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신부의 깜짝 이벤트
신랑이 두 번 프로포즈를 하기 전에 나도 신랑에게 뭔가 이벤트를 하고 싶었다. 그래도 나름 깜짝 이벤트의 여왕이었는데, 가장 사랑하는 신랑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가장 처음 생각했던 것은 사진전이었다. 원래 프랑스식 결혼 다음으로 하고 싶었던 결혼 방법으로 사진전을 생각했었다. 귀한 시간을 내어 와주신 하객들을 정신없이 맞이하는 게 아쉬워서 하루 갤러리를 대관하여 우리가 연애했던 사진과 영상들을 전시하고, 그 전시회에 하객들을 초대하여 하객들과 시간을 보내는 결혼식. 하객들은 전시회날 자유롭게 와서 신랑신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근처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한 끼 하고 가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역시 이런 결혼식도 일반적인 결혼식은 아니어서 직장을 다니며 준비할 자신은 없었다. 그렇다면 신랑을 위한 이벤트로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찾아보니 마침 프로포즈 전시회를 위한 대관 장소가 있었다. 대관료와 프로포즈를 준비하는 비용과 일정 상담까지 받았지만, 그 당시 한참 결혼 준비를 하던 나의 자금 사정으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사실 내가 이런 준비를 했다는 것을 아직까지도 그는 모르고 있다.)
그래서 대신 준비했던 것은 첫 번째로 결혼식 당일날 식중 영상으로 편지를 쓰는 것. 신랑은 완성된 영상 중 절반 정도만 미리 봐서 내가 뒷 영상을 더 만들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결혼식날 식중 영상이 재생되고 마지막에 신랑을 위한 영상이 나오니 깜짝 놀라서 "이거 언제 준비했어?"라고 물어보았다. 한껏 기뻐해주는 신랑을 보니 괜시리 뿌듯했다. 이 날을 위해 신랑이 했던 소소한 재미있는 멘트들을 다 캡처해놨지!
그리고 두 번째 이벤트는 결혼식 후 신혼여행 떠나기 전에 간 호텔에서 준비했다. 호텔을 예약하면서 미리 호텔 측에 '결혼식을 하고 신혼여행 떠나기 전에 투숙하게 되었는데 신랑을 위해 이벤트를 하고 싶은데 방법이 있는지'를 여쭤보았더니 '하고 싶은 멘트를 말씀해주시면 메세지 카드와 함께 간단한 간식을 준비해 놓겠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게 내 두 번째 이벤트야'라면서 앞으로 잘 살아보자는 메세지를 전달드렸다. 결혼식을 마치고 호텔 문을 여니 가운데 테이블에 메세지 카드와 함께 와인과 초콜릿이 함께 놓여 있었다. 언제 또 이런 것을 준비했냐며 행복해하는 남편을 보니 준비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살면서 또 이런 깜짝 이벤트 한 번씩 준비해줄게!
결혼식은 끝났지만, 결혼식 날의 행복한 기억을 양분삼아 우리는 계속 살아가고 있다. 결혼식 단 하루인데라고 생각했던 로망없는 신부는 오히려 그 결혼식날을 세상에서 가장 기쁘고 감사하고 의미있는 날로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