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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ISTJ 수집가

너와 살아보니 예상과 다르다.(부제 : 신혼일기)

by 젠틀LEE Mar 04. 2025




성격 유형론에서 ISTJ는 매우 독특하고 흥미로운 유형이다. 

이들은 '신중한 관리자' 또는 '청렴한 현실주의자'로 불리며,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속된 말로 얘기하자면 지킬 건 무조건 지키는 고리타분한 존재들이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뛰어난 현실 감각과 책임감이다.

ISTJ는 규율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철저하게 수행하는 성향을 가진다. 

그들은 세부 사항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계획을 세울 때 매우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선호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잘 맞는 성향을 가진 이들과 더욱 편안하게 어울린다. 

나의 아내 역시 그런 경향이 강렬하게 뇌리에 자리 잡아 있었다.

그녀는 특히 ISTJ 성격 유형의 사람들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매우 의식적이고 선별적인 선택이었다.


아내의 제일 친한 친구 중 한 명인 '염소'라 불리는 고등학교 때부터 20년 동안 단짝인 친구가 있다.

며칠 전 집들이에 초대된 그 친구는 아내에게 깊은 안정감과 신뢰를 동시에 제공했다.


아내가 차린 음식에 바로 운을 띄워 말했다.

"그거 조리하기 진짜 쉬운 거지? 다 되어 있는 음식 아니야?"

아내는 열심히 수프를 만들어 내놨지만 ISTJ인 그 친구는 공감보다는 사온 음식에 논리적인 정당성을 부여하며 아내의 열을 올리고 있었다.

씩씩대는 아내를 다독이면서 ISTJ만의 섬세한 팩트폭력을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있었다.


ISTJ인 또 다른 아내의 주변인은 바로 '장모님'이시다.

ISTJ는 계획대로 움직이며 감정기복이 적고 팩트를 정확히 얘기한다.

아내가 정성스럽게 선물을 고르고 장모님께 드리면 장모님은 정확히 얘기해 주신다

"선물보다는 돈을 다오"

겉으로는 차갑고 딱딱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깊고 확실한 자아와 피드백을 가진 ISTJ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씩씩대는 아내의 머리를 쓰담듬으며 달래는 건 온전한 내 몫이다.


아내의 또 다른  ISTJ 친구인 'A는"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사람이다.

항상 약속을 지키고, 계획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편하다.

어느 날 아내와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였다. 메뉴를 고르는데 한 친구가 “아무거나 괜찮아”라고 말했다. 그 순간, 아내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치 그곳은 암흑의 동굴에서 나오는 서늘한 냉기로 인해 주위가 휘감겨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거나 괜찮다는 그 친구는 눈을 들어 메뉴판을 다시 보려 했지만 도무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지 계속 메뉴판을 뒤적거리만 했다.

침묵의 시간은 오랫동안 유지됐지만 모두들 식은땀을 닦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때 ISTJ인 "A"인 친구는 재빨리 “그럼 우리가 미리 생각해 둔 메뉴로 시키자”며 상황을 빠르게 정리했다.

순간 정적은 가시고 모두의 입가에 미소를 번지며 심리적 안정을 재빨리 찾을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아내는 “ISTJ 친구가 없었다면 정말 끔찍했을 거야”라며 한숨을 쉬며 안도했다.


아내의 인간관계는 마치 잘 짜여진 알고리즘 같다. 그 안에서 그녀는 안정감을 느끼고, 효율성을 추구한다. 

가끔은 융통성 없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지만, 그녀만의 독특한 인간관계 방식은 오늘도 평화로운 우리 집의 비결이다.


참고로 나의 MBTI는 완벽하고 전형적인 'ISTJ'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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