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나요?
9월도 벌써 중순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시간이 어쩜 이렇게 빠른지요.
오늘 하루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저는 오늘 그저 차분하게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차분하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날보다 조금 오래
해야 하는 일을 미루고
마음 가는 대로 움직였답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합니다.
이불속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고
에너지를 충전하시나요?
그게 아니면 생각을 없애기 위해
가벼운 운동을 하시나요?
어쩌면 매번 다른 것으로
그런 날을 보낼 수도 있겠군요.
저는 이렇게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면
주로 해보고 싶었지만
평소에는 여러 가지 핑계로 하지 않았던
작은 일들을 하나씩 꺼내어 본답니다.
예를 들어 작은 공예를 하거나,
쓰지 않던 글을 쓰거나,
등록만 해두었던 강의를 듣는
그런 것들 말이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엔
오히려 독특한 기운이 흘러요.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기운이요.
머리와 마음이 오늘은 일탈하자고
저를 꼬여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때로 그런 유혹에는 넘어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하고 싶은 일보다
하기 싫은 일을 많이 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가끔 몸과 마음이 허락하는
일탈에는 흔쾌히 응하는 것도
적당한 고도에서, 저공으로
비행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너무 빠듯합니다.
너무 바빠서 어쩔 수 없다거나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날에 하필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이
밀려온다면, 그럼 어떻게 할까요?
그렇다면 작은 일탈이라도 해야 합니다.
저는 그럴 때 우선 밖으로 나가
하늘을 한 번 올려다봅니다.
하늘은 날씨가 맑던 흐리던
언제나 드넓으니까요.
그리고 심호흡을 크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눈을 감고 공기를 잠깐
느끼면서 해야 하는 일을 마치고
하고 싶은 것을 떠올리는 거예요.
생산성 있는 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생산이든 소비든 무엇이든 좋아요.
나를 위해 차리는 맛있는 한 끼,
혹은 시원한 맥주 한잔,
좋아하는 영화를 본다거나
못 잤던 잠을 늘어지게 잔다거나
혹은 이 모든 걸
한 번에 다 해버리는 것도 좋죠.
해야 하는 것들을 뒤로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을,
오로지 내 마음을 위한 날로
꾸리는 거예요.
그런 하루가 있다고 해서
우리의 모든 게
망가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채우는 일입니다.
건강한 일탈이라고 해야겠지요.
간혹 그런 날을 가지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그러니까 당신께서도 그런 날은
죄책감 없이 즐기시면 좋겠어요.
저는 오늘, 해야 하는 일이든
하기 싫은 일이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쿠션에 기대 누워 읽고 싶던
이야기를 오래오래 읽다가
느지막이 일어나 움직였답니다.
그것만으로도 조금 힘이 났어요.
하지만 아직 내일을 비행하기에는
에너지가 부족하니 늦은 밤에 다시
누워 이야기를 마저 읽을 예정입니다.
저는 오늘 하루를
이렇게 보내고 있답니다.
당신도 되도록이면 내일을 위해
충전할 수 있는 하루를
보내셨으면, 하고 소망해봅니다.
그렇지 못했다면 내일이라도,
주말에라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밤에 즐길 작은 일탈을 위해
남은 하루를 정리하러 가보아야겠어요.
내일 또 편지하겠습니다.
당신의 남은 오늘에 작은 행복이
머물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이만-.
20. 09. 10. 나무. 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