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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Dec 07. 2021

국내 최장, 이번엔 바다 밑이다!

보령 해저터널

올해 마지막 달의 첫 날,

2021년 12월 1일을 뜨겁게 달군 화제라면 당연 보령해저터널의 개통을 꼽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충남 보령의 대천항과 원산도를 잇는 총 길이 6.9km, 국내 최장이자 세계에서 5번째로 긴 보령해저터널이 12월 1일 정식 개통되었다.

해저터널 조감도

보령해저터널은 해저면으로부터 55m, 해수면으로부터 80m 아래에 상하행 4차로로 건설됐으며, 총 4853억 원이 투입됐다. 국내 해저터널 가운데는 처음으로 지상에서 산을 뚫듯이 해저 지형을 발파해 굴착하는 공법이 쓰였는데, 총 공사기간만 11년에 달한다.

총 연장은 정확히 6927m로 기존 국내 최장인 인천북항해저터널(5.46㎞)보다 1.5㎞가량 길다.

국내 지상 터널과 비교해도 서울-양양고속도로 인제양양터널(10.96㎞), 동해고속도로 양북1터널(7.54㎞)에 이어 세 번째다. 세계 해저터널 중에서는 일본 동경아쿠아라인(9.5㎞), 노르웨이 봄나피요르드(7.9㎞)·에이커선더(7.8㎞)·오슬로피요르드(7.2㎞)에 이어 다섯 번째다.

12월 1일 오전 10시부터 일반 차량들이 통행할 수 있게 되어, 이동시간 단축은 물론이고 서해안의 관광 자원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라며 대대적으로 뉴스에 소개된 걸 어머님께서 보셨다. 그리고 그날 저녁시간에 보령해저터널 이야길 하시길래 같이 가보시자고 했더니 흔쾌히 가자고 하신다.

그래서 12월 4일 토요일 아침 일찍 어머님 모시고 집을 나섰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여행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있을 수가! 하면서 좋아했는데, 보령해저터널에 가까워질수록 구름이 많아지다가 보령에 도착했을 땐 하늘이 온통 잿빛이었다.


"해저니까 괜찮아~ 어차피 바다 밑을 달리는 건데 날씨가 어떻든 상관없지 뭐~"

대전에서 2시간만에 도착한 보령해저터널의 보령쪽 입구는 보령 대천해수욕장 쪽인데, 해저터널 입구라는 표식이 따로 없으면 그냥 일반 터널 들어가는 느낌으로 별반 차이가 없다.

 

터널 입구에 들어서면 경사 5도가량의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상하행 2차로로 분리된 왕복 4차로 도로는 해수면에서 80m 아래 지점까지 내려간 뒤 다시 완만한 오르막길로 육지까지 연결되어있어서, 내리막길 지나서 조금 가면 '해저시점' 표지판이 보이고 중간쯤에 '해저 80m 지점'이, 오르막길 구간 지나 출구 나가기 얼마 전에 '해저종점' 표지판이 보인다.

교통정체없이 규정속도 70km로 달리면 터널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분 가량이다. 조감도에서 본 것처럼 해저터널이니 혹시나 터널 너머로 바닷속을 볼 수  있을까? 했던 기대는 무너졌다. 전구간 모두 시멘트 콘크리트로만 된 터널이라서 해저터널이 주는 묘미가 별로 안 느껴진다. 아쉬움은 있지만,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되면서 2년 전에 세워진 원산- 안면대교와도 연결돼 보령 대천항에서 태안 안면도까지 이동 시간이 1시간 30분에서 10분으로 크게 줄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2019년에 먼저 개통한 원산안면대교에 이어 이번에 개통한 보령해저터널로 국도 77호선이 최종 완성되면서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수도권과 중부권, 전라권 등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국도 77호선은  파주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도로인데, 충남 보령시 신흑동에서 태안군 고남면 고남리까지 총 14.4km를 잇는 국도 77호선 태안-보령 연결도로의 중간에 위치한 보령해저터널이 개통하면서 완벽하게 이어지게 됐다. 이는 국가의 새로운 동맥이 연결된다는 의미가 있고, 교통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서해안 지역의 관광 산업에도 탄력이 붙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보령해저터널 개통 덕분에 관광지 개발사업지구로 지정되고도 수십 년 동안 사업자를 구하지 못했던 태안 안면도와 서산 간월도 개발 사업이 최근 민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꽃지해수욕장과 원산도해수욕장을 들러 다시 보령해저터널을 통과해 오후 2시쯤 대천에 들어서니

해저터널을 들어오려고 반대편에 줄선 차들이 1km이상 나래비를 서있어서 깜짝 놀랐다. 늦게 왔으면 저 줄 속에서 지루한 시간을 견디며 툴툴대고 있었겠다. 일찍 다녀오길 잘 했네~ 하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한동안 이 도로는 주말이면 엄청 밀리겠구나 싶었다.


한 가지 더!  

안면도에서 해저터널로 가는 하행길은 2차로인데, 해저터널에서 안면도로 가는 상행길은 터널 입구 주변의 새로 만든 도로만 넓고 그 뒤로는 1차로라, 차량통행이 많아지면 병목현상이 우려되었다. 관광객 급증을 예상하는 충남도 입장에서 이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보령 해저터널 계획수립에서 완공, 후광효과까지~

보령해저터널은 1998년 충남도가 수립한 ‘서해안 산업관광도로 기본계획’에서부터 출발했다. 충남도는 지역계획에 반영된 보령해저터널 노선을 국도로 승격 요청했고, 국토부는 2001년 8월 국도 77호로 승격했다.

이후 2002년 예비타당성조사와 2007년 타당성 재조사를 통해 사업 추진이 확정됐다.


그러나 당초 2차로 교량과 터널, 인공섬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턴키방식으로 발주하면서 대천항부터 원산도는 4차로 터널로, 원산도부터 영목항은 교량(차도 3차로, 자전거 도로 1차로)으로 변경됐다. 이처럼 우여곡절끝에 2010년 12월 공사에 착공해 사업계획으로부터는 23년, 공사 착수로부터는 11년 만에 정식 개통을 한 것이다.


보령해저터널은 화약을 사용해 암반을 발파, 굴착하면서 콘크리트를 쏘아 붙이는 나틈(NATM)공법이 적용됐다. 또 터널 굴착 중 해수유입을 방지하는 차수그라우팅 등 국내 신기술 공법이 대거 적용됐다. 보령해저터널에는 현재 대인갱 21개(220m 간격), 차량갱 10개(660m 간격), 옥내소화전 301개(50m 간격), 폐쇄회로(CC)TV 92개(150m 간격) 등이 설치돼 있다.


보령해저터널의 개통은 단순히 보령 대천항에서 태안 영목항까지 이동시간을 기존 90분에서 10분대로 80분 단축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획기적인 교통환경 변화이다. 국내 관광지도를 충남을 중심으로 새롭게 그리는 신호탄으로 8조 4579억 원 규모 서해안 신관광벨트가 조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터널 개통 직전 사진 펌
보령 대천항 쪽 입구
출구
원산안면대교
영목항에서 바라본 원산안면대교
원산도 쪽 입구
출구
터널 들어가려고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차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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