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D-day (1)
결혼식 당일이 되었다.
1년 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이 날이 오긴 올까, 싶은 날이었는데. 어느 새 1년이 지나 결혼식 당일이라니. 1년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결정하고, 많은 싸움을 하고, 많은 대화를 하며 더욱 단단한 관계를 빚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결혼식 당일 새벽까지 투닥거렸다. 아니 도대체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꼭 필요한 운전면허증을 어디에 뒀는지는 왜 잊어버려서 새벽 한 시까지 잠을 못자게 하는거야? 1년 사이에 신부 달래기 만렙이 된 신랑은 신부를 토닥거리며 잠이 들었다. (고생이 많다.)
새벽 네 시, 알람이 울렸다. 결혼식 당일이어도 잠이 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눈을 비비며 차에 결혼식과 신혼여행 짐을 한 가득 싣고 우리도 차에 몸을 실었다. 아침에 뭘 먹지 않으면 결혼식까지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는 주변의 경험담에 맥모닝을 사먹으며 메이크업샵으로 향했다. 늦게 결혼하며 좋은 점은 주변의 경험담이 이미 많다는 점이다. 나도 결혼은 처음이지만 처음이 아닌 것처럼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미 살찐 건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이고 든든하게 출발하는 것이라던가.
메이크업샵에는 이미 수많은 신랑과 신부들이 와있었다. 내 이름을 이야기하니 나와 신랑에게 명찰을 하나씩 달아주셨다. 나는 ooo 신부님으로, 그리고 신랑은 ooo 신부님 신랑으로. 아침부터 우린 신랑은 이름도 없다며 한참 웃었다. 앞서 클라이밍 웨딩 스냅을 촬영할 때 한 번 메이크업을 받아본 적이 있는 샵이어서 익숙해서인지 긴장하지 않고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았다. 눈물 많은 나는 울 때 눈물을 참든 고개를 아예 푹 숙여서 눈물 방울을 바닥으로 떨궈서 얼굴에 눈물길을 만들지 말라는 꿀팁도 듣고. 드레스를 착용하면서 이쁘단 칭찬만 백만 번씩 해주시는 친절한 헬퍼 이모님도 만났다. 드레스와 베일까지 쓰고 나니 조금은 실감이 날랑말랑했다. 진짜 결혼하는건가?
신랑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식장으로 향하는 길에 동기들의 연락을 확인했다. 이미 나보다도 먼저 식장에 와 있다며 인증샷까지. 그 연락을 보는데 순간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 아니 이 먼 길을 나보다도 먼저 와주다니, 그 고마움과 감동에 울컥한 것이었다. 헬퍼 이모님이 울면 절대 안된다고 말리느라 바빴다. 그렇게 식장에 올라가니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는 몇몇 친구들이 보였다. 그리고 가방순이를 해 주기로 한 베프도 만났다. 가방순이가 사실 꼭 필요할까, 해달라고 할까말까 하다가 그래도 반대로 이 친구가 결혼한다면 나에게도 의미있는 날이기에 이런 역할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부탁했었다. 친구도 흔쾌히 수락해줘서 이렇게 식 당일날 일찍 와줬는데, 확실히 친구가 있으니 훨씬 마음이 든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