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개복치를 소개합니다
우리 집 둘째 별명은 개복치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마음의 상처를 받고 눈물을 보이는 아이를 보며 남편이 지은 별명이다. 예측할 수 없는 타이밍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삐지고 토라지는 아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과 나, 그리고 날 닮은 첫째. 셋이서 알콩달콩 만들어 온 세상에 이 작은 꼬마 아이 하나가 비집고 들어오며 균열을 일으켰다. 나도 남편도 그렇지 않은데. 첫째도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대체 이 아이는 누구를 닮은 생명체란 말인가.
나의 육아 방식이 전부 부정당한 기분이었다. 내가 읽은 것들, 배운 것들, 첫째에게 통했던 많은 방법들이 통하지 않았다. 이유식을 잘 먹지 않아서 만 2년 동안 모유 수유를 했다. 유기농 채소로 힘들게 만든 이유식은 단 한 숟갈도 먹지 않고 뱉기 일쑤였다. 이유식을 한 번도 사 먹이지 않고 만들어 먹이며 아이를 키웠다는 나름의 자부심도 이 아이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내가 만든 이유식이 맛이 없나 싶어 시판 이유식도 사보았지만 실패. 입에 넣는 것이라곤 삶은 감자와 고구마뿐이었다. 안 그래도 마른 아이 뭐라도 먹어 주면 다행이다 싶어 무염식, 저염식 같은 건 애진작에 포기했다. 키우면서 보니 입맛이 아주 까다로운 아이였다. 좋아하는 건 제 오빠보다도 많이 먹으면서 싫어하는 건 아예 입에도 대지 않았다. 똑같은 재료라도 어떤 방식으로 요리했느냐에 따라 먹기도, 먹지 않기도 했다. 스크램블은 잘 먹으면서 계란찜과 계란프라이는 싫어했다. 잘만 먹던 방울토마토도 요리에 들어가면 진저리를 치곤 했다.
딸에 대한 로망도 모조리 접었다. 친구에게 물려받았던 예쁜 머리띠, 모자들은 단 한 번도 사용해 보지 못하고 고스란히 그 상태 그대로 물려줘야 했다. 조금이라도 머리 조이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는 지금도 머리를 묶거나 머리띠를 잘하지 않는다. 레이스가 달린 것들도 탈락. 피부에 닿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까끌거린다 싶으면 아무리 예쁜 옷도 입지 않는다. 디자인은 말해서 뭐 할까. 사이즈에 맞춰 사주면 주는 대로 입던 아들과는 달리 티 하나, 양말 하나라도 제 손으로 골라야 직성이 풀린다. 2개 중에 하나 골라라 하면 쉽게 고르는 법이 없다. "이것 말고 다른 것은 없어요?"라고 제3안을 요구하는 아이다. 비싼 신발을 사줘도 발가락이 아프다며 한 달도 채 신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된 경우도 있다.
네 오빠는 안 그랬는데, 엄마아빠는 안 그런데 너는 왜 그래?
뭐든지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 쉽지 않은 아이. 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키우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와 같지 않다는 이유로 쉽게 판단하고 비난했다. 내가 생각하는 틀 안에 아이를 집어넣으려고 애쓰다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모든 아이는 첫째와 같아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며 살았다.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이 아이만이 줄 수 있는 기쁨과 사랑을 몰랐다. 아이는 그 예민함으로 엄마의 사소한 감정변화도 재빠르게 캐치하고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 무뚝뚝한 제 오빠와 달리 수시로 사랑을 표현함으로 온 가족을 무장해제 시켰다. 아주 작은 것에도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했고, 그 기쁨은 우리 모두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대문자 T엄마 밑에서 나온 대문자 F인 아이는 엄마가 미처 보지 못했던 세상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보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