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내린 눈은
아주 잠시였어요.
아이가 먼저 눈이 오는 것을
살짝 알려주었고,
작은 창을 열었을 때,
앞 건물에 가려진 검은 풍경에
하얀 점들이 흩어지는 모습은
제가 어릴 때 보던 눈이 아니었어요.
온 세상을 하얀 천으로
덮어 놓은 듯한 그런 겨울의 골목길에서
추운 것도 모르겠고
내일 출근도 모르겠고
데굴데굴데굴
하루 종일
데굴데굴데굴
굴러야 하는데 말이죠.
봄날의 곰이
하얀 꽃 밭을 구르듯
땀으로 젖은 앞머리가
이마에 찰싹 붙도록
굴러야 하는데 말이죠.
조그만 창 옆에서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이는
큰 눈을 기다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