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마눌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인 나는 친정부모님의 장녀이자, 사남매의 맏이이고, 독서동아리 총무에, 아파트 도서관자원봉사,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랍니다.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7년간 해온 도시텃밭의 총무였고, 마을일을 함께 해나가는 마을공동체의 일원이기도 하다 보니, 1인 10역을 하며 살 때가 많아요.
그래서 일이 많은 날은 하루종일 동동거리면서 지낸답니다. 며칠 전에도 새벽 2시부터 하루를 시작해서 몰아치는 일들을 하다 보니, 저녁 7시 넘어 식사를 차려놓은 뒤로는 수저 들 힘도 없어서 밥도 안 먹고 침대에 뻗었어요. 식구들 밥 먹는 동안이라도 좀 쉬어야 다음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초저녁은 남은 하루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충전이 필요한 시간이에요.
by 나미니
"에구구, 허리야~ 나 죽겄네!"
하면서 침대에 누워 끙끙대고 있으니, 저녁식사를 마친 남편이 슬며시 다가와 손을 내밉니다.
"곰돌이파스 붙여줄까?"
"잉? 무슨 곰돌이 파스? 집에 그런 게 있어?"
집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여기서 곰돌이파스라 함은 남편의 손뿌닥이랍니다. 따끈한 남편 손이 천연파스가 되어 내 몸 구석구석 아픈 곳에 대고 있으면 통증이 씻은듯 나아지는 효과가 있으니, 자칭하여 '곰돌이 파스'라 부르는 것이죠.
"내 손은 약손, 마누라 배는 똥배~ 아픈 데 나아라~"
이런 노래도 불러가며 배랑 등이랑 허리랑 무릎이랑 엉덩이를 문질러주면 신기하게도 점점 통증이 사라지면서 몸이 절로 편안해져요. 신기한 일입니다. 남편 손은 적외선치료기인가 봅니다.
"아~ 따뜻해. 역시 울 남편 손이 약손이네~"
그렇게 남편에게 칭찬듬뿍 립서비스를 날리다 보면, 어느새 곤한 잠에 빠져듭니다. 비록 한두 시간을 못 넘는 수면시간이지만 이 달콤한 잠에 온몸이 개운해진답니다. 곰돌이파스 효력, 정말 짱이죠?^^
부부애정전선을 체크할 때.
남편 손이 혹은 아내 손이 내 몸에 닿는 순간 편안하고 좋으면 굿! 만약 아무 느낌이 없거나, 심지어 몸서리치게 싫다면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아요. 서로의 손길을 고마워하고 따스하게 느낄수록 건강한 중년부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우리 남편이 기특한 곰돌이 파스만 선사할 사람이아니쥬~ 제 속을 팍팍 긁어놓는 만행도 곧잘 저질러서 그간 쌓아올린 부부사랑 금자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기도 한답니다. 그것도 역발상을 하면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하지요. 어떻게 하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