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반에서 몇몇 학생들은 열심히 내 수업에 집중했다. 질문도 하고 학업에 열정적인 학생들이 있어 힘을 받으며 열정적으로 수업했다. 하지만 다소 여유로운 학생들의 학습 태도에 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소리쳤다. 그랬더니 S가 내게 몰래 와서 말한다. “선생님, 저희도 선생님 기대치 맞추기 위해 정말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고 있어요. 애들 이 정도로 수업에 참여하는 과목 별로 없어요. 그러니까 선생님도 조금만 기대치를 낮춰주세요. 이상적인 교실모습을 꿈꾸고 오신 게 많이 느껴져서 우리도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하하하” 그렇구나. 너희들도 힘들었겠구나.. 나 혼자 좌절하고 힘들고 애쓰고 있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혔지 우리 학생들도 애쓰고 노력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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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했다. 학생들은 생각안하고 내 감정만 생각하고 힘들다고만 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S학생 덕분에 나도 우리 학생들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고 서로 적응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조금은 내려놓는 방법을 연습했다. 나도 교사생활은 처음이라 어떻게 교사의 모습으로 갖춰야 할지 항상 고민했고 학생들과 소통하며 교사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과 모습을 하나하나 배우려고 노력했다. 학생들이 선생님으로부터 배우는 것도 맞지만 교사도 학생들로부터 배우는 게 참 많다. 이때부터 나는 학생들에게 생각하지 못한 영역의 다양한 것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노력하며 애쓰던 중 방과 후 수업을 맡게 되었다.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방과 후 수업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자격증 취득!’ 참 별거 아닌 듯 보였는데 이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우리는 3달 가까이 기초부터 공부했다. 처음에는 공부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지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각각 학생들의 수준 별로 차근차근 공부하게 지도했다. 열명 넘는 학생들 모두가 수업 끝나고 6시 넘어서까지 매일매일 남아서 문제 풀고 수업 듣고 공부했다. 정규 수업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가르침의 보람을 방과 후 수업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학생들은 매일 장기간동안 진행되는 방과 후 수업에 괴로워했지만 난 매일매일 방과 후 수업만을 기다렸다.
지금도 방과 후 수업 학생들과 이야기하면 나도 그립지만 제자들도 참 그립다고 말한다. 내가 그리워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제자들도 그립다고 하니 참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함께 몇 달간 공부했던 학창시절 때의 추억 속에 나도 있다니 감사한 마음도 든다. 성취의 기쁨보다는 실패의 좌절을 많이 느껴봤던 학생들이었다. 목표를 세우고 혼자가 아닌 ‘함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을 제공해 주는게 나의 목표였다. 자격증 취득은 표면적인 목표였지만 난 부수적인 목표가 있었다. ‘성취감을 맛보면 실패에 좌절하기 보단 도전하는 마음이 든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2명의 학생은 한번에 자격증 취득을 못했지만 나머지 공부했던 학생들은 자격증을 바로 취득했다. ‘성공이다! 성공! 이정도면 우리 모두 목표를 달성했어!.’ 매번 방과 후 수업 듣기 싫다며 운동장에 나가 방황하던 K도 합격했다. 처음에 가장 힘들어하던 K였지만 “선생님 저도 이제 이 문제 설명할 수 있어요! 오… 신기해요..”라며 자신의 실력 상승에 신나서 말하던 K였다. 나도 뿌듯했다. 이 경험 덕분인지 K는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대학진학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졸업 후에도 매년 수능시험에 응시한다고 학교에 왔는데 올때마다 1등급씩 올려 나타났다. 대견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수험생활을 지속하는 K가 자랑스러웠다. 방과 후 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부하던 그 모습대로라면 K는 지금 목표하는 대학에 진학하여 꿈을 이뤘을 거라 확신한다.
학생들이 지칠 때면 모두가 자격증 취득하면 짜장면을 사준다고 동기부여를 심어주었다. 짜장면 소리만 들으면 좋아하며 ‘나만 시험 합격이’ 아닌 ‘너도 함께 시험을 합격’해야 한다며 서로를 멘토-멘티처럼 가르치며 공부하던 학생들이었다. 그 동안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대견하여 전원 합격은 못했지만 짜장면을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선생님 저희가 오히려 감사하죠. 저희가 사드려야 할 것 같은데. 괜찮아요”라며 거절하던 방과후 멤버들. 자신들의 노력에 대한 성취감과 기쁨보다 선생님께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었던 속 깊었던 방과후 제자들이 너무 그립다.
이때의 경험은 내 교직생활에도 많은 교훈과 배움을 주었다. 학생들에게 꾸준하게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교사가 옆에서 지도해준다면 학생들은 느리지만 천천히 길을 걷고 성취를 하게 된다는 것을. 작은 성취감의 경험을 제공해주는 교사가 되어야 함을. 지금은 이들 중에 교사가 되겠다는 녀석들도 있고, 벌써 취업을 하여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번듯한 직장인들도 있다. 그때 애썼던 우리들의 모습은 서로의 인생에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고, 짜장면보다 더 값진 인생에서 필요한 선물을 받은 건 아니었을까? 그래도 이제는 그때 못 먹은 짜장면을 우리 방과후 멤버들과 먹고 싶다. 우리 언젠간 다 같이 모여 함께 짜장면을 먹는 날이 오겠지? 애들아! 언제든지 연락하렴. 기다릴게. 짜장면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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