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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 Nov 29. 2022

[선물도, 케이크도 많을 수록 좋아요]

이번 주는 '그녀(는 나의 딸이다.)'의 생일 주간이다. 우리집 6살 언니가 된 그녀는 몇 주 전 부터 받고 싶은 생일선물을 계속 계속 얘기했다. 준비한 선물을 몰래 포장해 두고, 드디어 오늘을 파티의 날로 정했다. 점심 때 파티를 진행할 거라 케이크는 오전에 사러 가기로 했다.

요즘 그녀는 무엇이든 직접 고르고 싶어 한다. 선물도 휴대폰으로 직접 보고 골라주고, 케이크도 원래는 새벽배송으로 주문하려고 했지만 휴대폰을 보더니 마음에 드는 케이크가 없었던 그녀.. "좀 더 화려한! 케이크면 좋겠어!" 라는 말에 갈 곳이 머릿속에 딱 떠올랐고, 오전에 데이트겸 다녀오기로 했다.


그렇게 그녀와 차를 타고 한참을 가서 화려함 그 자체인 베이커리로 들어갔다. 입구부터 그녀가 좋아하는 하트모양 불빛과 빨간 새(bird)가 우리를 맞아주었고, 반짝이고 꽃들로 가득한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의 눈도 같이 빛나기 시작했다. 어떤 케이크를 고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제일 마음에 드는 케이크를 고르고, 오늘은 생일이니까 머랭쿠키와 귀여운 초콜렛까지 가득 담아왔다.

이 베이커리에 내가 처음 간 게 언제였더라? 정말 많은 종류의 케익과 빵을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고, 예전에 일했던 사무실 근처이고, 이 곳 또한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여는 곳이었어서 꽤나 자주 갔었다. 지금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티세리를 찾기 전 까지는 중요한 날 홀케익을 사야 할 때마다 들렸던 곳. (지금도 홀케익을 미리 주문하지 못했거나, 오늘처럼 급하게 케익이 필요할 때 종종 찾는 곳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도착하고, 선물 증정식과 케이크를 먹기 위해 빨리 점심을 먹었다. (주인공은 케이크니까!) 화려한 케이크에 초를 꼽고 노래를 부르고 후 하고 불었다. 이제 케이크는 생일 날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존재가 되었지만, 생일 케이크를 먹을 때마다 생각 나는 어렸을 적 에피소드가 있다.


내가 몇 살 생일 때였을까? 그 때는 케이크를 먹고 싶어도 생일이 아니면 먹을 수가 없었다. 어렸을 때도 디저트와 빵에 진심이었던 나는, 선물도 받을 수 있고 달콤한 케이크를 먹을 수 있었던 생일날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생일날이 되었고 엄마랑 집에 오며 설탕으로 만들어진 귀여운 장식들이 올라가 있는 하얗고 예쁜 케이크를 사고 아빠의 퇴근만을 기다렸다. '아빠가 빨리 와야 초도 불고 빨리 먹을텐데!' 아빠가 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와!" 하고 달려갔는데 어라? 아빠의 손에도 케이크가 들려있었다! 엄마와 아빠가 뒤에서 "뭐야 내가 케이크 산다고 했잖아" "그랬어? 당신이 사는 줄 몰랐지"라는 얘기를 하는데, 엄마 아빠 목소리는 점점 귀에서 멀어지고 두 개의 케이크에 내가 빨려 들어가듯 케이크들이 점점 클로즈업 되었던 그 순간. 게다가 아빠는 초코케이크를 사왔다니. 세 명의 단촐한 식구라 두 개의 홀 케이크를 다 먹을 수 없었던 우리는 결국 케이크를 잘라 옆집과 이웃집에 벨을 누르고 나눠주었던 것으로 그날의 에피소드는 마무리된다. 그래도 그날, 약간 차가운 공기를 머금고 돌아온 아빠 손에 들려 있던 두 번째 케이크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 나는 내가 참 좋아하는 장면이다.


케이크에 꼽힌 6개 초를 후~ 하고 불더니 딸기만 쏙 먹고 생일 선물 풀기에 급했던 그녀를 보며 달콤한 딸기 케이크를 한참이나 먹었다. 선물도 케이크도 많을 수록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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