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낭만 사이
서로가 좋아하는 취미를 공유한다는 것은 참으로 낭만적인 말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컨대 나는 영화 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하지만 연애시절의 여자 친구는 그렇지 않았다. 연애 초반, 좋은 영화가 개봉하면 항상 여자 친구와 같이 봐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러 가려면 함께 볼 수 있는 날짜와 시간을 맞춰야 했고, 그 날이 생각처럼 잘 맞지 않은 경우에는 이미 상영을 마쳐버린 영화도 여럿 있었다.
그렇다 보니 나는 영화를 본다는 취미 자체가 뭔가 방해가 된다는 생각이 가끔 들었다. 반면에 여자 친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영화를 남자 친구 때문에 약간은 억지로 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렇게 우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대화를 통해 "오빠 보고 싶은 영화는 혼자서 봐. 대신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말할 테니 그건 같이 보자"라는 결론을 지었다. 그동안 서로 말은 안 했지만 각자가 영화라는 취미 안에 약간의 불편함을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참 우린 현실적인 연인이었다. 서로가 좋아하는 취미나 관심사는 간섭하지 않고 존중해주었다. 그리고 각자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도 좋아하도록 강요하지도 않았다. 온전히 본인의 관심사를 즐기는 것에 연인이 개입이 되지 않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해방감이 생겼다.
하지만 이런 나를 두고 친구들은 이런 말은 한다.
"야! 연인이랑은 뭐든 같이 해야 좋은 거 아니냐?!"
그럼 나는
"내가 위닝 하고 싶어서 여자 친구한테 억지로 위닝 시켜야 하냐? 그냥 위닝은 위닝 좋아하는 친구랑 하면 된다."
라고 반문한다.
연인은 친구와 동료가 아닌 연인 사이에서만 가질 수 있는 공감대와 감정이 있다. 이 것을 위해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한다. 반대로 나의 개인 사생활과 취미를 모두 공유하여 학습시키려는 것은 서로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는 함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