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김현미
색 보정으로 책 속에 담긴 삶을 표현해 본다. 사진의 비밀을 알고 나면 허허롭다. 삶도 그러하기에 너무 애쓰면서 살아온 어느 시절은 그것대로 담아둔다.
내 눈에만 보이는 유리병이 시절마다 있다는 것, 유리병을 만질 때마다 차갑게 감각을 일깨우고 가슴 깊이에서 따스해진 기운으로 어루만진다. 아슬아슬하다.
가끔은 차갑게 산다는 것.
그 많은 페미니즘 이야기를 접하면서 다양한 제목으로 출간한 책에서 조금 더 가까이 마주하게 되는 페미니즘 이야기. 어려운 시절에 만난 이 책에서 큰 위로와 고단한 경험들을 내 것으로 정리할 기회를 가진다.
저자가 말하는 페미니스트로서의 대안적 라이프스타일은 거창하지 않다. 각종 미래주의의 불안에서 거리 두기를 조언한다. 일상에서 거리 두기가 쉽지는 않지만, 마음에 새기다 보면 세월만큼 자연스럽게 축적되기도 하는 습관 같다.
내 몸과 마음에 익숙하게 스며 들어와 낯설게 바라보는 삶은 나와 타인에게도 거리 두기를 가능하게 해 준다. 어떤 일을 선택해서 할 때 자율성을 발휘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다시 배열해 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때로는 따뜻하게 사는 것.
공동체 가치로 모아지는 삶의 가치는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그저 숨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온전하게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을 일상에서 발견하면서 창조와 분배, 소비가 가능한 먹고살기 공동체는 서로 지원해 주고 바라봐 주는 일이기도 하다.
다른 길에 서 있던 여럿이 걸어가다 교차하는 삶의 한 점에서 만나기도 한다. 같이 음식을 나누고 내 앞에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관계성은 살아난다. 인간으로 실재하는 시간을 만들어 갈 때 노동은 아름다운 일로 변화 가능성을 가진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다면 이 책이 건네는 저자의 말에서 어느 정도 안심하는 나를 만날 수 있다.
가까이 내 삶을 그저 바라보고 있는 벗들에게 책을 읽어가는 동안 발견한 얼굴들을 떠올리며
책장을 열면 펼쳐지는 여백의 종이에 글을 적어 넣는다.
“책 속에서 그대를 발견해.”
이 문장을 담아 건넬 벗들을 다시 마주할 날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루 끄트머리를 채우고 있다. 납작하게 살아내기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끊임없이 내뿜어 대는 내 손안에 쥐어진 네모에서 거리 두기로 시작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깨에 둘러 맨 가방은 묵직하다. 언제든 쉽게 떠날 수 있는 나를 다시 떠올린다. 커다란 가방을 무릎에 올려두고 버스 뒷자리에 앉아있던 내가 선명하게 드러내며 말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