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의 목적

진심을 나누는 순간

by 전민재

어제 친정에서 엄마, 아빠가 내가 병에 걸린 이유에 대해 건강검진을 빨리 가지 않고 빠뜨려서, 살이 쪄서, 운동을 안 해서 등등으로 단정지으면서 잔소리를 늘어놓았던 것이 마음에 남았다. 자기들 사이가 안 좋아 자주 싸우느라 자식들이 평생 긴장감, 불안 속에서 살게 하더니 자기 반성은 없이 또 내 탓만 하시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집에 와서는 잠자리에 누워서도 생각이 나서 남편에게 넋두리를 했다. 그러다가 아침에 산책을 하러 나가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혈액투석을 할 때, 신장이식 수술을 할 때, 패혈증으로 한 달이 넘게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다가 퇴원했을 때.

아빠가 당뇨병으로 평생에 걸쳐 음식조절과 운동을 할 때, 대장암 0기 진단을 받고 음식을 조심할 때, 결석으로 입원을 했다가 퇴원했을 때.


그럴 때 마다 나는 약간은 원망이 섞인 마음으로 혹은 걱정하는 마음으로 잔소리를 해댔었다. 그들도 그럴려고 그 병에 걸리거나 아픈 것이 아닌데, 정말 그 병의 원인은 아무도 모르는 건데, 아무렇게나 내 마음대로 떠들었다. 그냥 어색함에, 혹은 민망함에, 아무 것도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무기력감에.


무엇이건 내 필요에 의해서 힘껏 큰 소리로 떠들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미안해졌다.

엄마에게 신장을 주고 싶다는 말을 못했던 죄책감도 이제는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서 내 마음속에서 떠나보내고 싶어졌다. 이기적인 마음이라는 생각 때문에 창피해서 숨기고 모른 척하고 싶었었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도 그냥 내 것이라 인정하고 사과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가 아픈 사람이 되어보니까 상대방은 좋은 의도로 하는 잔소리인 줄 뻔히 알면서도 섭섭하고 속상하고 그렇네. 내가 엄마, 아빠가 아플 때 괜히 잔소리를 많이 한 거 같아서 미안해요. 내가 안 겪어본거라 어떤 심정인지 잘 몰랐어요. 수술이 무서워서 엄마한테 신장을 준다는 이야기도 못했는데 그것도 미안하고 지금와서 보니 그렇네요. 제왕절개수술을 한 번 해보고 나서는 수술이 너무 무서워서 둘째도 안 가졌는데, 결국 이렇게 수술을 하게 되네요. 세상살이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게 맞긴 맞나봐요.”


엄마에게서 답장이 왔다.


“그런 소리 하지마라. 너는 할 만큼 했다. 엄마는 서운한 적 없었다. 네가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 그게 걸렸었다. 수술... 한 숨 자고 나면 끝나 있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자책도 하지 말고, 힘들겠지만 잘 견뎌 내리라 믿는다. 우리 딸은 엄마가 항상 믿는다.”


눈물이 났다. 엄마가 진짜 엄마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서로에게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들을 병에 걸리고서야 하게 된다. 내가 이렇게 약해지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순간이었다. 엄마와 딸로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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