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결혼식 만들기
우리가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이야기했던 것은, 남들이 다 하는 결혼식을 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소소히 우리만의 것을 담아보자는 것이었다. 어떻게 할까 계속 고민을 하다가 해보게 된 첫 번째 도전은 클라이밍 웨딩 스냅 찍기. 우리는 클라이밍 크루에서 만났기 때문에 클라이밍 웨딩 스냅을 찍으면 좀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클라이밍 크루 행사 때 1시간 정도 일찍 와서 촬영을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취미로 사진 찍는 크루원들이 도와주기로 했었는데, 크루에서도 의미있게 생각해줘서 행사 당일 사진을 찍어주기로 한 작가님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구매한 촬영용 드레스를 입고 암벽화를 손에 들고 가니 크루원들이 환호해주었다. 종종 취미로 오던 클라이밍장이었는데, 이제는 신랑이 될 사람과 함께 드레스와 정장을 입고 함께 암벽화를 들고 있다니 기분이 새로웠다. 작가님한테도 우리한테도 클라이밍 웨딩 스냅은 새로워서 이런저런 포즈를 고민하며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다. 크루원들도 틈틈히 사진을 찍어줘서 재미있고 의미있는 사진들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작가님도 새로운 시도를 즐거워해 주시면서 사진을 몇 장 선물로 보정해 주셨다. 이 사진을 모바일 청첩장에 넣었더니 청첩장 모임에서 다들 신기해 하기도 했고, 취미로 만난 신랑이라니 부러워 하기도 하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다.
두 번째 도전으로는 청첩장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 당시 나는 취미로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우리의 스냅으로도 그림을 그렸는데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 물론 내가 그려서 내 눈에 괜찮아 보이는 걸 수도 있었겠지만, 막상 그림을 그리고 나니 욕심이 생겨서 그 그림으로 청첩장을 만들어 보았다. 청첩장은 본인이 직접 만든 사람들의 정보도 이미 인터넷에 많이 있어서 만들기는 어렵지 않았다. 만든 청첩장을 가족들과 신랑에게 보여주니 그대로 써도 되겠다고 해줘서 좀 더 용기가 생겼다. 우리 가족과 신랑, 시댁이 항상 나를 든든하게 지지해준다는 느낌을 결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계속 받았는데, 이 때 정말 많은 응원을 받았다. 출력한 청첩장을 손에 받아들고 나니 기성 제품만큼 완성도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우리만의 느낌을 담은 청첩장이 아닌가 혼자 생각해 보았다.
세 번째 도전으로는 본식 때 사용할 영상 만들기. 요즘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어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하게 되었는데, 하고 보니 결과적으로 우리가 결혼한 예식장은 영상 화질이 좋지 않아서 내가 만들기 잘했다(?)라고 생각했다. 우선 식전에는 똑같은 영상이 계속 반복되는 게 싫어서 따로 만들지 않고, 우리가 입장하기 직전 집중도를 위한 식전 영상 1개와 식중 영상 1개를 만들었다. 특히 식중 영상 때는 우리의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고 싶었다. 그래서 청첩장 모임을 하며 모은 사진들과 가족들의 사진을 함께 담아냈다.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우리들만의 힘으로 되지는 않았음을, 이 자리에 있는 많은 분들의 도움과 함께함으로 우리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음에 대해 감사하고 싶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결혼식에 대한 본질 중 하나인 함께함에 대한 감사를 꼭 담아내고자 하였는데, 그 마음이 하객들에게 잘 전달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역시 결혼식은 신부의 만족일까.) 조금이라도 잘 전달되었으면 좋으련만. 완벽할 수는 없으니 최선을 다하되, 못다한 감사함은 살면서 차차 갚아 나가자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