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난지생명길 봄나들이

자연 친구들과 함께 걷는 난지생명길 봄나들이

by 지경


서울살이 마지막 봄 나들이를 떠났던 그때


막상 서울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봄이라고 생각하니 제게 남아있는 서울살이 시간이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점점 줄어드는 시간 앞에서 그동안 미루어왔던 장소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우선순위를 두고 제비뽑기를 하듯 선택을 해야만 했지요.


그렇게 제일 마음이 끌렸던 월드컵 공원을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생태복원 사례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기도 하고, 되살아난 자연환경 속에서 어떤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서울살이 21년 만에 마포 상암동을 직접 거닐며 만나는 첫 인연이 맺어졌습니다.


막상 상암동에 도착하고 보니 월드컵 공원이란 곳이 개별 공원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여러 공원을 한데 묶어 부르는 이름이더군요. 그리고 각각 공원들과 인근 불광천, 매봉산을 하나의 코스로 묶어 난지생명길이라는 문화생태탐방로가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는 만큼 그리고 자연 친구들이 거리를 허락하는 만큼 충분히 걸으며 둘러보기로 결심하고 난지생명길 봄 나들이를 시작했던 그 날입니다.


상암동 내 자연녹지공간을 하나로 묶은 난지생명길 코스 안내도



불광천변을 걸으며 만난 야생화 친구들


처음 경험하는 장소는 항상 낯섭니다. 방향감각도 익숙하지 않아 우왕좌왕하면서 안내도를 찾기 바쁘지요. 다행히 오래 헤매지 않고 평화의 공원으로 이어지는 불광천 산책로를 찾아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높은 고층 도시숲을 벗어나자 눈 앞에 초록빛 불광천 수변 공간이 확 펼쳐집니다.


휴일을 맞이해 많은 사람들이 불광천을 이용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도 하고,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동반 산책을 즐기기도 하며 수변공간을 이용하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그러나 하천과 인간의 길이 너무 가까운 탓인지 물새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따금 하천 옆 나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참새와 까치 모습만 보일 뿐입니다.


이럴 때는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어떤 식물 친구를 만날 수 있는지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봄이 깊어가며 점점 짙어가는 수풀 사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고 앙증맞은 풀꽃 친구들 모습을 만날 수 있었지요. 우리나라 대표 봄 풀꽃인 꽃마리, 봄맞이꽃, 그리고 별꽃 친구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이날은 벼룩이자리와 황새냉이 친구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다시 길을 나섭니다.


불광천 산책로에서 만난 풀꽃 친구들 - 벼룩이자리(좌), 황새냉이(우)


평화의 공원에서 아물쇠딱따구리를 난생처음 만난 날


불광천을 지나 평화의 공원에 도착합니다. 휴일 오후를 맞이해 공원은 어마어마한 인파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은 관계로 '생태 나들이'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오롯이 차분함을 유지하며 걷는 데 집중을 합니다. 넓은 난지연못이지만 사람들 발길이 닿을 수 없는 먼 물가 쪽에 중대백로 한 마리가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제외하곤 오늘은 별다른 친구들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산책을 마무리하고 다음 코스인 하늘공원으로 가려는 찰나 어디에선가 나무 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처음에는 평소 봐왔던 쇠딱따구리나 오색딱따구리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크기나 모양이 다릅니다. 바로 귀한 아물쇠딱따구리를 난생처음 만난 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은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나무 저 나무를 오가며 먹이 활동에 집중합니다. 저 역시 오가는 인파 속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이 친구가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만남의 순간을 반갑게 즐겼습니다.


인연이라는 것이 완성되는 순간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알아차림'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그 시간대에 난지연못 산책로라는 장소에서 아물쇠딱따구리와 마주쳤고, 다행히 그 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그 존재를 알아차리면서 제 생애 첫 아물쇠딱따구리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지요.


평화의 공원 난지연못 산책로에서 만난 자연 친구들



하늘공원 산책길 추억


평화의 공원 산책로는 이제 하늘공원으로 이어집니다. 전기차를 타고 편하게 올라갈 수도 있지만 오늘은 느리지만 깊은 시선으로 이곳을 만나고 싶어 계단길을 걸어 올라갑니다. 맨 처음 저를 반겨주는 꽃이 있었으니 바로 유채꽃입니다. 항상 유채꽃 축제 얘기만 들어왔는데, 유채꽃을 만나는 일 역시 오늘 제 눈으로 직접 보는 첫 경험입니다. 잠시 멈춰 서서 노랗게 계단길 주변을 수놓은 작은 유채꽃밭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꽃댕강나무 꽃을 비롯해 여러 식물 친구들을 만나며 다시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을 걷습니다.


그렇게 주위 꽃들을 만나며 한참을 올라가면 넓디넓은 하늘 공원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곳곳에 나 있는 산책로를 자유롭게 거닐며 저 멀리 보이는 북한산을 바라보기도 하고, 저 아래 펼쳐진 한강을 내려다 보기도 하고,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식물 친구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저 멀리 '꿩~꿩' 하는 꿩 울음소리를 비롯해 그 외 조류 친구들이 들려주는 새소리를 벗 삼아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하늘공원 가는 길에 만난 꽃 친구들, 그리고 하늘공원 모습



난지생명길 나들이를 마치며


이 곳을 너무 쉽게 생각했습니다. 아직 노을공원과 매봉산 산책로는 보지도 못했는데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했다면 시간 여유가 더 많았을 텐데,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이번 나들이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조금 더 오래 주변 풍경을 눈에 담고 싶어 월드컵 공원 명물인 맹꽁이 전기차를 타는 대신 걸어서 내려옵니다. 오늘 걸어 다녔던 여러 장소들을 다시 한번 내려다보며 하루 일정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지요. 내려오는 길에 꿩 울음소리, 물까치, 애기팔랑나비를 비롯한 자연 친구들 배웅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서울살이 마지막 봄 나들이 기억을 눈과 마음에 담으며 갈무리합니다.


난지생명길을 완전하게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서울을 완전히 떠나기 전 늦지 않게 이 곳을 경험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여행자 입장에서 다시 이 곳과 어떻게 인연이 맺어질지 앞으로의 시간을 고대합니다.


'서울살이 마지막 봄 추억이 담긴 장소, 난지 생명길'

"시간, 공간 그리고 알아차림의 순간이 맞아떨어져야 맺을 수 있는 인연 의미를 배웠던 장소, 난지생명길"


난지생명길 나들이를 마치고 다시 내려오던 순간들


keyword
이전 12화서울 궁궐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