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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Aug 26. 2021

월하리 철수네 두부

두부는 맛있어~

어머님께선 두부를 참 좋아하신다. 그래서 우리집에는 두부가 안 떨어지고 있는 편이다. 연두부, 순두부, 모두부, 판두부, 찌개두부, 부침두부 종류별로.


5월에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2주일만에 퇴원하셔서 집에 돌아오셨을 때도 고향에서 드시던 두부 이야기를 하시며 입맛을 다시셨더랬는데, 며칠 전 내가 두부강정을 한다고 3kg짜리 초대형 판두부를 사다가 저녁반찬으로 두부강정을 해드리니 맛있게 드시며 어릴 적 사먹던 두부 이야기를 또 해주셨다.


"예전에는 껍질 까서 보믄 색깔이 파아란(아마도 진초록?) 콩이 있었는디, 그걸로 두부를 만들면 아주 고소하니 맛있었단 마다. 쩌어그 월하리 철수네 가서 두부 한 모 사오거라~ 하면 바가지 들고 졸래졸래 가서 사왔재."


"왜 바가지를 들고 가요?"


"지금이야 양푼도 흔하고, 그릇도 많고, 비닐봉지도 쎘다만 옛날엔 그런 게 어딨냐? 담아올 것이 마땅찮은께 바가지를 들고 갔재."


"아~"


"거기 두부집 주인 이름이 철순디, 턱수염이 요래 길어갔고 하얗고 머리도 허연 할아버지어야. 그 할아버지여도 애나 어른이다 모도 다 철수라고 이름을 불렀, ㅎㅎ"


"보통은 자식이름을 가게 이름으로 짓는데, 특이하게 본인 이름으로 하셨네요. 자식이 없었을까요?"


"그거까지는 기억이 안 난디, 암튼간에 다들 철수네라고 불렀재. 그짝에선 그집 두부가 맛있어서 설 추석이나 제사 잔치할 때마다 철수네 가서 두부를 사왔니라."


"그땐 두부 한 모에 얼마였어요?"


"얼마였더라... 그땐 얼마에 샀나 모르겄고, 내가 서울로 시집 와서 장에서 두부 살 때 한 모가 20원이었응께 그것보단 쌌지 않겄냐? 옛날엔 100원짜리 한 장 들고 장에 가면 웬만한 것은 다 샀는디...  콩나물 10원, 두부 20원, 배추도 20원~ 어쩌다 30원짜리 배추를 사믄 크기가 엄청났재~"


"진짜 쌌네요~ 저 오늘 산 두부는 대용량이라 3kg에 4천 얼마던데 그것도 싸다고 하면서 샀거든요. 풀무원에서 나오는 1kg짜리 두부도 세일해야 2800원이고, 국산 유기농콩으로 만든 두부는 300g 한 모가 3천원을 넘는데, 옛날엔 다 국산 유기농콩으로 만들었을 거잖아요?"


"그라재~ 다 집에서 씨받아서 키운 콩을 심었재. 그라고 옛날에야 농약이 어딨냐? 끽해야 두엄 썩힌 거름 뿌려가꼬 키웠재. 그랑께 콩밭 맬라면 힘들지야. 그 뭐냐,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홀딱 젖는다~ 하는 노래도 있냐 안? 그 노래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여. 여름 내내 그렇게  땀 뻘뻘 흘려 키워가꼬 가을에 추수해서 그걸로 두부를 만들믄 진짜 맛났재."


"아이고~ 진짜 맛이 있을 수에 없었겠네요."


"옛날엔 지금처럼 흔하게 두부를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뭔 잔치나 해야 먹는 귀한 건께 더 맛있재. 그라고 철수네 두부는 여름에는 안 했어야. 날이 뜨거워서 두부가 금방 쉬어버링께, 가을 찬바람 나야 두부가게 문 열었재. 그란디 요즘엔 그 파아란 콩이 안 보이드라? 그 콩으로 만든 두부가 진짜 꼬소하니 맛난디..."


"콩이름이 뭐였어요?


"몰라~ 그냥 우린 퍼런콩이라고 불렀는디 진짜 이름이 뭐일랑가?"


약 10년 전부터 종자의 중요성을 인지한 나라들이 종자전쟁에 들어갔다. 종자는 생물이 번식하는 데 필요한 기본 물질인 씨앗을 말한다. 이런 종자를 새로 만들 경우 20년간 지적재산권이 보호되기 때문에 각 나라에서 신품종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어떤 종자는 금값보다 비싼 경우도 많다. 그런데 어머님께서 말씀하신 콩은 그 이름도 모르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머님께서 드시고 싶어하시고,

나도 파란콩으로 만든 두부의 맛이 몹시도 궁금한데

어디서 구할 방도가 없으려나?

요건 풀무원에서 나오는 3kg 두부. 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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