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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우 Dec 29. 2023

글쓰기가 피곤하다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김은실 엮음

 현실은 저만치 떨궈놓은 채 팬데믹과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이 책 저자들은 공론장의 기능을 모색한다. 다양하게 접근한 13편의 글에서 많은 생각을 한다. 대개는 느낌표로 작동을 하는데 이 책에 접근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물음표에는 답이 없다.       

 

 목차를 읽다 보면 한국 사회에 위치한 '여성'과 '소수자' '사회적 약자'를 만난다.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는 어떤 가치가 투영되어 있는가? 나는 그 가치를 공감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 누구에게도 이런 질문을 할 수 없는 나는 혼자 묻고 답한다.     


 2015년 이후 페미니즘의 대중화로 다양한 목소리가 논쟁과 갈등을 지나고 있다는 프롤로그부터 사실 나는 물음표를 떠올리고 있다. 지나온 세월과는 다른 형태로 대중성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 대중에도 세대와 성별로 나뉜 구분은 확실하다.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대중성도 SNS에 한정된다고 본다. 그 접속조차도 그들만의 사용 공간이다.

    

 청년 세대가 줄어들어 일상에서 그나마 중장년과 노년층을 접하기 쉬운 지역에 위치한 채 할 말은 하고 지나가는 내 페미니즘 언급은 결국에는 뒷담으로 다시 내게 돌아온다. 도대체 어떤 매체들로 얻어 놓은 정보인지 굳이 묻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입장을 둘러보려는 마음을 쓰다가 스스로 지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페미니즘은 정치적이다. 내게 페미니즘은 삶을 관통하는 이름이다. 현재 가장 뼈저리게 만나는 것은 '언어 결핍'이다. 한국어로 표현하려면 20세기부터 이어진 관습과 정형화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유하기가 어렵다. 각 세대 구분으로 드러나는 사용하는 말은 고정관념에서 시작된 편견으로 작동한다.     


 외국어를 적당히 사용해 표현하는 일이 더 쉽게 일상을 이끌어간다. 특히 SNS에서 자주 사용하는 축약어와 신조어 문제, 짧은 영상으로 대체되거나 카드 뉴스, 책 읽기보다는 요약에 분석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문장의 맥락은 쉽게 지나치거나 사라져 버린다. 어떻게 말해야 대상을 향한 내 이야기가 적절하게 그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을지.

     

 국어사용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뉴미디어 시대에 더 크게 다가온다. 그 한가운데 '페미니즘'이 있다. 문제의식 없이 사회학습을 통해 사용해 오던 언어의 부작용을 거두어낼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떠오르는 방법은 내 머리로 알아차리는 게 우선이었다. 개인이 얻고 발휘해야 가능한 책 읽기에서 책 읽는 사회로 나아가는 가능성이다.    

  

 적어도 낙인처럼 요지부동한 언어 학습에서 벗어날 방법은 교육이었다. 그 교육이 변하지 않는다면 결국 무한 반복되는 시대착오. 시대정신을 알지 못한 채 감옥에 갇힌 말로 잘못 사용하게 되어 개인 간 소통을 방해한다. 공감하는 사회는 소통이지만 우리는 접촉보다는 접속에 익숙한 사회를 살아간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포스트 코로나로 이어가는 현재 한국 사회 담론은 아래로 내려가다 못해 주저앉았다. 이런 시대 상황에서 책이 건네는 위안과 평상심 유지와 날카로운 지성 발휘는 온라인으로 대체되지 않는다. 개인주의에 머물러 행복하기를 욕망하는 마음에서 똑같은 사람은 없다. 내 안위가 우선이다.    

 

 개인이 가진 선의가 왜곡되고 이타심이 조롱받는 사회에서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지극히 현실 문제 앞에서 다양한 상황에 놓인 사람 중에서 여성으로 불리는 내가 놓여 있다. 이쯤이면 책을 읽고 알아가는 현실과 내가 놓인 현실과 도대체 평행 우주에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상상으로 글쓰기가 피곤해진다는 점이다.     

  

 자신이 시민이 아니라 여성으로만 ‘취급’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은 페미니즘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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