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인생의 마지막

시간이 멈춘 방 VS 죽은 자의 집 청소​

by 말그미

한 해가 끝나가고 있다.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느껴질 때면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지 생각이 많아진다. 한 해의 마지막에, 인생의 마지막을 다룬 두 책을 보며 마지막을 정리하는 데 필요한 조언을 구해보려 한다.

[ 시간이 멈춘 방 VS 죽은 자의 집 청소​ ]

두 책의 저자는 각각 일본과 한국에서 특수청소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누군가 홀로 죽은 집, 쓰레기로 가득한 집, 반려동물만 남은 집... 사람이 살았던 흔적보다는 오물과 악취만 가득한 그곳들을 깨끗하게 치우고 정리하는 일이 그들의 일이다. 그런데 그들이 그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전달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1. 시간이 멈춘 방

특수청소업보다는 유품정리인을 자처하는 '시간이 멈춘 방'의 고지마 미유미는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을 자신이 만든 미니어처로 전한다. 140쪽의 책은 얇지만 깊고 생생한 울림을 남긴다.

자칫 고독사로 생을 마감할 뻔한 아버지의 돌연사 이후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된 작가는 2014년 22살의 어린 나이에 유품정리인의 삶을 시작한다. 현재 유품정리, 특수청소기업인 '토도 컴퍼니'에 재직하며 유품정리와 쓰레기집 청소, 특수청소를 맡고 있다. 연간 370건 이상의 고독사 현장을 특수청소하는데, 유품정리가 60% 특수청소가 40%라고 한다.

그녀는 2016년 고독사 현장을 재현한 미니어처를 독학으로 제작해서, 이를 장례 관련 서비스와 상품을 보여주는 전시회인 '엔딩사업전'에 소개하게 된다. 왜 미니어처를 독학으로 제작하게 됐는지 그 동기에 눈길이 간다. 전에는 이 전시회에 작업 광경을 담은 사진을 썼는데, 그런 사진을 쓰다보면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첫째, 보는 이에게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
둘째, 고인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건 아닌지, 유족의 슬픈 기억을 들쑤시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
셋째, 현실이 세상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초조함. 가장 중요한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로 묻히고 마니, 그래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에게 '고독사가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고독사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다 문득 떠오른 것이 '미니어처'였다고 한다. 모형이라면 과하게 생생하지 않으니 사람들이 조금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때까지 한 번도 만들어 본 적 없는 미니어처를 만들어 엔딩사업전에 전시했는데, 이것이 전 세계 언론과 SNS에서 화제를 불러 모으고, 크게 호평을 받으며 많은 이의 시선을 끌게 된 것이다.

미유미가 지금까지 만든 미니어처는 모두 아홉 점이고 이 책에는 여덟 점을 소개했다. 이 책은 이렇게 하면 고독사를 방지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려고 쓴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고독사의 현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싶어서,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에 떠오른 그 사람(혼자 사시는 부모님, 소원해진 친지나 친구, 이웃 어르신들)에게 말을 걸고, 얼굴을 보러 가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고 한다. 잃고 난 뒤에는 늦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니어처로 고독사 문제를 환기하는 한편, 고독사가 특정한 이의 마지막이 아니라, 우리가 놓친 누군가가 맞을 수 있는 죽음임을 전한다.
또한 누군가의 생활이 완전히 정지한 채 고립의 공간이 되어버린 곳을 정리하다보면 남은 자들의 이야기와 마주치게 되는데(소원했던 가족과 뜻밖의 만남을 갖게 된 유족, 사고물건이 되어버린 집을 둘러싼 집주인과의 갈등, 고인의 유품을 노리는 주변인, 주인 곁에 쓸쓸히 남겨진 반려동물) 이들의 이야기도 여러 생각거리를 남긴다.


2. 죽은 자의 집 청소

반면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대표 김완의 특별한 죽음 이야기를 소재로 한 '죽은 자의 집 청소'는 글의 분량이 많은 만큼 작가가 이 일을 하며 느낀 생각들이 자세히 드러난다.

'특수'청소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일터엔 남다른 사연이 가득하다. 자신의 세간을 청소하는 '비용'을 물은 뒤 자살한 사람, 자살 직전에 꼼꼼히 분리수거를 한 사람, 너무 착한 사람으로 기억된 사람, 오줌이 든 페트병 수천 개, 돌보는 사람이 없어 케이지 칸칸마다 털가죽만 들러붙은 채 죽은 고양이들...

장례를 치르고 집을 정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부담스럽고, ‘혹시 빚을 떠안지 않을까’ 하며 빛의 속도로 재산 포기 각서를 쓰는 유족. 우편함에 수북이 꽂힌 독촉장과 미납 고지서, 끊긴 지 오래된 수도와 전기. 가족, 친지는 발길을 끊은 지 오래여도 채권자들만큼은 채무자의 건강을 악착같이 챙기는 웃픈 현실 등

혼밥, 혼술이란 신조어가 말해주듯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2020년 3월 고독사 실태 조사와 예방 계획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고독사가 늘었다는 반증이다. 현장 이야기를 주로 다룬 1장 '홀로 떠난 곳을 청소하며'에는 픽션이라고 생각될 만큼 비현실적인 현실 이야기가 펼쳐진다.


2장 '조금은 특별한 일을 합니다'에선 특수청소부로서 느낀 힘듦과 보람, 직업병, 귀신에 대한 이야기 등 다채로운 에피소드가 그가 하는 일을 생생히 전한다. 하지만 책 소개에서 나오듯 현장에 서 있는 듯한 간접 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부분은 미진했다. 현장감은 '시간이 멈춘 방'에 나온 미니어처가 훨씬 생생했다. 그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어준다.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 우리 사회에 대한 고찰, 직업을 대하는 태도까지...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을 돌아볼 수 있다.



한 해의 마지막에 이르러, 나 자신과 주변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며 언제인지 모를 죽음 앞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해주는 두 책이었다. 다사다난한 2020년을 보내며, 이 책으로 마지막을 의미깊게 정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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