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월씨 Oct 27. 2024

결혼식은 인간관계가 정리되는 곳이다?

청첩장 모임을 하며 느낀 단상들

결혼식 준비 중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건 청첩장을 전달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생각보다는 좀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다보니 그 동안의 인연들이 많아 청첩장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청첩장을 드리자니 부담스러운 건 아닐까, 청첩장을 안드리자니 서운하지는 않을까. 나에게는 한 명 한 명이 다 너무 고맙고 귀한 사람들인데 마음의 방향이 나와는 다를 수도 있을테니. 고민을 하다가 가능한 모바일로만 청첩장을 드리는 건 지양하고 청첩장을 핑계로라도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분들, 내 소식에 그래도 부담을 좀 덜 느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 위주로 전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청첩장을 전달할 명단을 추려서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연락했음에도 다들 반겨주시고 기뻐해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꼬박 한두달동안 매 주말 점심과 저녁으로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음에도 막상 사람들을 만나면 그 반가움에 힘이 났다. 그 동안 살면서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나는 복을 누릴 수 있었구나 싶었다. 자주 연락하지 못한 미안함도 함께. 


결혼식 이후, 고민하다가 청첩장을 주지 못한 분들에게서 소식 들었다며 연락 주신 분들도 계셨다. 그 연락이 어찌나 고맙고 미안하던지. 결혼식을 하면서 인간관계가 정리된다는 이야기도 보았지만, 청첩장 모임과 결혼식을 치르면서 고마움을 더 오래오래 간직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분명 결혼식을 앞두고 나는 날씬하고 예쁜 신부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현생이 바빠 시간에 쫓기듯 하다 보니 결혼식이 임박해서까지 계속 청첩장을 전달하느라 계속 맛있는 것을 먹은 행복하고 통통한 신부가 되어 있었다. 마사지의 힘도 빌려보려 하였으나 사람의 몸은 너무 정직해서 결국 최고의 몸무게로 결혼식장에 입장해버린 신부가 되고 말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