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vin Dec 07. 2017

눈 꽃 날리던 날처럼

어젯밤 내린 눈은

아주 잠시였어요.


아이가 먼저 눈이 오는 것을

살짝 알려주었고,

작은 창을 열었을 때,


앞 건물에 가려진 검은 풍경에

하얀 점들이 흩어지는 모습은

제가 어릴 때 보던 눈이 아니었어요.


온 세상을 하얀 천으로

덮어 놓은 듯한 그런 겨울의 골목길에서


추운 것도 모르겠고 

내일 출근도 모르겠고


데굴데굴데굴

하루 종일

데굴데굴데굴

굴러야 하는데 말이죠.


봄날의 곰이

하얀 꽃 밭을 구르듯

땀으로 젖은 앞머리가

이마에 찰싹 붙도록

굴러야 하는데 말이죠.



조그만 창 옆에서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이는

큰 눈을 기다리고 있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미술관에 가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