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은 탄탄하게 속은 말랑하게

by 아름

여전히 따가운 햇빛이 살갗을 찌르는 하루였습니다.

당신이 있는 그곳은 어떤가요?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는 폭염 소식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10년 전에는 이렇게 덥지는 않았는데···하며

가끔 아주 어렸던 시절의 여름을 꺼내보고는 합니다.


놀이터 모래사장에 주저앉아 둥근 모래산을 쌓고

먹던 핫도그 꼬치를 가운데 꽂아놓고는 친구와

모래를 끌어오는 단순한 놀이를 했던 때였지요.

콩죽 같은 땀을 흘리면서도 견딜만했었는지

해가 질 때까지 모래만 열심히 쌓고 허물기를 반복했습니다.

그게 뭐라고 그때는 그것만으로 참 즐거웠지요.


나이를 집어먹는 것이 겁이 날 때가 있습니다.

철 없이 살고 싶은 마음이 큰데,

몸은 나이를 자꾸만 먹어가니

머릿속도 마음속도 강제로 키워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자꾸 열망합니다.

철없이 어린 마음으로 물렁하게 사는 것을.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그래도 된다고

홀로 되뇌며 합리화할 때도 있지요.

하지만 겁쟁이라 실천하지는 못합니다.


모래바람이 부는 세상에서

어쩔 수 없이 단단해진 마음의 껍질 속에

사는 용기 없는 겁쟁이.

겁쟁이는 그래도 철없는 마음을 늘 탐냅니다.

가끔 껍질을 열어 햇빛을 듬뿍 머금고 싶습니다.


마음에 닿는 노래 가사를 곱씹어보고,

낯익은 동화를 다시 읽어보고,

어릴 적 즐겼던 게임을 해보고.

어린아이로 돌아가 잠시 머물렀다 오는 것.

추억을 떠올리고 푹 젖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제법 말랑해집니다.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때로 축복입니다.

아무것도 스며들 수 없는 굳고 메마른 껍질을

추억으로 열어 말랑한 마음을 드러낼 수 있어요.


누군가는 의아할 수 있습니다.

왜 애써 단단해진 마음을 말랑하게 해야 하는지 말이에요.

그럼 저는 너무 단단하게 굳은 마음보다

적당히 말랑한 마음이 덜 다칠 수 있다고

그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작은 상처 하나 감성으로 치유하고,

많은 상처는 사람으로 사랑으로 치유받고.

그런 것들을 마음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말랑한 마음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당신도 굳게 닫힌 마음의 껍질 열기를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다치는 것이 두려워

따뜻한 온기를 전부 내치지는 않았으면 해요.

단단하지만 말랑한 어른이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겁이 많지만 늘 어른이 되고 싶고,

어른이 되고 싶지만 아이이고 싶어요.

말도 안 되지만 그러고 싶습니다.

어른인 척하다가도 아이인 양 해맑고 철없게,

그런 하루도 망설임 없이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이번 주말에 그렇게 해볼까요?

단 몇 시간이라도 걱정은 내려두고,

어른인 척하는 것도 내려두고,

하고 싶은 것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철없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

어떤 일을 벌일지 궁리해보기로 했어요.

벌써 즐거운 마음이 그득합니다.


당신의 주말에도 즐거운 일이 있기를 바라봅니다.

생기지 않을 것 같다면 일을 벌이는 것도 좋지 않겠어요?

아무래도 코로나 19 때문에

자유로운 야외활동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럼에도 즐거운 일은 있을 게 분명합니다.


부디 걱정과 근심은 생각나지 않을 주말을 보내시길 바라며

그럼 이만-.


20. 08. 21. 금.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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