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심리적 증상과 애도로 인한 증상 구분하기
우울증은 우울함을 느끼는 상태가 아니라 ‘느낄 것을 제대로 못 느끼는’ 상태, 마비된 감각에 가깝다.
여성 시인 실비아 플라스가 자신의 자전소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머리에 종 모양의 유리그릇(Bell Jar)을 뒤집어쓴 듯 밀폐된 상태, 세상과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막이 쳐진 것 같은 상태, 세상은 물론이고 미래와도 더 이상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뜬 눈으로 생이 정지되어 도저히 가망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상태다. 죽음 말고는 벗어날 길이 없을 것만 같은.
애도와 관련된 감정은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중요한 존재를 상실한 후의 격한 감정과 반응들은 대개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들로, 건강하고 적당한 애도의 과정과 주변의 지지와 자기 돌봄이 동반한다면 시간에 의한 치유가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나는 고양이를 잃은 후 애도 박탈이 있어 적절한 애도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함께 슬퍼해주고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건강하던 고양이가 입원한 지 한 달 만에 죽었고, 고양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처참한 염증 상처를 매일 본 것은 트라우마가 되었다. 내게 그 고양이는 한두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각별한 존재였다.
이처럼 내겐 애도의 고통이 심각해지고 기간이 길어질 만한 요인들이 있었다.
정신질환진단통계편람(DSM-5)에서는 ‘애도는 공허감과 상실의 느낌’이고 ‘주요우울삽화는 행복이나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상태와 우울감이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애도의 고통은 ‘파도를 타는 것과 같이 변화되는 경향’이 있고 ‘주요우울삽화에서처럼 만연한 불행감이나 비참한 특성을 가지지 않으며, 때때로 긍정적인 감정과 유머를 동반하기도 한다’고 하였다.
또한 ‘애도에서는 자존감이 보존되어 있으나 주요우울삽화에서는 무가치감과 자기혐오의 감정이 흔하다’고도 서술되어 있다.
반려동물 상실 사건이, 기존에 치유하지 못한 채 잠재해 있던 우울증이나 다른 개인적 고통을 본격화시키는 트리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반려동물 상실을 계기로 그동안 눈감고 있던 뿌리 깊은 고통이나 취약점이 날것의 모습으로 정체를 드러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펫로스 증후군이 곧 우울증인 것은 아니다.
때문에 종종 사회면에서 반려동물 상실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를 보도할 때 마치 펫로스 증후군이 우울증과 동의어인 양, 혹은 우울증을 유발하는 양 단순하게 서술하는 것은 맞지 않다.
한 개인의 고통을 단순화하거나 일반화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든 오류이고 오만이다.
반려동물 상실은 그동안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었는지, 주변 사람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내면의 고통을 어떻게 처리하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본모습을 보여주는 흔치 않은 계기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동물들은 살아있는 내내 그러했듯, 떠나고 나서도 참 많은 것을 선사해 준다.
그걸 얼마나 제대로 받아먹는지는 남은 인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