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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Mar 10. 2021

동백꽃을 보시려거든...

여수 오동도

우리나라에서 동백꽃으로 유명한 곳은 강진 백련사, 거제 지심도, 고창 선운사, 서천 마량리 동백숲, 장성 천관산 등이 있지만 2월이 가기 전에 꼭 보고 싶었던 동백꽃 군락지는 여수 오동도였다. 1980년대 중반 장마철을 앞둔 시기에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처음 멋모르고 갔다가, 30년도 더 지나서 '겨울 끝 봄 시작!'을 알리는 동백꽃을 보러 다시 갔다.

1933년에 길이 768m의 서방파제가 준공되어 육지와 연결되어 있지만 전라남도 여수시 수정동에 딸린 섬인 오동도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여수를 대표하는 관광지 오동도는 1968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시발점이 되었고, 1969년에는 관광지로 지정되어 연간 170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멀리서 보면 섬의 모양이 오동잎처럼 보이고, 예전부터 오동나무가 유난히 많아 오동도(梧桐島)라 불리게 되었으나 지금은 오동나무 대신 동백꽃으로 더 유명한 섬이 되었다. 오동나무가 없어진 데는 고려 공민왕 때의 승려 신돈의 전설과 관련이 있다. 풍수지리에 밝은 신돈은 전라도의 전(全)자가 ‘사람 인(人)’자 밑에 왕(王)자를 쓰는 데다가, 또 오동도에 봉황이 깃드는 것을 보고 이는 좋지않은 징조라 하여 전(全)자를 ‘들 입(入)’자 밑에 왕(王)자를 쓰도록 하고, 이 섬에 자생하는 오동나무를 전부 베어내게 했다고 한다.

현재는 곳곳에 섬의 명물인 동백나무와 조릿대의 종류인 시누대(식대)를 비롯하여 참식나무·후박나무·팽나무·쥐똥나무 등 193종의 희귀 수목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자생하는 동백나무 30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데 그때문에 ‘동백섬’ 또는 ‘바다의 꽃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설도 환경의 변화에 따르며 변해서, 지금은 여인의 정절을 상징하는 동백꽃과 시누대의 전설이 내려온다.(아래 전설 시비 내용 참고)
임진왜란 때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 최초로 수군 연병장을 만들었고 이곳의 조릿대로 화살을 만들어 왜군을 크게 무찔렀다고 한다. 이런 역사덕분에 오동도 아래 유람선과 동백열차를 타러 가는 중앙광장 입구에는 거북선, 판옥선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다.

오동도는 차로 들어갈 수 없어 그 전에 주차를 하고 걸어가야 한다. 오른쪽의 공영주차타워에 주차를 하고 주차장옆에 설치된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면 오동도와 그 주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주차비는 최초 1시간 무료, 10분당 200원이어서 2시간 40분 가량 머문 우리는 2천원이 나왔다. 1일 주차 최대 만원. 주차요금표 사진 맨 아래 有)
이곳은 방파제 초입에 있는 자산(紫山)이란 곳이다. 척산 또는 동산(東山)이라 불리는, 이 산은 여수시의 동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해뜰 무렵이면 산봉우리가 온통 자색(紫色)으로 물든다 하여 이런 이름을 얻었다. 여수의 구항과 신항은 물론 오동도가 코앞에 내다보이는 이 산에는 토끼와 거북에 대한 전설이 있다고 한다.(길어서 아래에)

여수의 명물인 해상케이블카는 오동도를 내려다보는 이 '자산'에 설치되어 있다. 오동도쪽 방파제로 내려가는 꼬불꼬불한 산길이 매우 인상적인데, 내가 갔던 날은 바람이 몹시 불어 추운데다 강풍때문에 케이블카도 운행이 정지될 정도라 그 산길을 걸어보진 못했다. 케이블카 전망대와 연결된 승강기를 타고 편하게 올라가 주변을 구경하고 다시 승강기를 타고 내려왔다. 날이 좋다면 산길로 내려와서 방파제를 건너도 좋으리라.

자산엔 팔각정 주변으로 동백나무가 심겨져있어, 오동도와 남해바다를 내려보며 동백꽃을 감상할 수 있고, 낭만우체통과 소원탑에 금박잎으로 된 소원지를 걸어놓을 수도 있다. 해상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곳 주변도 카페와 전망대, 천사날개 벽화 등이 마련되어 있어 천천히 둘러보며 구경할 만하다.

오동도를 감상하려면 방파제를 건너서 바로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산책로 입구2를 따라 가는 방법과 선착장이 보이는 광장으로 들어가서 유람선매표소 뒤에 있는 산책로 입구 1을 따라가는 방법이 있다. 방파제를 건너면 인파는 두 갈래로 나뉘어진다. 나는 산책로 2를 택해서 갔다.

섬 전체는 완만한 구릉성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 동백꽃을 천천히 감상하며 거닐기 좋다. 안타깝게도 내가 찾은 2월 말은 동백꽃이 피었다 진 흔적이 있지만 그렇다고 바닥에 동백꽃이 붉은 카펫처럼 쫘악 깔린 풍경도 아니고, 나무에 핀 동백꽃을 찾기가 귀할 만큼 그토록 바라던 동백꽃을 실컷 감상하지는 못했다. 동백꽃 감상하기엔 바닷바람을 바로 맞는 산책로2보다 항만을 마주하고 있어 좀더 따스한 산책로1쪽이 더 좋았다. 나중에 그쪽으로 넘어가고서야 제법 많이 피어있는 동백꽃들을 볼 수 있었다.
오동도의 해안은 암석해안으로 높은 해식애가 발달해 있고, 소라바위·병풍바위·지붕바위·코끼리바위·용굴 등으로 불리는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룬다. 또한 섬 곳곳에 맨발산책로, 시누대터널, 해돋이전망대, 오동도 등대가 마련되어 있다. 중앙광장쪽의 방파제는 광양만과 남해바다로 쭉 뻗어나가 낚시포인트로도 유명하단다.

용굴 내려가는 길이 운치가 있고, 탁 트인 남해바다를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고 해서 막 기대하며 갔는데 무슨 일때문인지 출입금지를 해서 가볼 수 없었다. 아쉬워하며 그곳을 지나쳐서 50m쯤 내려가니, 사람들이 나무계단을 따라 줄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뭐지?' 하고 가보니 오동도 오면 꼭 찍어야 한다는 인생샷을 찍는 곳이란다. V자형 절벽 사이로 바다가 바라보이는 풍경을 담을 수 있는 데크가 계단 아래 마련되어 있었다. 바람의 계곡이기도 해서 어찌나 춥던지 그냥 갈까 하다가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 무려 20분 가량을 기다린 끝에 사진을 찍었다.(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면 굳이 이곳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듯도 하지만 안 찍고 가면 좀 아쉬울지도^^;; )

그런데 산책로를 따라 가다보니 거기보다 풍경이 더 멋진 곳들이 많았다. 섬 남단의 하얀 등대를 빙 돌아가는 길이 참 예뻤고, 그 아래로 난 계단을 내려간 끝에 나온 해돋이전망대에서 쫙 펼쳐진 남해바다와 오동도의 해안선을 보는 풍경도 좋았다. 울창한 동백꽃군락지 한가운데 자리한 동백꽃전망대도 주변에 동백꽃이 많이 피어있어 사진 찍기 참 좋았다. 3월 중순쯤 되면 동백꽃이 활짝 피지 않을까 싶다. 내가 간 게 2월 말이었으니 2주 뒤가 만개시점이 될 듯하다.

2012년 개최된 여수세계박람회장이 오동도 코앞이다. 오동도와 북방파제 여수 신항 부두 등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 행사장 자체가 그림처럼 아름답다는 이곳도 곳곳에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곳이니 시간여유가 충분하다면 이곳을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 오동도 동백꽃에 얽힌 전설

멀고 먼 옛날 오동숲 우거진 오동도에
금빛 봉황이 날아와
오동 열매 따먹으며 놀았더래.
봉황이 깃들인 곳에는
새 임금이 나신다는 소문이 나자
왕명으로 오동숲을 베었다네.
그리고 긴 세월이 흐른 후 오동도에는
아리따운 한 여인과 어부가 살았는데
어느 날 도적떼에 쫓기던 그 여인
낭벼랑 창파에 몸을 던졌다네
바다에서 돌아온 지아비, 소리소리 슬피 울며
오동도 기슭에 무덤을 지었는데
북풍한설 내리치는 그해 겨울부터
하얀 눈이 쌓인 무덤가에는
여인의 붉은 순정 동백꽃으로 피어나고
그 푸른 정절 시누대로 돋았다네.


* 자산의 토끼와 거북이 전설
옛날 자산에 살던 토끼는 항상 오동도에 가 보고 싶어했다. '내 생전 저 섬에 한번 가 보았으면~'
이런 토끼의 꿈은 가로놓인 바다로 인해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알을 낳으러 바닷가로 나온 거북를 꾀어 오동도를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토끼는 거북에게 자신을 등에 태워 바다를 건너게 해 주면 자산에 숨겨 놓은 값비싼 보물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구경을 마친 토끼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평소 어질기로 소문난 거북도 토끼의 속임수를 더 이상 용서할 수 없었다. 토끼가 해변으로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던 거북은 놈을 붙잡은 대로 사정없이 털을 몽땅 뽑아 버린다. 껍질이 홀랑 벗겨진 토끼는 아프고도 추울 수밖에. 한겨울 추위에 떨고 있는 토끼를 보고 토신(兎神)은 어서 억새 풀밭에 가서 뒹굴라고 일러 준다. 토신의 말대로 토끼는 억새밭에 가서 뒹굴자 새로운 털을 얻게 되었다. 이로써 고통과 추위에서는 벗어났으나 대신 말 못하는 벙어리 신세가 되고 말았다. 토끼가 비록 좋은 털옷을 입었으나 평생 소리를 지르지 못하는 것은 이처럼 거북을 속인 죄업이라고 한다.

#오동도 #동백꽃 #여수여행 #해상케이블카 #여수세계박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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