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의 묘가 안치되어 있는 앵발리드에서 오후 5시쯤 나왔을 때 콩코드광장으로까지 이어지는 도로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한쪽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파리의 교통파업으로 걸어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퇴근시간이 앞당겨진 것 같았다. 우리도 어느새 그 틈에 끼어서 함께 걷고 있었다.
그런데 파리 사람들은 참 빠르게 걷는다. 한국에서는 항상 너무 빨리 걷는다고 핀잔을 듣던 남편도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지기 싫어하는 남편이 자기 옆에 걷는 파리 사람보다 빨리 걸어보려고 여러 번 시도해 봤지만 더 빨리 걷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의 걸음에는 경쾌함과 함께 자신감과 당당함이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세상의 어느 것에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듯한 태도가 엿보였다.
무엇이 이 사람들을 이렇게 빠르고 경쾌하게 걸을 수 있게 만드는 걸까?
다리가 길어서?
파업이 너무 잦다 보니 워낙 걸어서 출퇴근을 자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생존을 위해 걸음이 빨라졌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파리 사람들이 살이 찌지 않는 이유는 와인이나 음식도 있겠지만 이런 빠른 걸음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어트와 관련해서 항상 빠지지 않는 파워 워킹. 그냥 걸으면 살이 안 빠지니 바른 자세로 빠르게 걸으라고 하는데, 파리 사람들이 바로 그렇게 걷고 있는 것 같았다.
빈말이 아닌 것이, 파리에 도착하여 6일쯤 되는 날이었을까? 엉덩이와 허벅지를 연결하는 부위의 살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복부에 부담스럽게 붙어있던 셀룰라이트들도 그 부피가 많이 줄어들었다. 전체적으로 몸이 한결 가벼워져서 걷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졌는데, 양쪽 허벅지와 종아리에 살짝 근육이 붙은 것도 같았다.
파업이 주는 나름의 긍정적인 효용이랄까? 파리 교통 파업 덕분에 오기 전에는 거의 공포상태였지만 막상 와서 부딪쳐보니 걸어서 여행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여행은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편한 것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다. 특히 우리 가족에게는 더더욱. 하지만 현재 파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덕분에 우리는 도보여행을 택했고 그로 인해 파리를 한결 더 가깝고 친근하게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