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족과의 파리여행을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어떻게 실현할지 방법에 대한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가족 중에 파리여행을 원하는 사람은 나 한 사람뿐이었고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죽기 전에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는 일이었다.
문제는 돈과 두려움이었다. 유럽여행은 가성비가 없는 사치라고 생각하는 남편과 자유 시간에는 집에 있는 게 최고 좋다는 딸아이를 설득해야 했다. 테러와 파업, 소매치기 등 미지의 도시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다독이며 함께 방향을 잡아가야 했다.
첫 번째 제일 큰 장애물은 역시 돈 문제였다. 우선은 전업맘으로 있던 내가 출판사에 원고투고를 해서 계약을 맺고 출간하기로 한 책이 그해 6월에 나오며 인세가 생길 예정이었다. 첫 번째 인생 버킷리스트였던 책 쓰기로 번 돈을 나는 내 인생 두 번째 버킷리스트인 파리 가족여행에 쓰기로 결심했다.
또 20년간 묵혀두었던 우리 두 부부의 항공사 마일리지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그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방법이었다. 그 해까지 쓰지 않으면 마일리지가 사라진다는 정보를 기사에서 접한 남편이 알려주었다. 하늘이 돕는 것 같았다.
아이가 어릴 때 쓰던 육아용품들과 장난감, 책, 엄마표 영어를 하느라 사 모았던 영어 dvd 등 중고거래가 가능한 모든 것들을 팔았다. 벼룩시장에 직접 나가서 팔기도 하고 당근마켓도 이용했다. 여행을 결심한 4월부터 여행 가기 직전인 11월까지 20여 회에 걸쳐 40만 원 정도를 중고거래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마일리지 항공권으로 가족 3명의 비행기표를 해결하고 내 첫 책의 인세로 열흘간의 숙박비와 식비를 충당했다. 아이의 육아용품과 책 등의 중고거래로 만든 돈은 런던까지 왕복하는 유로스타 교통비와 디즈니랜드 입장료 등을 미리 예약하는 데 사용한 셈이 됐다.
그냥 모아두었던 돈을 헐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잊어버리고 묵혀놨던 것들을 찾아서 속 시원하게 쓰고, 공간만 차지하고 방치되었던 물품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생긴 돈으로 여행을 간다는 콘셉트에 알뜰한 남편도 흔쾌히 동의했다.
두 번째 장애물은 심리적인 문제였다. 여행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었다. 편하고 안락한 내 나라, 내 집을 두고 왜 그 멀리까지 가서 고생을 사서 하냐는 생각을 가진 남편과 딸을 설득해야 했다. 파리여행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우리가 함께 라면 돌발 상황에 대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로 그들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가족이라는 팀의 일원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되었다.
먼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파리에 대한 만화책과 이야기책을 수집하고 영화도 찾아서 셋이 함께 감상했다. 도서관에서 하는 파리의 미술관과 역사에 관한 5주에 걸친 강좌도 내가 수강하고 틈틈이 가족들에게 공유했다.
매주 토요일밤 8시에 가족회의를 열어 파리 여행에 대한 서로 간의 의견을 나누었다. 각자의 여행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로 하고 여행책에서 정보를 수집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없던 흥미와 기대가 생기고 파리 여행에 대한 긍정적인 정서가 부정적인 정서를 상쇄했다. 돌발 상황이 생기더라도 우리가 함께 대처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강조하면서 서서히 여행에 대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