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삼겹살성수기를 지나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행진하던 삼겹살 가격이 조금씩 안정세를 찾고 있다.
덕분에 한 달에 한 번 구워먹던 삼겹살을 요즘엔 1~2주에 한 번 정도는 냠냠 맛나게 꿔먹는 중이다. 고기반찬을 먹을 때면 어머님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있으시다.
"우리 때는야 고기를 안 먹고 자라서 그란지, 여름에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하품을 하면 입이 쫘-악 찢어지면서 입 양쪽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니라."
"허거덩! 진짜요? 아침마다 그렇게 피를 보신 거예요? "아침마다 그랬당께. 거뿐이냐? 입 주변엔 늘상 몽실몽실 하얀 버즘꽃을 달고 다녔재. 지금 생각하믄 다 단백질 부족이라 그란거더랑께."
"잉? 입술 찢어지는 거는 비타민 부족 아니예요? 비타민 B2인가 뭐시깽인가 부족하면 찢어진다고 배웠던 거 같은데... 옛날 사람들 고기는 못 먹었어도 비타민 풍부한 채소는 엄청 많이 먹지 않았어요?"
"그래? 잘 모르겄다만 암튼 크면서 고기 먹응께는 그게 싹 없어지더라. 내가 스무 살 넘어서야 고기를 먹고도 안 죽는 줄 알고 그때부터 조금씩 먹었더니 아침에 인나서 입술 쫘악 찢어지는 일은 더 안 생기더구만. 그래서 나는 고기 안 먹어서 그란 줄 알았재."(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고부만사성 3화를 참고하시라~ 아래 링크)
"저 어릴 때도 입술 양쪽이 잘 찢어지곤 했거든요. 어머님처럼 피 줄줄 흘리고 그러진 않았어도... 그리고 입가에 버짐도 하얗게 피구요. 어른들 말씀으론 크느라 그런다고 하시기도 하고, 영양부족이라 그러니 잘 먹으라고 하시기도 했어요."
"거봐라~ 영양부족이 맞당께! 옛날엔 먹을 것이 없어서 풀잎사구만 먹어선 영양보충이 안 된께 그라고 입이 쫘악 찢어졌지 뭐냐."
오십 년도 더 된 '입 찢어지며 피 줄줄 흐르던 옛 시절'을 떠올리며 신나신 어머님은 고기는 뒷전이고 말씀하시느라 바쁘시다.
입가 찢어지는 게 단백질 부족인지, 비타민 부족인지 영 궁금해서 찾아보니, 뭉뚱그려서 영양부족이 맞긴 한데 입가 찢어짐의 원인은 흔히 알고 있는 영양부족 외에도 더 있었다.
환절기에 자주 생기는 대상포진의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세균이 일시적으로 증가해서 입쪽에 염증을 일으키는 구각염도 있다고 하니, 입술 양쪽 찢어지는 거를 대충 보고 넘기면 안 되겠다.
대상포진은 시급하게 치료를 해야 하고, 구각염도 방치하면 상처가 더 확장되어 잘 낫지 않는다니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영양이 부족한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쌓여도 입가가 찢어지고 심하면 포진까지 생긴다고 하니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스트레스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내용은 나비솔 한방병원 한의원 블로그를 참고했어요~^^)
요즘 사람들이야 영양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보다 영양과다로 생기는 병이 많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로 인한 병이 많으니 입술 양쪽이 쫙 찢어지는 일이 생기면, 내가 지금 스트레스를 왕창 받나부다~ 생각하고 현명하게 스트레스를 받아쳐내며 살 궁리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