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날씨가 며칠째 지속되면서 볕바른 양지엔 어느틈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지랑이가 필 때면 내 머리 속도 아질아질 어지럽곤 해서 아지랑이를 썩 좋아하진 않지만 어감이 좋아서 딱히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아지랑이를 라틴어로는 '네불라nebula' 라고 한단다. '보잘것없는 사람, 허풍쟁이'란 뜻의 네불로nebulo 라는 명사와 '안개 낀, 희미한'을 뜻하는 형용사 네불로수스nebulosus에서 파생한 단어이다. 그래서 라틴어 '네불라'에는 '아지랑이'라는 뜻 외에도 '보잘것 없는 것', 그런 마음상태를 나타내는'오리무중'이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공부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마음속 아지랑이를 보는 일이라며, 첫 수업날 강의실 바깥으로 나가서 먼 곳의 아지랑이를 살피며 이 단어가 의미하는 보잘것없는 것, 허풍과도 같은 마음의 현상도 들여다보기 바란다고 학생들에게 당부하신다는 '라틴어수업' 한동일 변호사의 말씀이 떠오른다. 바쁜 일들이 많아 오전내내 휘몰아치듯 일을 끝내고이제야 잠시 짬이 났다.
바깥 기온은 어제보다 더 올라서 영상 15.6도! 잠시 수변공원을 돌면서 내 마음 속 아지랑이를 살펴야겠다.
* 어제 낮에 글 쓰고나서 산책길에 만난 동네 미용실 앞 화단의 봄꽃들입니다. 날이 덥다 싶더니 오늘은 촉촉하게 봄비가 내리네요. 차분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