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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Apr 08. 2024

'궁시렁대숲'에서 탈출하는 법

감정노동에서 벗어나려면

우리 시어머님은 다 좋으신데

내가 안 좋아하는 게 하나 있다.

무슨 일인가를 하시면서

혼자 막 궁시렁대시는 것이다.


거실 화장실은 어머님 방 앞이라

거의 어머님 전용으로 쓰다시피 한다.

그래서 어머님께서 화장실 청소도 맡아서 하시는 편이다. 난 되도록 거실 화장실을 안 쓰지만, 나를 뺀 모든 가족은 거실 화장실을 뻔질나게 쓴다. 지금은 독립해 따로 사는 딸과 아들도 단골이었다.  


그런데 딸이 쓰고 나오면 화장실에 머리카락 천지, 아들이 쓰고 나오면 변기에 오줌 튄 자국 천지가 되곤 했다. 안방에서도 그러니까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럼 어머님께서 화장실 청소를 하시며 궁시렁궁시렁 하는 소리가 대숲에 일렁이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하듯이 들려온다.


"뭔 멀카락이 이라고 또 빠졌다냐? 지렁이 천지네!"


"아이고~ 변기가 오줌 범벅이네! 어째 조준을 제대로 못하고 맨날 이라고 싸냐, 쯧쯧!"


작은 목소리로 궁시렁궁시렁 하시지만, 내가 거실에 있거나 부엌에 있을 때면 어머님이 '궁시렁대숲'에서 혼자서 하시는 말소리가 어김없이 다 들린다.


아이들에게 주의를 줘도 어쩔 수 없거나 잘 안 고쳐지는 부분이니까 그러려니~ 하시면 될 텐데 매번 '궁시렁대숲'에 들어가 혼자서 궁시렁대시고 계시니 듣고 있자면 살짝 짜증이 난다.


그래도 이건 내가 저질러놓은 일이 아니니까 그나마 괜찮다. 가끔 냉장고나 싱크대 정리를 하실 때면, 정리하시는 내내 궁시렁궁시렁 하신다.


맘에 안 드시는 게 있으면 그냥 나한테 대놓고 말씀하시면 좋을 텐데..., 정작 나한테는 직접적으로 한 마디도 안 하시면서 마음에 안 드시는 뭔가를 계속 궁시렁궁시렁 하면서 '궁시렁대숲'에서 나오실 생각을 안 하신다. 아는 척 나서기도 그렇고, 모른 척 가만히 있기도 그래서 영 속이 불편해 집을 탈출하곤 했다.


그러다 22년 3월, 

[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개의 질문]이란 책을 읽다가 유레카를 외쳤다. 8개의 카테고리 가운데 [일]에 나온 '감정을 망치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법'에서 발견한 이 내용 때문이다. 핵심은 이거다.




뒷말은 그 사람의 버릇이다.

고치기 힘드니 일단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게 현명하다. 굳이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시간을 낭비하며 감정 노동까지 할 이유는 없다.




그래, 집에서 탈출하기를 잘했어!

일단 자리에서 벗어나는 게 현명했군!!

소 뒷걸음치다 얼떨결에 쥐 잡은 격으로 해결법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군, 내가!!!


어쨌든 다른 사람의 뒷말로 마음이 복잡해지면, 나 혼자 애면글면 감정노동할 필요 없이 뒷말은 그 사람의 버릇이고 그 사람의 감정이니까, 그 사람 몫으로 남겨둘 일이다. 나는 딱 선을 긋고 자리를 떠나면 된다.


혹여 나처럼 시어머니나 기타 주변인의 '궁시렁대숲'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로 인해 괴로우신 분이 계시다면, 보다 자세한 실행지침서가 필요할지 몰라 아래의 내용을 책에서 옮겨본다.

 



이야기를 다 끝낸 후, 혹은 전혀 대화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 뒷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상황은 직장이나 가정에서도 빈번하다.


"대체 탁자에 둔 책은 언제 치우는 거야?"

"돈이나 좀 그렇게 치열하게 벌어 봐라."

"성과가 없는데 외근을 나가면 뭘 해?"


이런 식의 뒷말은 실제로 대화를 할 때보다 작은 소리로 이루어진다. 들으라는 건지 듣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피곤하며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눌 때보다 심한 짜증이 밀려온다.


"대체 왜 뒤에서 속삭이는 거야?"


감정을 망치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첫째, 그 자리를 벗어나라. 처음에는 분노한 마음을 진정시켜야 한다. "지금 뭐라고 했어?"라고 말하며 따져도 서로에게 남는 것은 별로 없다. 화가 난 상태에서는 말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은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게 낫다.


둘째, 상황을 괜히 자신이 다 끌어안기보다 그 사람에게 미루는 태도가 필요하다. 투정이나 시기, 비열함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뒷말은 결국 뒷말을 한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하자. 스스로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서라도 모든 뒤처리는 그들의 몫이라고 생각하자. '결국 당신의 감정이니 알아서 하세요'라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도 지혜다.


셋째, 생산적인 일에 몰두해야 한다. 그 자리를 벗어나라는 말은 직장에서 혹은 가정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소홀히 대하라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혼자 조용히 생각할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적극적인 행동이다. 소모적인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그 자리에서 벗어난 후, 혼자 조용히 생각하며 앞으로 어떻게 행동을 할지 결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음이 진정되면 이제 당신이 생각한 그 일을 시작하라.


이 모든 과정이 말로는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1단계에서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싸움을 시작하면 모든 게 엉망이 된다. 분노는 언제나 우리를 유혹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쉽게 생각하자. 뒷말은 그 사람의 버릇이다. 고치기 힘드니 일단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게 현명하다. 굳이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시간을 낭비하며 감정 노동까지 할 이유는 없다. 혼돈의 공간에서 벗어나 자신이 감정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곳에서 조용히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하는 시간을 갖자. 언제나 차분하게 대처하는 것보다 현명한 대응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일상을 망치는 부정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부디 이 의 내용처럼

궁시렁궁시렁 하는 뒷말에 처받지 말고, 발 빠르게 대처해서 감정노동에서 후딱 벗어나시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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