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가 예비 사위, 예비 며느리를 맞이하는 방법
양가가 모두 경상도에 있어서 토요일은 신부 부모님께, 일요일은 신랑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기로 했다. 일정이 안맞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감사하게도 양가 부모님 모두 이 일정을 우선으로 생각해주셔서 수월하게 조율할 수 있었다. 처음의 대화가 어려웠을 뿐, 실마리를 찾고 나니 조율이 원만하다. 양가 부모님께서 그만큼 많이 배려해 주신 덕분이기도 했을 것이다.
기차에 내리니 우리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신나서 손을 흔드는 딸 옆으로 90도로 꾸벅하는 예비 신랑을 처음 본 부모님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아직 부모님의 마음까지는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일단 지금 내가 챙겨야 하는 건 본인의 결심으로 나의 가족이 되기로 결심한 예비 신랑이니까 예비 신랑의 반응을 살폈다. 아빠 차를 타고 식당으로 가는 길,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긴장한 신랑의 손을 조용히 꼭 잡았다. 우리 부모님도 살짝 긴장한 느낌이 들었다. 딸의 친구들을 많이 봤는데 사위는 또 다른 느낌이었을까. 그래서 내가 열심히 재잘거렸더니 예비 신부가 그렇게 촐싹맞아서 어떡하냐는 엄마의 한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와 아빠 눈에는 내가 아직도 아기같을까.
식당에서도 나를 제외한 우리 부모님과 예비 신랑의 긴장이 느껴졌다. 우리 부모님인데도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나도 덩달아 어색하고 긴장되는 느낌이었다. 우리 부모님이 나를 낳고 키우시면서 처음으로 엄마와 아빠가 되었듯 딸을 시집보내는 경험도 처음이고 모르는 사람(?)이 찾아와서 딸과 평생 살겠다고 하는 것도 처음일테니. 이런 자리에선 내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말을 건넸다. 부모님 말씀으로는 안그래도 철부지 같은데 더 철부지 같아 보였을까. 쉬어버린 목소리는 덤으로 얻었다. 신랑은 먼저 버스를 타고 신랑 본가로 향했고, 나는 집에 돌아가 부모님과 신랑 첫 인상이 어땠는지 못다한 이야기들을 더 나누었다.
다음 날, 드디어 처음으로 시부모님을 뵈러 가게 되었다. 가는 길에 왜 내가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정을 내렸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결혼을 결심한 계기 중 하나는 신랑에게서 전해들은 시댁의 분위기였다. 신랑은 한 번도 어머니한테 맞고 자란 적이 없다고 했다. 아들을 키우면서 매 한 번 들지 않기 쉽지 않을텐데 매 한 번 들지 않고 아들을 바르게 키우신 부모님은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또 하나는 명절 때 가족이 다함께 명절 음식을 한다는 점이었다. 시부모님이 되실 분들을 처음 뵙는 자리가 긴장되기도 했지만 어떤 분들이실 지 궁금하기도 했다. 신랑 부모님들께서는 따뜻하게 우리를 맞이해주셨고, 특별히 어려움 없이 무난하게 대화하며 첫 만남을 마무리했다.
서로의 가족을 뵙고 오면서 우리는 이제 진짜 새로운 가족이 될 준비를 하는구나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각자의 가족을 뵙고 또 각자 겪었던 가족을 회상하면서 가족이란 뭘까, 우리는 어떤 가족을 만들어가고 싶은 걸까 대화하다보니 어느 덧 기차는 서울에 도착했다. 이제 새로운 가족을 선포하기 위한 결혼식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