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준비의 첫 번째 결정, 플래너와 스드메 고르기
똑같은 옷이라도 저렴한 옷이 있고 비싼 옷이 있는 것처럼 소비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이런 소비의 정점은 결혼식이 아닐까. '인생에 단 한 번 뿐'이라는 말로 현혹하는 게 너무 많은 시장. 가격대도 천차만별, 상품도 천차만별, 어느 선에서 타협을 해야 할 지 결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시장이 결혼식인 것 같다. 그런데다 준비해야 할 것은 또 어찌나 많은지. 그래서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어떤 커플은 전우가 되기도 하고, 어떤 커플은 각자의 길을 결정하기도 하는 것 같다.
우리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서로 바라는 것을 공유하고 현실을 먼저 인지하기로 했다. 우리는 결혼식 하루를 위해 큰돈과 시간을 소비할 여유는 없는 K-직장인들이었다. 그리고 그나마 다행이라면 나는 결혼식에 크게 로망이 없는 예비 신부라는 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결혼식의 본질을 먼저 생각해보기로 했다. 결혼식이라는 것은 우리에게는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우리의 소중한 사람들 앞에서 알리는 날이자 우리 부모님께는 그 동안 자녀들을 잘 키운 노고를 축하받고 자녀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주는 날이 아닐까. 삶에서 완벽한 순간이 없듯 결혼식도 우리 방식대로 잘 준비하되 완벽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또 생각한 것은 결혼식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중요한 것과 좀 덜 중요한 것은 뭔가에 대해서였다. 나는 사진과 영상이 잘 남길 바랐다. 그 날은 우리도, 가족들도, 하객들도 모두 예쁘게 차려입고 올텐데 그 시간들을 잘 남기고 싶었다. 결혼 사진은 스튜디오보다 자연에서 찍은 자연스러운 스냅을 원했고, 신랑은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우리의 방향이 정해졌으니 결혼 시장을 잘 이용해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웨딩 플래너들이 확실히 결혼식을 준비한 경험이 많을테니 플래너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결혼식 당일에 금액을 많이 쓰지 않길 원한다는 의사를 들은 플래너님은 나의 취향을 이것저것 묻기 시작하셨다.
"신부님은 그럼 가격대를 어느 정도까지 생각하고 계세요?"
"그 가격대가 보통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까지 가는거에요?"
"신부님은 비즈, 실크, 레이스 중 어느 걸 더 좋아하세요?"
"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다 이뻐서..."
다시 생각해봐도 플래너님이 고생이 참 많으셨고, 나는 정말 결혼식에 로망이 단 하나도 없는 예비 신부였다.
그래도 전문가답게 플래너님은 가성비 드레스샵과 메이크업샵을 추천해주셨다. 후보군이 추려지니 결정도 빠르게 내릴 수 있었다.
플래너님은 우리에게 결혼식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의 리스트와 대략적인 예산표를 알려주셨다. 결혼 준비를 하면 굉장히 바쁠 것이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갈 길이 구만 리다. 남들이 다 하는 결혼식 안에 우리의 색채를 살짝쿵 넣는 건 가능한 일일까? 이렇게 해도 우리에게 의미있는 날로 기억이 될까? 점점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