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불구하고 올해는 너무 가물어서 비가 안 올 때는 풀들도 잘 안 자라서, 물 주러 갈 때마다 눈에 띄는 작은 풀이 있으면 호미로 슥슥 긁기만 해도 제거가 됐다. 이만하면 밭농사 짓기 쉽네 뭐~ 하던 참에
현충일 연휴 이후부터,
비가 간간히 내려주니 내가 심은 작물도 자라기 좋았지만 풀도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 텃밭에 물 주러 자주 안 가니 그만큼 밭관리에 소홀하게 된 점도 작용을 해서 2주 전부터 눈에 띄게 풀이 늘었다.
더 자라기 전에 풀을 제거해야겠다 생각하고
지난 주 화요일 새벽에 한 시간 가량 뽑았지만
상추랑 토마토 가지 대파 들깨 심은 쪽만 손을 보고, 나머지는 손도 대지 못한 채 아침 준비를 위해 돌아와야 했다.
주말에 하루 날 잡아서 풀정리를 마쳐야지~
하고 있다가 잡은 날이 일요일 새벽이었다.
등교나 출근을 위해 아침준비를 빨리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 여유있게 풀을 제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새벽 5시부터 나갈 준비를 해서
밭에 도착하니 5시 반쯤.
그 사이 며칠 비가 와서 풀이 더 움쑥 자라올랐다.
쌈채도 많이 자라서 좀 뜯어서 담고,
방울토마토가 몇 개 빨갛게 익었길래 딴 뒤
바로 호미를 들고 풀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왕바랭이, 쇠비름, 그령, 명아주 등이 섞여있는데
다행히 며칠 전 내린 비로 땅이 비교적 촉촉해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풀이 뽑히긴 했지만 그래도 워낙 많이 자라서 쉽진 않았다. 특히 그령은 뿌리를 뽑아내기 제일 어려운 풀이다. 밭에 난 것들은 그래도 다 뽑아냈는데, 고랑에 난 건 너무 단단히 박혀있어서 가위를 가져다가 잎을 자르는 선에서 해결했다. 옆밭과 경계를 이루는 고랑에 있는 그령들은 특히나 뿌리까지 제거하려다 옆밭의 비닐까지 다 들어내게 생겨서 그렇게 타협을 했다. 문구용 가위밖에 없어서 그걸로 하자니 것도 꽤 힘이 들었다.
풀과 씨름하는 동안
머리 속을 어지럽히던 생각들도 정리가 되고
풀밭이 되어가던 텃밭이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시간동안 낑낑대며 풀과의 전쟁을 한 결과, 꿈에까지 나와서 나를 강박하던 무성했던 풀들이 드디어 패잔병이 되어 사라졌다.
군데군데 모아둔 풀들을 쫘악 늘어뜨려서 텃밭의 거름으로 만들까 생각도 했지만 곧 장마소식이 있어서 그렇게 해두면 기껏 뽑은 풀들이 비 맞고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았다. 고민끝에 밭 끝자락에 풀들을 옮겨서 몽땅 모아놓으니 아주 산더미다.
밭 끝자락 가운데엔 내가 따로 심지도 않은 고수가 스스로 자라나 꽃이 피어있었다. 봄에 그 자리에 나는 게 그냥 풀은 아닌 것 같아 냅두길 잘했다. 고수꽃 주위로 풀을 모아놨더니, 완전 풀속에서 피어난 꽃이 되었다.^^
'장마철 지나기 전까진 당분간 풀에서 해방이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장마철 지나기 전까진 당분간 풀에서 해방이다!
가뿐한 마음으로 쌈채와 토마토 가지 대파 들깨 감자에 물을 주고 세 시간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한 손엔 봉지 가득한 쌈채와 첫 수확한 방울토마토를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