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35년
지난 6월, 회사에서 근무 중인 아내로부터 카톡 사진 한 장을 전송받았다. 사진 속에는 휘황 찬란한 커다란 꽃바구니와 메시지가 적혀있는 카드가 있었다. 그리고 메시지 카드에는 ‘내생에 최고의 며느리, 승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온몸에 털이 쭈뼛 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난 어버이날, 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해드리는 자리가 있었다. 아내가 6월부터 승진한다는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그걸 잊지 않고 기억했나 보다. 그리고 6월 1일이 되자마자 꽃바구니와 편지를 아내의 회사로 배달하여 축하 서프라이즈를 한 것이었다.
알렉스를 위협하는 아버지의 이벤트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지난 와이프의 첫 생일에는 전 가족을 초대해서 풍선 및 다양한 소품들을 거실에 꾸며 깜짝 파티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런 아버지를 두고 아내는 세상 스위트한 시아버지라며 동네방네 자랑을 하곤 했다.
나에게 이런 아버지의 모습은 어색하기 그지없다. 가부장적이고 고지식한 아버지는 로맨틱이라고는 단 1도 찾아볼 수 없는 분이셨기 때문이다. 나도 이렇게 어리둥절한데 남편에게 평생 꽃 한번 못 받아본 우리 엄마는 오죽할까?
하지만 이런 아버지의 며느리 사랑을 어머니도 밉지만은 않은가 보다. 애교 많고 붙임성 있는 며느리를 두게 되어 집안의 분위기가 제법 바뀌었으니 말이다. 물론 ‘잃어버린 35년’이라는 말씀을 하시곤 한다.
이처럼 결혼한 지 1년 반이 흐른 지금, 아직도 낯설기만 한 아버지를 관찰하는 것도 생각지도 못했던 신혼 생활의 또 다른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