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배려를 타인에게 돌려준다

by 전민재

길을 걷다가 보도블록이 패인 자리에 발목이 90도로 접히면서 주저앉아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어리둥절하는 사이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바닥에 내동댕이친 것도 모자라 그 컵을 내 왼쪽 손으로 밟다시피 누르는 바람에 커피가 온 사방으로 튀었다. 오른손에 들고 있던 가방은 저쪽 전봇대 밑으로 날아가 있었고 주변을 오가던 사람들이 사방에서 내게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바닥에 대자로 누웠던 나는 민망함에 얼른 일어나고 싶었지만 접질려진 발목때문인지 좀처럼 내 의지대로 다리가 움직여지질 않았다. 한참을 그러고 앉아 있으니 모여든 사람들 중 젊은 연인 중 한 사람이 119에 신고해야 되는게 아닌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자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나는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며 있는 힘껏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섰다. 그런데 그때 중년의 여성 한 분이 내게 다가오더니 자신의 몸에 기대라며 내 팔을 부축해주었다. 마침 내가 사는 집과 같은 방향이라며 내가 집으로 가는 10여분정도의 시간을 나와 동행해 주었다. 너무 고마운 마음에 커피쿠폰이라도 드리고 싶다고 연락처를 여쭈어보았으나 난감해하는 모습이었다. 개인정보를 공유할 사이는 아니기에 내가 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함에 여러 번 90도 인사를 드리고 그냥 헤어졌다. 순간 병원에서 지내던 시기 같은 병실을 쓰던 사람들에게 고마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인실의 옆칸 환우에게서 받았던 배려를 그 다음에 만난 환우에게 돌려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었다.


이전의 나였다면 내게 도움을 준 바로 그 사람에게만 받은 만큼 돌려주려고 애썼을 것이다. 그래야 직성이 풀리고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지만 지금은 내가 좀 달라졌다고 느낀다. 누군가 내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배려를 해주었을 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당장 보답하지 않아도 언젠가 돌려줄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여유있게 대처할 수가 있다. 그 사람에게 직접 돌려주려하기보다는 여의치 않다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나도 지나치지 않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이 거대한 유기체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누군가에게 준 좋은 에너지가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돌아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역경을 마주하고 그 지난한 과정을 건너와 보았기 때문에 생긴 관용적인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상황과 관계를 내 뜻대로 통제하고 조정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내려놓음으로 인해서 생긴 여유이고 유연함이다.


새삼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는 시간동안 내게 자신의 배려를 나누어주었던 수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나도 그 배려를 누군가에게 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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