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물원 야외 산책로

도심 속 보타닉 공원, 서울식물원 산책길

by 지경


2018년 10월 가을 오후, 마곡 서울식물원을 처음 만난 날


강서구 마곡동은 오랫동안 서울에 살면서 지하철 5호선 전철역 중 하나로만 알아왔던 곳, 그리고 단 한 번도 땅을 밟아보지 않았던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랬던 이곳이 '보타닉 공원'으로 불리는 새로운 녹색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소식을 뉴스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식 개원 전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회를 엿보던 중 출장 후 선물처럼 찾아온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서울식물원을 방문했습니다.


인공적인 전시 위주의 식물원을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 성향 때문에 서울식물원 자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야외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적어도 '공원 기능'을 강조한 식물원 산책로와 호수원만큼은 출장으로 지친 피곤함을 풀어주기에 충분한 멋진 야외공간이었지요. 무엇보다도 그날 호수원에서 만난 한쌍의 논병아리 친구는 자연생태 관점으로 서울식물원을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 좋은 인연이었습니다.


2018년 10월 서울식물원을 처음 만난 날 - 서울식물원 산책로, 호수원, 그리고 논병아리






서울식물원 두 번째 만남, 5월 봄 풍경


드디어 서울식물원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모처럼 미세먼지 하나 없이 맑은 하늘이 찾아온 주말에 다시 이곳을 찾았습니다. 가을에서 봄으로 풍광이 바뀐 이유도 있겠지만 식물원 입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작년 10월과는 완연히 다릅니다. 식물원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안쪽으로 걸어 들어옵니다. 방문객들이 각자 자기 방식대로 봄을 즐기는 모습을 지켜보며 호수원에 도착했지요. 지난번에는 보지 못한 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으며 방문객 눈을 즐겁게 해 줍니다. 그리고 오늘은 많은 인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호수원에 자리를 잡고 한가로이 일광욕을 즐기는 민물가마우지 친구를 만났습니다.


서울식물원 5월 봄풍경 - 산책로 풍경, 호수원 분수, 그리고 민물가마우지



호수원을 지나 이번에 새로 개방한 습지원으로 발길을 재촉합니다. 제가 가장 만나고 싶고 궁금했던 장소입니다. 뉴스만 보면 그리 좋은 얘기는 없었지만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요. 첫눈에 들어온 습지원 풍경은 아직 자리를 채 잡지 못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천천히 주변을 거닐며 습지원 곳곳을 들여다보면 그것 역시 인간이 판단하는 기준일 뿐 야생동물 관점은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닫습니다.


길을 걸으며 습지원을 바라보면 가장 먼저 흰뺨검둥오리, 직박구리, 참새, 까치와 같은 텃새 친구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겨울철새 청둥오리, 중대백로, 왜가리와 같이 덩치가 큰 녀석들도 쉽게 눈에 띕니다. 조금만 더 집중력을 갖고 물가를 관찰하다 보니 꼬마물떼새, 깝작도요와 같이 조심성 많은 부끄럼쟁이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다양한 친구들이 이곳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앞으로 긴 시간을 갖고 이곳이 가진 생태기능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습지원에서 만난 야생조류 친구들



서울식물원 야외 산책로는 습지원을 지나 한강고수부지로 이어집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공식적으로 서울식물원 공간이 끝나는 경계인 동시에 한강고수부지로 이어지는 전망데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곳에 서면 한강 하구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붉은 아치형 방화대교와 역사책에서 읽었던 행주산성도 가깝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산도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만날 수 있지요. 조금 더 한강을 가깝게 느끼며 걷고 싶다면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아래로 내려가 한강을 거닐 수도 있습니다.


서울식물원이 한강과 만나는 곳, 전망데크 풍경 이모저모


잠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서울식물원으로 되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관점을 바꾸어 식물원에서 자리를 잡고 자생하는 야생화를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식물원에서 관리하는 여러 꽃 친구를 만나는 시간을 가졌지요.


3~4월이면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별꽃, 애기똥풀꽃, 양지꽃 친구를 이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5월을 맞이해 새로 모습을 드러낸 주름잎 꽃, 지칭개 꽃, 갈퀴나물도 사람들 눈을 피해 조용히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친구들입니다.


둘레길 외곽에는 아까시나무가 짙은 꽃향기를 내뿜으며 하얀 꽃 세상을 만들어내 있고, 실개천에는 노랑꽃창포를 비롯한 붓꽃 친구들이 여름이 오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산책로 옆 화단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5월 꽃인 함박꽃(작약)도 만날 수 있어 기분 좋았던 봄날 오후였습니다.


산책로에서 만난 풀꽃, 나무 꽃 친구들





서울식물원과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낯선 강서구 마곡이란 곳에서 서울식물원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한강 전망데크에서 한강하구를 내려다보며 다음 생태 여행길 코스를 기획할 수 있었지요. 바로 서울식물원을 통해 오랜 제 위시리스트였던 강서습지생태공원을 찾아가는 여행길입니다.


겨울철새들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11월에 서울식물원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친구들을 품에 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거기에 대해 그동안 접근성 문제로 한 번도 못 가본 강서습지생태공원을 걸어서 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으니 더더욱 이곳이 고마울 따름이지요. 시간과 때가 맞아떨어지는 늦가을 혹은 초겨울 어느 날, 서울식물원과 강서습지생태공원을 만날 다음 인연을 고대합니다.


"앞으로 시간이 더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보타닉 공원, 서울식물원"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서울과 한강 풍경을 만난 날, 서울식물원 생태나들이"


서울식물원 한강 전망데크에서 바라본 '강서습지생태공원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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