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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 매니아

너와 살아보니 예상과 다르다(부제 : 신혼일기)

by 젠틀LEE


결혼은 새로운 시작과 끝의 기점을 송두리째 가져다 내 앞에 놓아두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했다

"자네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나는 전광석화처럼 바로 대답했다. 바로 대답하는 것은 유부남이 된 자의 필연적인 의무이기 때문이다

"감...감당하겠습니다!"

옆에서 토끼같은 아내의 눈이 야수처럼 흘깃거렸던 것은 기분 탓인듯 하다.


아내는 수다력이 만렙인 사람이다.

그런 그녀의 요즘 최대 고민은 집들이였다.

장인어른과 장모님 그리고 처제의 집들이를 필두로, 그의 친구들 5명과 그들의 가족 총 20명의 집들이,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의 집들이를 포함하면 총 5번의 집들이가 남아있다.

왜그렇게 집들이를 많이 잡았냐고 아내에게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한가지였다

"아임 집들이 매니아"


새로운 집에서의 첫 집들이를 준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힘든 여정이었다.

아내는 밤낮으로 인터넷을 뒤져 완벽한 메뉴와 분위기를 구상하는 데 몰두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은은한 달빛이 비추듯 걱정과 기대감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었다.

처음으로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일은 단순한 모임 이상의 의미였다.

이는 마치 자신의 새로운 삶을 선보이는 무대와도 같았다.


삶의 첫 시작점의 기록은 잘 짜여진 한편의 연극처럼 매끄럽게 진행되기를 바랬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영역인 '집들이'에서 그것을 한껏 드넓게 펼쳐보이고 싶었다.

나는 그녀의 확실한 조력자가 되기로 했다.


그녀는 매일 밤 늦게까지 유투브와 인스타그램을 뒤지며 마치 콜럼버스가 최초의 대륙을 찾아내는 것처럼 최적의 테이블 세팅과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찾아헤맸다.

가끔씩 머리를 쥐어짜는 행동이 있을때는 나는그저 침착하게 헝크러진 머리를 손으로 빗어주었다.


음식 메뉴 선택은 더욱 더 고민스러운 부분이었다. 자신의 요리 실력을 과시하고 싶었지만, 동시에 너무 과하지 않게 준비하고 싶었다.

한가지 간과한 점은 그녀는 요리를 해본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완벽한 요리 초짜.


그녀는 수없이 많은 레시피 블로그와 요리 유튜브를 뒤졌고, 때로는 집들이를 미리해본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각 요리마다 예상되는 손님들의 반응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했다.


화려하고 자신이 한것처럼 보이고 싶어한 그녀의 선택은 코스트코의 대량 판매하는 맛이 보장된 수프였다.

그리고 아구찜과 족발, 쿠키를 하고 싶어했다.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리라 생각할즈음.

어느새 난 쿠키를 굽고 있었다.


집들이 당일, 아내의 긴장감은 공기 중에 팽팽하게 맴돌았다. 오랜 준비 끝에 마련한 자리였기에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그녀를 짓눌렀다.

처음 집들이는 장모님과 장인어른, 그리고 처제와 그의 남편 이었다.


집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셋팅을 하였다.

나는 분명 조력자 역할. 집들이란 무대의 조연이었을 텐데 어느순간 내 손에 집들이 음식들과 셋팅이 시작되었다.

음식을 담고, 음식을 만들고 아내와 성섬성의껏 집들이 요리를 차려냈다.


중간중간 쉴틈없이 요청한 커피도 직접 내려주고, 어젯밤에 반죽해둔 쿠키도 만들어 내놨다.

집들이가 막바지가 될즈음 처제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근데 형부는 언제쉬어?"


오늘도 집들이 주최자인 아내는 집들이에 오라며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

물론 나의 약속시간도 덩달아 잡혔다.

다음 집들이는 아내의 오랜친구 5명과 그의 가족들이다.

아이들까지 합치니 총 20명의 집들이가 준비 되어있다.

스스로에게 다독이며 묻는다.

"예상과 다른데 나...해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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