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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 Nov 28. 2022

[새벽에 만난 초승달 두 개]

나는 (강제적) 아침형 인간이다. 업무 시간은 8시~5시, 집에서 회사까지는 대중교통으로 1시간, 여유롭게 가는 게 좋아! 1시간 반 전에 출발해서 7시 좀 넘어 도착한다. (너무 여유롭잖아요..) 이런 루틴이지만 배가 고프면 현기증이 심한 나란 인간은, 아침에 먹을 디저트나 빵을 미리 시켜 두고 출근 후 회사에서 먹는다.


로봇처럼 움직이는 이런 일상에도 가끔 에러가 생길 때가 있다. 분명 어제 새벽 배송으로 빨미까레와 바스크 치즈 케익을 시켰는데 왜 때문에 문 앞에 나의 아이들이 없는 것인가? 다시 어플에 들어가 보니, 2월 28일 새벽 배송이 아니라 3월 1일 새벽 배송이었다! 일단 출근이 급하니 빨리 길을 나선다. (사실 급한 시간은 전혀 아니지만 괜시리 쫓기는 느낌이 싫다.)


요즘 출근길에 매일 들리는 회사 앞 카페가 있다. 회사가 새로운 곳으로 이사 온 지 3주쯤 되었는데, 불과 이틀 만에 근처에서 제일 맛있는 카페를 찾았고,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게 되었다. 아침에 아메리카노 1번, 점심 먹고 아메리카노 1번, 많을 때는 회의용 음료까지 사러 여러 번. (가끔 일하시는 분이 웃으며 물으신다. “오늘 회의 또 있으세요?”) 내가 좋아하는 산미가 있는 원두를 선택할 수 있는 데다가, 일하는 분들이 너무 좋으시다! 아침에 들러서 커피를 사면 기분까지 좋아지는 느낌. (물론 개운한 아침 이후엔 곧 지옥으로 들어간다)


일단 오늘의 먹을 거리는 없지만 좋아하는 카페에 들러서 커피를 주문했는데, 바리스타 분이 밖에서 트레이에 갓 구운 빵을 담아 가져오셨다. 

“어? 어디서 가져오시는 거에요?”

“아, 2층에 사무실이 있어요” 라며, 

커피와 함께 귀여운 미니 크로아상을 두 개나 봉투에 넣어 주셨다.


Croissant은 프랑스어로 ‘초승달’이다. 아마 머릿속에 그려진 대로, 초승달과 같은 모양의 빵이다. 사실 ‘초승달’이라고 하기엔.. 좀 통통함에 있어서 초승달과 반달 사이쯤은 되어야 부풀기도 적당하고 맛있는 크로아상이겠지만.. 어쨌든 귀여운 이름의 맛있는 빵이라고 생각한다. 겹겹이 들어간 버터, 겉은 바삭 하면서 적당한 촉촉함이 있는, 고소하면서 달달한 그 맛! 어떻게 보면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푸슉 들어가는 식감 때문에 배부른 느낌의 빵은 아니지만, 어찌 배부르기 위해서만 먹겠어요, 맛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아무튼 뜻밖의 선물로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눈물 한 방울 훔친, 따스한 아침이었다. 

사무실 앞 한 골목 안에 작은 카페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도 최애 카페 여기만 간다. 사람들도 다 그 맛을 알아서 작은 카페들 중 줄이 제일 길고 점심 시간에도 문 밖까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 있어도, 여기만 간다.


덕분에 오늘은 조금 덜 지옥인 것일까?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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