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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씨 Oct 27. 2024

살면서 은혜갚는 까치가 될게요.

결혼식 D-day (2)

결혼식장에서 신랑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신부 대기실로 돌아오니 예쁘게 차려입은 가족들이 들어왔다. 우리 가족이 이렇게 다같이 예쁘게 메이크업도 받고 차려입은 모습을 보니 참 좋았다. 결혼식날 가족의 예쁜 모습을 보는 건 확실히 신부의 소소한 만족이 되었다. 


가족들과도 사진을 찍고 이제 각자의 자리로 갈 시간. 신랑은 홀 입구에서, 나는 신부 대기실에서 하객들을 맞이했다. 사실 나도 홀 입구에서 부모님과 함께 하객들을 맞이하며 사진도 자연스럽게 더 많이 찍고 부모님들에게도 내 친구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었는데, 예식장이 작고 신부 욕심에 포토부스까지 설치해서 그냥 신부 대기실을 사용하기로 했다. 대기실에 있으니 하객들이 계속 끊임없이 들어왔다. 그 전에도 하객수를 미리 식장에 말해야 하는데 가늠이 안가서 어렵게 정했고, 그래서 당일날도 많이 올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무색하게 끊임없이 와줘서 정말 기뻤다. 헬퍼 이모님이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길래 하객이 이렇게 많냐고 정말 복받았다고 해주시는데 그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아빠의 손을 잡고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빠의 손이 축축했다. 딸은 하객들이 많이 와줘서 신났는데 딸을 시집보내는 아빠는 잔뜩 긴장하셨다. 딸을 시집보내는 아빠의 마음일까. 그렇게 아빠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사실 정확히는 긴장한 아빠가 너무 달려나가서 "아빠 천천히 가."라고 말했다는 건 안 비밀. 결혼식 당일도 삶은 계속된다.) 하객들에게 인사하며 길 끝에 서 있는 신랑을 보니 이제서야 진짜 실감이 났다. 나 이제 진짜 이 사람과 평생 하기로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서약하는구나. 부부의 예를 담은 첫 맞절은 그렇게 진심을 담아 인사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이제 진짜 나는 너를, 너는 나를 보살피며 성장하는 부부가 되어야 한다고. 서약 또한 한 마디 한 마디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읽었다. 사람들 앞에서 서약하는 이 순간이 여보에게 평생의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내가 지혜로운 아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혼인 서약을 한 후 아빠가 성혼 선언문을 낭독하셨다. 그런데 '신랑 ooo 군과' 까지만 읽은 후 그 다음 '신부 ooo 양은'을 읽지 못하시는 게 아닌가. 엄마와 나는 서로 눈물이 많아서 절대 울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아빠가 눈물을 보이실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실컷 메이크업샵에서 눈물 흘리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오면 뭐하나, 아빠의 눈물은 속절없이 내 얼굴에도 눈물길을 내버렸다. 아빠랑 그렇게 애틋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딸은 딸이구나 싶었다. 


결혼식은 우리가 평생을 서약하는 날이기도 했지만, 우리 부모님께도 자녀를 키우면서 평생 잊지 못할 이벤트가 되었으면 했다. 그래서 소소하게 식중 영상에도 가족 사진을 넣어 부모님께 감사 표현을 했고, 또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릴 때 미리 감사패를 준비해서 감사패 수여를 한 후 인사를 했다. 그 동안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잘 키워주신 만큼 우리도 함께 살아가며 그 사랑 계속해서 전하는 부부가 되겠다고. 결혼식에 감사패를 수여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부모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셨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중에 보니 양가 모두 그 감사패를 잘 보이는 곳에 두신 것을 보면 그래도 좋아하셨던 게 아닐까 싶다. 


결혼식 당일날 느꼈던 건, 우리가 정말 아무리 열심히 준비했더라도 이 결혼식을 완성해준 건 우리를 축하해주러 와주신 수많은 하객들이라는 것. 주말에 우리를 위해 이 귀한 시간을 내어 주셨다는 게 정말 너무 감동이었다. 앞에서 하객들을 바라보며 신랑과 함께 '우리가 살면서 우리 가족들과 우리의 사람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을 수 있는 날이 또 있을까', '우리가 앞으로 이 사랑을 계속 갚으며 살아야겠구나' 계속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우리의 결혼식을 위해서 미리 준비해준 가방순이, 사회, 축의, 축사, 축가를 맡은 친구들에게도 참 고마웠다. 결혼식을 하면서 정말 평생 이 은혜 갚으면서 살아야겠구나, 그리고 앞으로 새로 태어나는 가정들이 이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가능하면 결혼식은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서약한 것을 기억하며 우리 정말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정말 평생 다시 없을 고마움과 감동이 가득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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