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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나의 존재는?

말속에 뼈가 있다, 언중유골

by 말그미

이런 글이 올라오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여자들은 맞아 맞아하면서 핵공감하며 폭발적인 반응, 남자들은 떨떠름해하면서 이런 맞대응을 하기도 하죠.


- 남자들도 그렇대요.

살다가 힘들 때면 마눌 사진 꺼내보며,

"이런 여자 하고도 사는데

세상에 못 견딜 일이 어디 있을까" ㅋㅋㅋ



남편에게 이 이야길 했더니,

깔깔대며 웃는 나와 달리 진지하게 이러더군요.


"난 달라. 지갑에 있는 니 사진 꺼내보면서

나 만나서 미안하다, 고생시켜서... 그래."


그 말을 듣는 순간,

오잉? 진짜? 속으론

'그래도 자기가 나 고생시킨 거는 아네~'

하면서도 대놓고 그리 말하기엔

남편이 너무 진지한 표정이라서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느라 가만있었더니 남편이 그럽니다.


"사실 아냐? 나 만나서 고생 많이 했잖아."


사실은 사실이지~

속으로 또 맞장구를 쳤죠.

하지만 거기에다 대고


"100% 인정! 이제야 철 좀 드네!"


라고 하면 분위기 싸~~~ 해질 거 같아

고민 끝에 이렇게 답했답니다.


"개그맨 김국진이 그랬대~

'어느 집 냄비나 뚜껑을 열어보면 끓고 있다'고... 맞는 말 같아. 얼마나 잔잔히 끓느냐, 바글바글 넘칠 정도로 끓느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집인들 뚜껑 열어보면 안 끓는 집 있겠어? 다 복작복작 그러구 사는 거지 뭐.

우리는 우리 나름의 냄비를 끌어안고 사는 거야. 그렇게 살면서 철들고 어른 되고~ 그러는 거지."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쓰레기도 안 버려주고, 청소도 안 해주고, 당연 요리도 안 해주고(설거지는 가끔 함), 이상한 음식 나오면 마누라부터 멕이고 정상유무 테스트를 하는 남편이지만 그래도 내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지점에서 나를 감동시키기 때문이랍니다.


아흔아홉 개 잘못하고 하나 잘해서 칭찬받는 셈인 같아 좀 얄미운 구석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쩌겠수~ 내 낭군인데!^^



1)


남푠이가 속 긁을 때마다 하는 생각.

남편은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나를 만나고,

난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어서 남편 만났으려니~

생각하면 꽤 위안이 된답니다.

(그러게 이 바부야, 나라를 왜 팔아먹었어~ 벌 받아도 싸!)


덧2)


자는 줄 모르고
등 좀 밀어달랬더니
자다가 벌떡 일어나
쓱쓱 밀어주고 다시 들어가 자는
남편.

가는귀가 먹어서 평소엔
큰 소리로 말해야 알아듣는 사람이
으째 뚝 떨어진 욕실에서 하는 소릴
자다가 듣고 왔는지 신기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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