는 상황이나 사진 자료 같은 것이 영국 문화와 관련된 것을 쓰는 편이다. 나는 아직 초급반이라 돈의 단위나 음식 사진, 영국의 지명 정도가 나오는 정도지만. 그럴 때마다 어떤 분들은 저게 뭐지? 여기가 어딘데? 하며 갸우뚱하지만 나는 반갑다. '그래, 영국애들 저런 거 좋아하지, 쟤네 저런 음식 있지!' 하고 반가워서 어쩐지 기억도 오래가는 기분이다. 영국에 대한 것을 이해한 상태에서 그 나라 언어를 배우니까 영어로 잘 말을 못 하여도 그것이 스트레스가 되는 게 아니라 영국과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학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Corine 선생님의 코멘트를 넣어 포토티켓으로 수업을 기념해보았다. 내겐 뜻 깊은 1000원의 기념품!

그래서 강연에서 내내 말하는 감성지능에 대해서 크게 와 닿았다. 외국어를 배우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삶을 알아가다 보면 감성지능이 키워짐은 물론, 내 삶의 방향이 여러 갈래로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 자체가 하나의 우주를 여는 것이라고. 그래서 손미나 교장과 안현모 선생님은 배울 외국어를 고를 땐 무엇보다 내 관점과 내 시각, 내가 원하는 방향에 도움이 될 외국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우리 언어와 달리 높임말이 없는 외국어라면, 무엇보다 나이와 상관없이 다양한 친구와 소통할 수 있어 여러 관점의 조언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경험도 덧붙였다.  


외국어를 어떻게 배워야 효율적일까?

외국어를 통해 감성지능을 키우게 된다면 관념에 꽉 막힌 내 생각을 돌아볼 수 도 있다. 무엇보다 손미나 교장은 꼭 그 외국어를 쓰는 현지인과 소통을 해보라 권유했다. 사람과의 연결을 느끼다 보면 외국어 배우는 즐거움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즐거움이 감성지능이 유연 해지며 넓어지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외국어를 어떻게 배워얄까? 인생학교의 선생님들은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본인이 그 외국어가 필요한 이유를 잘 찾아서 집중하라 했다. 아무 언어를 고르지 말고, 자신의 비전과 맞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늘 만나던 사람들만 만나지 말고 배우는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을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 속으로 외국어를 끌여들이라 했다.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해요."라며 조언해준 안현모 선생님은 방탄소년단 랩몬스터와 김연아 선수의 예를 들었다. 방탄소년단의 외국 인터뷰 영상을 보면 리포터들이 그들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미 긍정 리액션을 보낼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다. 그들의 콘텐츠가 이미 자신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그들의 말이 재밌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연아 선수 역시 '피겨스케이팅의 최고'라는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었기에 평창올림픽이나 국제 행사에서 목소리를 낼 때, 많은 사람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고. 랩몬스터와 김연아 선수처럼 세계를 뒤흔들 콘텐츠를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즐겁게 하는 운동, 좋아하는 취미 등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 확실하게 즐기고 있는 것들에 대해 모국어로도 할 말이 있을 정도의 콘텐츠가 있어야 외국어로도 할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자신만의 콘텐츠의 예랄까. 내 이야기다. 책을 진득히 읽고 싶을 때 공항을 간다. 굳이 공항까지 왜 가는지 설명하고 싶어서 만들어본 문장. 초급반 주의.

영어학원을 가면 수업 전 간단히 옆 파트너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라 한다. 이번 주말에 뭐할 건지, 수업 끝나면 뭐할 건지, 지난 주말에 뭐했는지, 최근 휴가 때 무엇을 했는지 등. 자신의 이야기로 간단히 입을 풀 시간을 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늘 주말에 집에서 잠만 자고 노는데, 무슨 얘길 하라는 거지?'하고 긴장했었다. 근데 배울수록, 내 이야기로 문장을 만들어봐야 기억도 잘되고 활용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어를 배우면서 새로운 우주를 만난다는 것은 결국, 내 세계를 새롭게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어를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게 하는 건 ‘내가 얼마나 즐겁게 사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인생학교란? 

우리가 초중고, 대학에서는 유용한 지식을 배워서 직업을 갖는데 도움을 받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어려움이나 꿈을 좌절하지 않는 법 등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을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었다. 이런 것들을 가르쳐주는 학교가 필요하지 않을까? 작가 알렝 드 보통은 그런 생각에서 인생학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지혜로운 삶을 위한 인생학교는 런던에서 시작되어 파리, 멜버른, 암스테르담, 상파울루 등 전 세계에 캠퍼스를 두고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한국 서울에도 인생학교 캠퍼스가 있다. 전 KBS 아나운서인 손미나 작가가 교장으로 있으며 삶을 즐겁게 살 수 있는 전환점을 줄 수업이 가득한 학교다.

<인생학교>를 만든 알렝드 보통의 학교 소개 영상   

*참고로 각 서점에 <인생학교>를 타이틀로 걸고 사랑, 일, 시간 등 다양한 주제의 책도 있다. 관심 있는 주제를 찾아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단 한 번의 강연이었지만 이번 강연을 통해서 <인생학교>가 추구하는 '학교 수업'의 느낌을 알 수 있었다. 같은 서울 안에 캠퍼스가 있어도 이태원이라는 곳을 쉬이 찾아갈 수 있는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 CGV와 협업을 통해 지방에서도 교통이 편리한 곳에서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한 좋은 시도였던 것 같다. 앞으로도 접근성을 더 높여 다양한 방식으로 인생학교의 강연을 만났으면 좋겠다. 


요즘 영어 공부에 빠져 있는 내게 이번 강연은 내가 확신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답을 받은 느낌이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즐기면서도 이런 과정들이 내 삶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직 영어도 한참 멀었지만, 올해 안으로 새로운 외국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방법도 막연하겠지만, 게일어와 스와힐리어를 배워보고 싶고 포르투갈어도 배워보고 싶다. 당신의 일상과 생각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기분이라면 새로운 우주를 열어 줄 외국어와 주파수를 맞춰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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