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널 믿는다는 말이 좋았으므로 나 또한 내 아이에게 이 말을 서슴없이 했다. 나는 순수하게 믿었던 걸까. 믿었던 마음이 어긋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끼는 나를 발견했다. 믿는다는 것이 정말 믿는다는 선의의 말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나는 믿는다는 말의 속뜻을 헤아려보았다. 약속을 지켜라, 기대를 저버리지 마라, 실망시키지 마라, 내 뜻을 거스르지 마라, 기필코 해내라. 이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이토록 숨막히는 말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버젓이 해대고 있었다
믿음은 기대와 대가의 합작품이다. 주고받음이 있어야 믿음의 호응 관계가 성립한다. 믿음을 부여받은 자는 믿음에 부응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믿음을 준 대상에게 잘 보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을수록 부담감과 압박감도 커진다. 믿음은 함부로 가질 일도 아니고, 끝까지 지켜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믿음이란 단어 안에 약속을 지켜라, 기대를 저버리지 마라, 실망시키지 마라, 내 뜻을 거스르지 마라, 기필코 해내라... 이런 숨막히는 뜻이 들어있었구나. 힘 내라고 했던 말이, 실은 강요였고 협박이었구나...
이 아연한 사실에 한동안 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믿는다는 말, 함부로 해선 안 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동안 내가 아이에게, 누군가에게 해왔던 '믿는다'는 말을 떠올리며 소스라쳤다. 믿는다는 말, 그럼 이제 하면 안 되는 건가
속으로 걱정하고 있는데, 다음에 이어진 글에서 답을 찾았다. '믿는다'는 말을 어떨 때 해야 하는 것인지.
- 탐욕의 언어로 믿음을 정의하지 말자.
믿는 마음을 더럽히지 말자.
믿음은 바라는 것이 아니다.
믿음은 자신의 마음을 지켜보는 것이다.
나의 유익과 기대 때문에 누군가를 힘들게 하거나 자신을 옭아매게 해서는 안 된다. 믿음은 내 마음을 지키고 다스리는 일이다. 나의 욕심을 잠그는 일이다.
너를 믿는다는 말은 내 마음을 단단히 지켜내겠다는 각오다. 나를 끝까지 믿는 나에 대한 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