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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명 Dec 22. 2018

서울 궁궐 나들이

우리 궁궐을 만나는 또 다른 방법, 궁궐 속 자연생태 나들이



궁궐에서 야생동물 만나기


아직도 그 날 기억이 생생합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창경궁 외각 둘레길을 따라 걸으며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조용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찰나 궁궐 담장 쪽에서 검은색 동물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그 순간을 말이죠. 처음에는 고양이인 줄 알고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뭔가 느낌이 많이 달라 자세히 보니 바로 너구리였습니다. 저도 놀랬고 그 친구도 놀랬는지 잠시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며 망부석처럼 서 있었습니다. 그렇게 1분간 있었을까요? 그 사이 저는 생애 첫 너구리 만남을 사진으로 기록했고, 그 친구 역시 저를 지긋이 쳐다보다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 날 창경궁에서 만난 너구리와의 만남을 계기로 궁궐이란 공간이 즐겁고 재미있는 곳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을 거점 삼아 생태기행을 새롭게 시작했지요. 궁궐을 거닐며 다람쥐, 원앙, 딱따구리, 멧비둘기, 붉은머리오목눈이, 직박구리, 황조롱이 등 다양한 야생동물 친구들을 만나며 궁궐이라는 공간과 친해지는 경험을 얻었습니다.  


내게 궁궐 나들이 즐거움을 새롭게 알려주었던 너구리 (창경궁)


궁궐에서 식물 친구 만나기


궁궐에서 우리 꽃과 나무를 만나는 일 역시 궁궐 생태기행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궁궐에서 서식하는 식물들은 이름표를 달고 있어 방문객들이 식물이름을 배우고 익히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궁궐 안에서 계절 따라 피는 우리 꽃 이름을 알아가는 과정은 좋은 자연학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고급 코스로 넘어가 보물 찾기를 하듯 궁 안에서 조용히 생을 이어가는 야생화를 찾는 일도 꽤 재밌는 일이었습니다.  


창덕궁과 경희궁에서 만난 식물 친구들


궁궐 산책길에서 나무 친구를 만나는 일도 뒤늦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나무 꽃과 열매를 만나거나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특별한 나무를 만나는 일은  궁궐 생태기행을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였지요. 그 날 따라 유독 눈에 쏙 들어오는 나무풍경을 감상하는 일 역시 궁궐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그렇게 궁궐 산책길에서 식물 친구들과 친해지는 과정을 배웠던 순간은 잊히지 않는 멋진 서울살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창경궁과 창덕궁에서 만난 나무친구들



궁궐 내 자연풍경 즐기기


현미경 같은 시선으로 궁궐 생태기행을 떠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모든 것 다 내려놓고 궁궐 풍경에 몸을 맡긴 채 그냥 걸어 다니기만 해도 좋은 방법입니다. 경복궁을 거닐며 내 눈 앞에 생생하게 펼쳐진 북악산과 인왕산 산세를 생생하게 즐겼던 기억도 잊지 못할 추억 중의 하나이지요.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생각을 비우며 천천히 거닐었던 창경궁 산책길과 춘당지 풍경이 여전히 그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큰 맘먹고 찾아간 창덕궁 비원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창덕궁 비원은 왕을 위한 비밀정원이란 이름으로 소개될 만큼 우리나라 전통정원을 대표하는 곳입니다.  첫 방문 때 저를 맞이해 준 화려함과 고요함이 공존하는 묘한 풍경에 마음을 확 뺏겨서 단풍이 찾아온 늦가을 다시 한번 더 그곳을 찾았지요.  기회가 닿으면 꽃피는 봄이나 눈 내리는 겨울 비원을 거닐며 비원의 사계절 모습을 깊이 느껴보고 싶습니다.


경복궁에서 바라본 북악산(좌). 창경궁 춘당지(가운데), 창덕궁 비원 관람정(우)


궁궐 속 자연생태 나들이를 회상하며


전통사상, 전통건축, 그리고 조선왕조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궁궐을 이해한다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궁궐에 들어설 때면 우리 궁궐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어려운 숙제를 받아 든 기분이었고 그래서 궁궐 나들이는 늘 어려웠지요.  그러던 어느 날 궁궐 안 자연과 생명을 만나는 여행을 알게 된 후 그제야 그리 멀게 느껴졌던 궁궐이란 공간이 즐겁고 가까운 곳으로 다가왔습니다. 너무 뒤늦게 찾은 저만의 궁궐 산책 방법이라 더 오래 더 깊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아직은 지역살이에 한참 정착하는 중이라 언제 다시 궁궐을 찾아갈지 모르지만 궁궐 자연과 생명을 만나는 생태기행을 꼭 다시 이어가고 싶습니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심 속 생태공원, 우리 궁궐'


도심 속 생태공원, 우리 궁궐 (경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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