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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un 06. 2022

은코엄마의 보양식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뜨끈한 국물이 있는 라면 생각이 나서

식구들 저녁은 밥으로 준비해 차려놓고

나만 라면을 끓여서 먹었다.


"뭔 라면이 그라고 하야냐?"


"이거 꼬꼬면이라고 전에 이경규가 만들어서 인기 끌었던 라면이에요. 10년 전쯤이던가...  그때 꼬꼬면 히트치고 하얀 국물 라면이 인기 끌면서, 나가사끼짬뽕, 기스면 같은 라면들이 나와 많이 팔렸죠. 한동안 안 보이다가 얼마 전에 마트 가니까 팔길래 사왔어요."



자세히 알아보니, 꼬꼬면은 비빔면과 왕뚜껑으로 유명한 '팔도'에서 판매하는 라면으로, 개그맨 이경규가 KBS 2TV의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중 라면의 달인이라는 라면 경쟁 대회에서 선보였던 라면을 상품화한 것이라고 한다. 꼬꼬면의 인기에 힘입어 2011년 하반기에는 대한민국에서 하얀색 국물 라면이 트렌드로 자리잡았으며, 삼양식품의 나가사키 짬뽕, 오뚜기의 기스면, 농심의 곰탕라면 등 유사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되었다. 봉지 라면에서 상대적으로 약했던 팔도는 꼬꼬면의 빅 히트에 힘입어 라면 사업부를 1983년에 런칭한 라면 브랜드명인 (주)팔도라는 사명으로 2012년 1월 1일에 분사할 정도였다고.



"옛날엔 라면 한 봉지 끓이면 큰 대접으로 한가득이었는디, 인자는 양이 줄었어야."


"어머 그래요? 라면 가격만 오르고 양은 그대로인지 알았는데 라면회사들 약았네요."


"예전에 성남 살 때 아랫집에 은코엄마라고 있었어야. 은코엄마가 오늘은 오랜만에 몸보신 좀 해야긋다!하면서 끓이는 것이 라면이었재. ㅎㅎ"


"아이 이름이 진짜 은코였어요?"


"아니~ 따로 이름이 있었는디, 그냥 은코야~ 하고 집에 서 부르는 이름이었재."


"재밌는 이름이네요. 그나저나 지금은 밥 없어서 먹는 게 라면인데, 그땐 보양식 대접 받았네요?"


"라면 하나를 가마솥에 넣고 끓여서 온 식구가 먹던 시절이라 라면이 귀했응께. 그라고 라면국물이 시뻘개가지고설랑 언뜻 보믄 육개장만치로 생겼냐 안?"


"하긴 그렇기도 했겠네요. 육개장라면도 있잖아요. 빨간 국물만 보면 딱 육개장이죠. 저희땐 라면이 특별한 야식이어서, 밤에 공부하다 출출하면 남동생이랑 라면 끓여먹는 게 낙이었어요. 엄마가 라면 함부로 못 먹게 하셨는데, 공부하다 배고프면 간식 삼아 먹는 것은 허락하셨거든요. 먹보 여동생한테 안 뺏기려고 자는 애 몰래 살금살금 끓였는데도, 라면 다 되서 막 먹을라고 하면 딱 눈 비비고 일어나선... 잉, 라면이네? 나도! 하면서 젓가락 들고 와서 한 자리 차지하곤 했어요. 쟤는 자다가도 라면냄새는 기가 막히게 안다며 남동생이랑 웃곤 했지요."


라면은 지금도 야식의 대표적인 음식이고 밥 대신 먹는 음식이긴 하지만, 몸에 안 좋으니 되도록 먹지 말라고 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런 음식이 한때는 보양식으로 치부되던 시절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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