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
기적을 꿈꿔왔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함께하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혼자서는 도무지 어떠한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시들어 버릴지 모르나 그 작은 흙구덩이 속에서 그녀는 나를 일으켜 세워 주었다.
어느 날 흙을 파헤치듯 그녀가 앵두 같은 입술을 내밀며 내게 물었다.
'오빠 이번에 우리나라가 역도에서 큰 성과를 이뤘잖아~'
나는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응 그랬지'
'정말 대단한 거 같아 그 사람 라미란~'
순간 뭔가 이상한 듯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누구?'
그녀는 답답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한 글자씩 곱씹으며 큰소리로 말했다
'오빠! 역도선수 라미란 말이야~ 라! 미! 란!'
순간 번뜩하는 뇌리의 말을 입으로 내뱉었다.
'아~장미란~'
그녀는 그제야 호탕하게 웃으며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맞아가며 웃는 찰나에도 지속적으로 '라미란'이란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배속에 굶주린 허기짐들에게 양식을 주기 위해 마트를 다녀오는 길에서 갑자기 그녀가 너무 놀란 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빠 아이유가 결혼했는데 벌써 딸이 있다는 거야~'
순간 흠칫하듯 내 두귀를 의심했다.
어떻게 아이유가 벌써 결혼을 했고 딸까지 있다는 건지 말이 되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이미 나의 귓속 달팽이관들이 꼼지락 거리며 당황을 했을 텐데 주위로부터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당황한 목소리로 물어봤다
'아이유가 결혼해서 딸까지 있다고?'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너스레를 떨며 대답했다.
'그으래~ 오빠는 몰랐다는 거야?'
난 사실 확인을 위해 빛의 속도보다 빠른 손놀림으로 아이유 기사를 검색해 봤지만 결혼과 딸이야기는 어느 곳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순간 뇌리를 스치며 빠르게 다른 이름들을 떠올려봤다.
한참을 생각하다 생각을 정리하며 그녀에게 점잖게 물었다.
'혹시... 아유미?'
그녀는 찰나의 순간 멈칫하더니 입고리를 올리고 다시 한번 호탕하게 웃으며 나를 때리며 말했다.
'아~맞다 아이유가 아니라 아유미다 아유미!'
아가씨에게 갑작스럽게 결혼을 시키고 딸까지 만들다니... 그녀의 팬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뿐이다.
한 글자만 바꿔도 복잡한 세상이 달라 보인다.
그리고 그런 세상 안에서 뒤죽박죽 오믈렛처럼 섞여서 살아간다.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것은 나만의 잘남을 뽐내는 것이 아닌 삶의 무게를 같이 지탱해 주는 사람의 유머와 그걸 이해하는 서로의 배려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도 그렇게 그녀의 매력안에서 사랑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