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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16. 2021

동양에서 가장 길다구요?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

논산은 행정구역상 충청남도에 속한 곳인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전라도라고 착각해온 곳이다. 6형제였던 아빠의 동생들이자 나에겐 삼촌들이 논산육군훈련소를 통해 군대를 가는 모습을 어릴 때부터 쭉 봐서 그런지 논산을 내 고향과 같은 전라도권이라고 여긴 탓이다.  


성장과정 중에는 서울 가는 길에 논산을 지나쳐가기만 했을 뿐 따로 그곳을 여행한 적이 없었는데, 대전에 살면서 같은 충남권인 논산에 자주 가게 되었다. 봄마다 하는 딸기축제가 유명해서 백제군사박물관에 들렀다. 딸기농장에서 아이들과 딸기를 따기도 하고, 몇 년 전 국보 제323호가 된 높이 18m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미륵불이자 석조불상으로는 동양 최대라고 하는 석조미륵보살입상(은진미륵)이 있는 관촉사도 종종 갔고,(그러구보니 논산에는 우리나라와 동양을 통틀어 최대인게 두 개다 되네!)


드라이브 좋아하는 남편 따라서 24km에 이르는 탑정호 둘레도 참 많이 돌았고, 2017년에 개장한 3km 길이의 탑정호수변둘레길도 자주 걸었다. 그런데 낚시꾼이나 출사족들 빼곤 비교적 한산하던 탑정호에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일이 벌어졌으니, 바로 2021년 7월 28일에 임시개장한 탑정호 출렁다리 때문이다.

항공샷 펌사진

탑정호를 자주 찾다보니, 출렁다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쭉 봤는데 2020년 12월부터 개장한다는 소리가 있어왔건만 무슨 일인지 개장이 계속 연기되다가 올 여름에야 임시개장을 했다. 가까운 예산의 예당호 출렁다리보다 200m가량이 더 길고, 국내의 160여개 출렁다리 중에서도 최대, 동양에서도 최대 길이라고 하니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개장이 자꾸 미뤄져서, 더더욱 궁금증이 증폭되다가 다리를 건널 수 있게 되자 마자 전국에서 사람이 몰린 게 아닌가 한다.


논산 가야곡면과 부적면 사이 탑정호를 가로지르며 2018.08.20. - 2020.10.15.에 걸쳐 준공한 탑정호 출렁다리는 길이 600m, 폭 2.2m, 주탑높이 47m이다. 몸무게 75kg 기준 5,076명이 동시에 함께 걸을 수 있고 초속 60m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출렁다리에는 2만개의 미디어 파사드(LED 자체 발광 방식)가 설치됐으며, 출렁다리 앞에는 2020년 4월에 설치된 음악분수가 자리잡고 있다. 음악분수가 시간대별로 가동을 하긴 하는데, 출렁다리에선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무래도 분수가 가까운 충혼공원에서 밤에 보는 게 더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간 음악분수 펌사진

출렁다리는 현재 임시개장한 상태이며 그동안은 무료입장이다. 출렁다리 주변에 6개의 주차장이 있는데, 출렁다리에서 먼 경우 탑정호 둘레를 도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가까운 곳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주차료도 무료, 셔틀버스 이용도 무료이다. 가까운 곳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주차공간은 충분하다. 출렁다리 개장시간은 9시~18시 (입장마감 17:40), 수요일은 휴무이다.

사람들이 없을 때는 자주 찾던 탑정호를, 사람들이 너무 몰리니 아무래도 전처럼 자주 안 가다가 탑정호 출렁다리가 정식으로 개장하면 입장료 6천원을 내고 들어가야 한다는 소리에 무료일 때 얼른 다녀오자며 11월 7일 일요일에 다녀왔다.


일요일 점심무렵 도착한 탑정호 출렁다리에는 비교적 사람이 적었다. 그 전날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를 갔다가 구름처럼 몰려든 사람에 치인지라,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는 이만하면 괜찮다 여겼는데 오후 3시 무렵 되니 탑정호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주말에 가시려면 일요일 오전 시간을 추천한다.

북문쪽
남문쪽

출렁다리를 건너려면 각각 북문과 남문에 있는 입구에서 들어가야 하는데, 북문에서 건너가며 보는 풍경이 더 멋지다. 360도 열린 전망이 오른쪽으로는 얕은 산 아래 탑정호 수변데크길과 음악분수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대둔산과 계룡산을 비롯한 크고 작은 산들이 가을단풍에 물들어가는 모습이 펼쳐진다. 다리 폭이 넓어서 여유롭게 풍경감상이 가능했고, 다리가 많이 흔들리지 않아 안정감이 있었으며, 다리 아래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둔 쇠철망도 일자형이 아닌 마름모꼴이어서 휴대폰이 빠질 염려도 없었다. 무엇보다 다리 곳곳에 혹시나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를 대비해 구조용 튜브를 설치해놓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 출렁다리 중간쯤에는 쉬어가면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도록 '스카이가든'이란 쉼터를 만들어놓아서 다리쉼을 하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남문쪽에 다다르니, 예전에 식당이었던 일송정이 카페로 재단장해서 사람들이 가득했고, 광장을 지나 아직도 피어있는 코스모스길과 붉은 단풍나무 가로수가 있는 수변길을 따라 가니, 탑정호 둘레를 도는 셔틀버스 승강장과 새롭게 생겨난 카페들이 보였다. 우린 건물이 높아서 한눈에 탑정호와 출렁다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레이크힐호텔 옆의 '투썸플레이스'에서 티타임을 가지며 탑정호를 즐겼다.


카페 위층엔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어, 옥상에 마련된 데크에서 거침없이 뚫린 전망의 탑정호와 출렁다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탑정호 둘레의 건물 중에선 가장 높은 곳이 아닌가 싶다. 난 이곳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전국의 투썸플레이스 매장중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추천!  

전날 갔던 옥순봉 출렁다리에 비해, 탑정호 출렁다리가 여러모로 높은 점수를 땄다. 하지만 이게 입장료 6천원을 받게 된다면 과연 이렇게 사람이 몰릴까? 싶을 정도로 입장료 6천원은 과하다 싶다. 입장료 가운데 3천원은 지역화폐로 전환해 쓸 수 있다곤 하지만 우리나라  출렁다리들이 무료인 경우가 많고, 유료인 경우에도 평균 입장료가 3천원이며 그 가운데 2천원은 지역화폐로 쓸 수 있도록 한 것에 비하면 무려 2배가 높다. 비록 다리 길이가 국내 최장, 동양 최대라고 하지만 현재 계획된 입장료는 무리가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논산시측에서 숙고중이라 북문과 남문 입구의 매표소에 아직 입장료 표시를 하지 않고 있으며, 언제 정식개장을 할지도 미정인 모양이다. 신중하게 결정해서, 논산의 랜드마크가 된 탑정호 출렁다리의 인기가 쭉 이어지길 바란다.


* 탑정호는 어떤 곳이죠?

충청남도 논산시 부적면 부적로 665에 위치한 탑정호는 충남에서 두번째로 넓은 호수로, 4개 면에 걸쳐 있어 찾아가는 길도 다양해 접근성이 용이하다. 탑정호를 일주하는 도로가 완공되어 드라이브 코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저녁 노을 펌사진

탑정호는 최대 3천만 여 톤의 담수를 저장할 수 있으며 대둔산의 물줄기를 담아내는 물이 맑고 깨끗하여 잉어, 쏘가리 등 담수어족이 풍부하다. 낚시는 물론 윈드서핑과 수상스키 등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부적면 신풍리 쪽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이 제일 아름답다고 한다. 맑은 날 아침에 호수 위로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풍경도 출사족들에게 인기가 많다.

아침 물안개 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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