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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씨 Oct 27. 2024

드디어 정해진 결혼식 날짜

예식장 투어? 하루만에 끝냈어요!

요즘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결혼식장을 예약하는 것이라고 했다. 원하는 결혼식장에서 원하는 시간대에 예약하려면 1년 전에 해야 하기도 하고, 식장이 예약되어 결혼식 날짜가 정해지면 그에 맞춰서 결혼식 프로젝트의 일정이 꾸려진다고 했다. 이 말만 듣고 뭣도 모르고 엄마한테 신랑 소개도 안 시켜주고 당차게 결혼식장부터 예약한다고 외쳤던 철 없는 예비 신부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막상 결혼식장을 잡으려고 하니 세상에 결혼식장은 또 왜 이렇게 많던지. 인터넷으로 사부작 찾아보니 밝은 홀, 어두운 홀 등 원하는 홀 분위기가 있는 신부들도 많았고, 정말 꼼꼼한 신부들은 버진로드의 단차가 있는지 버진로드 길이는 얼마인지 등등 체크리스트로 정리해두기도 했다. 밝은 홀은 밝아서 이쁘고, 어두운 홀은 어두운 홀 대로 분위기가 좋은데 어떻게 고른담. 수많은 결혼식장을 다니면서 내 취향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볼 걸 하면서도 막상 다시 고민해봐도 잘 모르겠다. 다 예쁜 걸 어떡하란 말야, 생각하면서도 결혼을 여러 번 할 건 아니니깐 하나만 골라야 했다. 이 취향 외에도 보통 원하는 날짜나 시간대와 지역, 예상 하객수 등을 생각해야 그에 맞는 식장을 고를 수 있다고 하는데, 날짜나 시간대, 지역은 아무렴 상관이 없었고, 예상 하객수를 벌써부터 어떻게 알 수 있지? 의문만 가득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신랑과 어렵게 찾은 조건들은 귀한 시간 내어 와주시는 하객들을 위해 밥이 무조건 맛있을 것, 그리고 교통과 주차가 편한 곳이었다. 플래너님께 말씀드리니 조건만으로는 추리기가 어렵다고 하셔서 상의한 결과 서울 내에서 식장 금액대가 높지 않은 지역구 쪽에 있는 식장 군데를 추천해 주셨다. 


그렇게 간 첫 번째 예식장은 여러모로 마음에 들었다. 지하철역에서 나오면 바로 앞에 있었고, 밥이 맛있어 보인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상가 건물 안에 있긴 했지만 예식장이 한 층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어서 우리 예식 시간대에는 우리 하객들만 있을 것 같은 점도 오케이. 무엇보다 예식홀과 피로연장의 동선이 가까운 아담한 구조가 하객들에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두 번째 예식장은 공간도 넓고 밥이 맛있었지만 홀이 두 개여서 하객들이 결혼식 전후에 복잡하게 느끼지 않을까 하여 패스. 세 번째 예식장은 기존에 우리가 가 본 적이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을 때 첫 번째 예식장이 여러 면에서 좀 더 마음에 들어서 전화로 양해를 구하고 첫 번째 예식장에서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결정과 결정의 연속인 결혼식 준비 과정, 그 중에서 예식장 투어는 하루만에 속전속결로 결정을 내리며 우리의 결혼식 날짜와 장소가 정해지게 되었다. 


결혼식장을 정하기 전까지는 막연하게 '그래, 결혼하자!'하는 느낌이었는데, 결혼식장을 정하고 나니 '우리가 정말로 결혼하는구나'하는 실감이 났다. 내년 이맘 때쯤엔 남자친구 여자친구에서 신랑 신부, 남편 아내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신기했다. 앞으로 우리는 이런 결정을 수백, 수천 가지를 내리게 되겠지, 생각하니 결혼식 준비도 좀 더 지혜롭게, 우리답게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아참, 그리고 날짜와 시간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우리가 선호하는 시간대나 날짜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정했느냐 한다면, 일단 우리가 간 곳의 성수기 날짜와 시간대의 가격대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짧은 연애로 결혼을 결심한 만큼 결혼 준비 과정을 통해 서로를 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식장에서 자리가 있다고 알려주신 성수기 날짜가 마침 딱 1년 뒤여서 그 날짜로 정한 것이었다. 취향이나 선호도가 이렇게나 없는데 우리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 하면서도 그만큼 무던하게 해나갈 수 있겠지, 라고 하며 서로의 어깨를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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