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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씨 Oct 27. 2024

퀘스트 깨기: 예약과 예약의 연속

끝없는 예약의 늪

결혼식 날짜가 정해지니 신기하게도 나머지는 정말 차근차근 다 정해졌다. 결혼식 날짜를 기준으로 D-며칠에는 스냅을 찍고, D-며칠에는 드레스 투어를 하고, D-며칠에는 청첩장일 찍고 등등. 내가 해야 할 일은 이 해야 할 목록에 있는 일들을 차근차근 하나씩 해 나가는 것. 점점 결혼식 준비가 게임마냥 퀘스트 깨기가 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우선 결혼식 당일을 위한 것들을 예약해야 했다. 내가 찾아본 곳에 연락했을 때 '아 저희가 그 날은 이미 예약이 되어 있어서요.'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결혼식 당일에 필요한 것들을 먼저 예약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이럴 때 주변 사람들의 경험담이 참 도움이 된다. 사진과 영상은 가격대가 좀 있더라도 포트폴리오가 탄탄하고 내가 결혼할 예식장에서 촬영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 예약을 했다. 하객들이 결혼식장에서 소소한 재미가 있었으면 해서 포토부스도 예약했다. 이 과정에서 결혼식 준비하는 커플들이 단골로 한다는 멘트를 나도 하게 되었다. '나 혼자 결혼해?'라는 멘트. 내 눈엔 분명 업체마다 사진과 영상의 색감과 느낌이 조금조금씩 다른데 왜 그게 신랑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걸까? 어쩔 수 없이 신부의 손이 참 많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신랑도 항변할 멘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스냅도 예약해야 했다. 스튜디오 촬영은 하지 않기로 해서 플래너를 통해 예약하지 못하고 직접 발품을 팔아야 했다. 신랑은 이 때도 스냅과 스튜디오의 촬영이 뭐야?라고 했다. 신부한테도 어려운 결혼식의 세계인데 신랑은 오죽 고생이 많았을까 싶다. 그래도 나도 결혼식이 처음이라 계속 찾고 있는데 나만큼 주도적으로 같이 찾아봐주면 안되나? 하는 야속함에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던 것 같다. 결혼 준비를 하면 많이 싸운다더니 이래서 싸우는 건가도 생각했다. 그래도 결혼 준비하면서 많이 싸우면서 화해하는 법도 좀 더 잘 알게 되고, 신랑도 찾아보려고 노력하게 되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앞으로 살면서 처음 하는 일이 한가득일텐데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서로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태도, 적극성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어느 문제는 한 사람이 리드하고 한 사람이 서포트를 하면서 해결할 수도 있고, 어느 문제는 두 사람이 모두 주도적으로 리드하고 의논하며 해결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명만 계속해서 리드하고 한 명은 묻어가려 한다면 평생 같이 걸어가기는 쉽지 않지 않을까. 다행히 신랑은 사진이나 영상과 같이 약간의 미적 감각을 필요로 하는 일 외에는 주도적으로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혼식은 정말 평생의 팀플 과제 중 첫 번째 과제를 해나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이 첫 번째 과제는 결혼식이라는 퀘스트도 있지만, 우리가 평생 팀플을 해 나갈 파트너로 서로 적합한가, 그리고 나 자신도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볼 수 있는 과제. 그리고 감사하게도 우리는 이 과정을 거쳐갈 수록 좋은 짝을 만났다는 신뢰를 쌓아갈 수 있었다. 참 웃기게도 이와 동시에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도 확인하는 시간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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