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공동체, 그 가능성
시간을 거슬러 06.
막심 고리키 작품 '어머니'는 1908년 당시 러시아에서 실제 있었던 여러 사건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책이 나왔을 때 러시아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가 술렁거렸는데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강한 주제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읽을 수 없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1세기 전, 자식을 향한 어머니 마음과 겹쳐지는 이 땅에 어머니들 모습을 발견합니다.
막심 고리키는 평범한 어머니가 어떻게 진정한 혁명가로 변화하는 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는 채 살아왔죠. 그저 내 가족을 돌보며 자신에게 닥친 불행한 현실은 개인적인 문제라고만 생각했답니다. 어머니는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지 않고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죠. 이런 어머니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불의와 맞서는 아들의 존재로 사회 부조리와 모순에 눈을 뜹니다.
사회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갖게 된 어머니는 점차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아들을 대신해서 용감하고 당당하게 사회적 불의에 항거합니다. 책 속에 어머니는 개인적인 이익이나 행복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에게 사랑과 일체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말해 줍니다. 언론이 죽은 한국 사회에서 개인적으로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부의 야만성을 결코 응징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인간관계를 사물과 사물에 관계로 전락시키고, 인간 주체성을 상실시키며 끝내는 자기 자신을 소외시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관료 조직의 집단적 이해관계들로 생명 가치는 스러져갔습니다. 국민에 의해 세워진 정부가 내 삶을 위협하고 있는 시간 속에서 철저하게 소외당한 거죠. 국가 존재 이유를 의심하게 되며. 개인 삶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회적 관계는 와해되어 버렸고, 회복은 요원해 보입니다.
고의적으로 국민 생명을 방관한 정부는 범죄를 저지른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인류에게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있을 수 없습니다. 나쁜 정부는 통치를 하면서 공공 영역보다는 개인의 사유화에 온통 신경을 모으게 되는 사회 풍조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건강한 사회의 적은 바로 도덕적으로 타락한 탐욕스러운 사회지도층의 권력 남용인 것입니다. 그들은 이타주의, 관용, 결속, 책임감 등 도덕적 정서를 마비시켜 버립니다.
'세월호참사'는 권력과 자본에 종속된 언론들이 꼭두각시로 전락한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인간적인 양심 타락에 분노와 슬픔의 표현조차도 두려움으로 떨게 되는 작은 개인들이 위태롭게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땅에는 참담한 현실에서도 인내와 헌신을 다 한 어머니들이 지켜준 소중한 가치들이 이어져 왔죠. 선의들이 모인 공동체를 위한 온유한 한국 정서는 잘못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한국인 기질 중에 가장 큰 특징은 '선함'과 '강인함'입니다. 절망적 이리만큼 학대받지 않는 한, 늘 평화롭고 남을 해치지 않는 사람들로 고난의 역사를 보내왔습니다. 착하고 순박하다가도 위험이 닥치면 무섭게 일어서는 용감한 사람들이기도 했지요. 얼핏 보면 바보 같은데 선한 사람들이 바로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수 세기를 거쳐 이러한 문화적인 정체성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바로 이 땅에 우리 어머니들의 강인 함이죠.
어머니들이 물려준 강인함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돌봄 공동체를 향한 우리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죠. 2014년 대한민국은 사회적 약자들과 검은 바닷속에서 죽어간 영혼들의 원통함을 함께 가슴에 새기는 어머니들의 통곡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돌봄 공동체가 가능한 사회로 변화할 수 있게 우리 의지와 강인함이 무책임한 정부를 마주할 때입니다. 우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2014. 7. 14. 막심 고리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