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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일을 묻어둬야 하는 이유

자랑이 인간관계에 끼치는 영향

by 젠틀LEE


인간의 삶은 거미줄처럼 얽힌 관계 속에서 피어나지만, 그 관계 속의 줄기마다 장미처럼 가시가 돋아 있다.

특히 내가 이룬 성취를 자랑하고 싶을 때 나를 향한 그 가시는 더 날카로워진다.


내 집 마련이라는 그토록 오랜 꿈의 결실을 이뤘을 때 인간관계의 다방면이 보이게 된다.


세상의 축하를 기대하며 문을 열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인간관계의 미묘한 균열, 시기와 질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과 먹고 싶은 것을 참아내고 짠돌이 소리를 들어가며 오랜 저축과 인내를 품었다.

그리고 계속되는 불면의 밤 끝에 마침내 열쇠를 쥐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한 친구에게 정말 축하받고 싶은 마음에 슬며시 얘기를 꺼냈다.

"이번에 진짜 몇십 년 만에 어렵게 집 샀어"라는 한 마디에 주위공간은 적막해진다.

그리고 그 친구의 눈빛, 미소 뒤에 숨긴 가시.

갑자기 한마디를 날린다.

"너 돈 많나 보다. 내가 전에 괜히 밥을 샀구먼"


그의 마음속에서, 당신의 성공은 자신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또 다른 지인은 이렇게 얘기한다.

"그 돈이면 더 좋은 데 샀어야지. 왜 그 동네야?" 라며 조언을 하려 한다.

그들은 조언의 탈을 쓰지만, 실은 자신의 선택을 지키려 애쓰는 것이다.


교묘하게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조금만 더 기다리지, 곧 가격 떨어질 텐데. 후회할걸?"


미래의 어둠을 예언하며, 당신의 기쁨을 갉아먹는다.


이런 반응들은 인간관계의 꽃밭에서 자라는 잡초처럼 친밀할수록 무성하다.




회사 동료들과의 점심시간에 집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요새 어느 동네가 좋고, 이사를 어디를 가면 좋을까? 하는 여러 가지 대화 속에 무심코 축하를 받기 위해서 집을 샀다는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축하해" 대신 "너 이제 부자네?"라는 빈정거림이 올라온다.

특히 그 이후로 차장님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갑자기 마주칠 때마다 툭툭 한 마디씩 던진다.

"집 사고 돈 많으니 이제 퇴사해도 되겠네?"


"회사에서 일 안 하고 재테크만 하더니 부자 된 건가?"

매일 마주치는 얼굴일수록, 무의식적 비교가 칼날이 되어 돌아오게 된다.




왜 이렇게 부정적인가?


인간은 누구나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자신이 쟁취할 수 없는 높은 것을 자신과 동등하거나 아래인 사람이 성취하게 되면 돌연 부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특히 자신과 동질감을 느끼는 회사 동료나 친한 친구일수록 그런 마음이 더 들 수 있다.


물론 진정으로 축하해 주는 동료가 있지만, 그런 동료보다는 시기와 시샘을 갖는 동료가 더 많이 보인다.


주변은 현실을 바꾸려는 노력을 싫어한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모험을 하려 하면 자신이 있는 곳으로 계속 끌어당기고 싶어 한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끌어당기며 자신과 같은 위치에 있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말하지 않는 용기의 가치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인정 욕구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 중 하나지만 그걸 말하는 순간 그 대가는 크다.


집 샀다는 소식은 웬만하면 묻어둬야 한다.

정말 입이 근질근질하여 공유를 하고 싶다면 서로를 모르는 인터넷상에서 공유하면 된다.

아니면 자신보다 자산이 월등히 높은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만 소식을 알려야 한다.


가족과 그 삶의 결실을 공유하면서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

요새 본 TV문장 속 말에 큰 위안을 얻고 있다.


자랑은 시한폭탄을 들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자랑하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인간의 욕망이지만 인간관계에서는 굳이 나서서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자신의 가족과 그 기쁨을 만끽하면서 소중함을 안고 있을 필요가 있다.


시기의 뒤편에는 관계의 단절이라는 작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그렇게 관계의 바다를 스스럼없이 헤엄치면서 떠다닐 수 있을 때 비로소 행복의 한 발자국을 더 내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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