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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an 12. 2022

진심을 알아보는 법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 1

림태주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그의 책들 가운데

'관계의 물리학'과 '그토록 붉은 울음'을 여러 번 읽었고, 낭독해서 저장하기도 했다. 한창 낭독에 관심을 갖고 매일 새벽 일어나자마자 목을 가다듬고 감명 깊었던 책의 한 구절을 낭독하던 시절이었다.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는 월간 좋은생각에 짧게 소개된 책의 한 구절이 마음에 와닿으면서 찾아보게 되었다.


-  모든 인생은 와중이나, 도중이나,

진행 중에 있다. 삶이 끝나면 더 이상 '중'을 쓸 수 없다. 살아서 하는 모든 행위는 '중'이다.


나는 지금 어떤 도중인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 와중인가?

인생이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모아놓은 것이다. -



림태주는 책날개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최소한의 삶이 최선의 삶이다. 나는 이 정언을 믿으며 쓴다. 거의 실패하지만 나만이 쓸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삶의 문장을 꿈꾼다. 한때 서정시를 썼으나 지금은 보통의 언어로 생활에 정박해 있다. 세상에 와서 가장 많은 신세를 지는 마음이라는 정체를 알고 싶었다."


『관계의 물리학』이 사람 사이에 작용하는 마음의 중력을 물리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면, 『너의 말의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는 언어의 명도가 마음의 채도에 미치는 영향과 그 둘의 관계를 보정하는 화학식을 찾으려고 온 마음을 다해 썼다고 한다.


책을 구해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전작들이 준 감동이 워낙 커서 기대감도 크다 보니 약간 실망하기도 했으나 천천히 읽다 보니 역시 '림태주 작가셔~~~!' 하게 되었다.


247쪽 손바닥 크기의 작은 책 곳곳에 책을 접어둔 표시가 보인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누워서 읽는 때가 많다 보니 미안하지만 이리되었다.

사실 줄 긋기는 인간의 오랜 습벽이다. 별들을 가만두지 못하고  별들 사이에 줄을 그어 별자리를 만들었고, 이 개념과 저 개념에 줄을 그어 없던 학문을 만들어내었다. 전 지구인을 '랜선'으로 연결해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휴대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세대를 뜻하는 '포노사피엔스'도 이 랜선의 연결로 탄생한 신인류일 것이다.


'인생이란 어떤 사람에게 선을 잇고 어떤 언어에 줄을 그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고 작가가 밝혔듯이 선과 선으로 이어진 인간관계에서 언어는 아주 중요하다. 세상의 많고 많은 말들 중에 내가 밑줄을 그은 말들이 나의 언어가 된다는 작가의 말처럼 난 밑줄 대신 책의 한 귀퉁이를 접으며 그 말들이 나의 언어가 될 수 있도록 마음에 담았다.


이제부터 나의 언어가 된 내용들을 한 편 한 편씩 필사하며 든 생각과 함께 올려보고자 한다. (그래서 상당히 긴 연작 리뷰가 될 듯)


서문에서 림태주 작가는


"이 책 안에 쓸모 있는 문장들이 있어서 단 몇 줄이라도 그대의 것이 된다면, 나는 메밀꽃처럼 환히 흐드러지겠다."라고 했는데, 이 연작 리뷰를 작가가 보게 된다면 메밀꽃처럼 하얗게 웃으시려나?^^


- 곰탕집이 있다. 뼈를 전기솥에 넣고 서너 시간 고아 맛을 낸 곰탕집이 있고, 꼬박 하루 동안 장작불로 고아 맛을 낸 곰탕집이 있다고 하자. 재료가 똑같다면 이 곰탕에 투여된 시간의 차이가 진정성의 농도일 것이다.


바쁘다고 핑계를 대고 만나주지 않는 사람과 바쁘더라도 흔쾌히 시간을 내주는 사람의 차이가 관계의 진정성을 가른다. 시간이야말로 확실한 진심의 지표다.-


희한하게도 바쁘게 사는 사람일수록 더 시간을 잘 낸다고 한다. 결국 바쁘다는 것은 핑계이다. 바쁨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시간을 내는 것, 그것이 사람 관계에서 진정성의 척도임을 알려준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코로나를 핑계로, 어머님 간병을 핑계로,  이러저러한 다른 일들을 핑계로 지인들과의 만남이 뜸했다. 관계에서 나의 진심을 전달하고자 한다면 시간을 내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는 바쁘다는 말을 핑계 삼지 않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선뜻 시간을 내어 만나려고 한다.


이 글을 써놓고,

작년 여름 이후 만나지 못했던

지인을 만나고 왔다.


기대하던 새해의 첫 만남은

참 좋았다.



* 표지 사진은 친구 한준이 찍은 덕유산 눈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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